'터널' 김성훈 감독 "유머가 출발이자 기본"(인터뷰①)

김현록 기자  |  2016.08.08 11:08
'터널' 김성훈 감독 인터뷰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


오는 10일 개봉을 앞둔 '터널'은 여름 극장가의 한국영화 결전을 마무리하는 대작이자, 하정우 주연의 재난영화다. 무너진 터널 속에 갇힌 한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다.

설정만 들어선 떠오르는 영화가 한둘이 아니다. 땅속에 묻힌 남자의 사투를 그린 '베리드', 돌 틈에 끼어버린 남자의 이야기 '127시간', 심지어 실베스터 스탤론 주연의 터널붕괴 재난영화 '데이라잇'과 하정우의 생방송 원맨쇼 '더 테러 라이브'까지.

그러나 베일을 벗은 '터널'은 그 어떤 영화와도 다른 공기를 지닌 재난영화였다. 끝까지 긴장감을 놓을 수 없는 '끝까지 간다'(2014)로 주목받았던 김성훈 감독은 해학과 풍자, 유머를 곁들여 재난영화의 공식을 비틀어내며 저력을 과시한다. 그는 "영화의 절반은 유머라고 생각했다"며 "한 생명을 대하는 민낯을 드러내보이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터널'은 붕괴된 터널에 갇힌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 재난영화다. 원작이 있는데, 어떻게 참여하게 됐나.

▶정식 제안을 받았다기보다 '한번 읽어봐 달라'고 받은 여러 책 중에 한 권이 소재원 작가의 '터널'이었다. 너무 아프고 끔찍했다. 바로 접었다. '에이씨' 하면서도 눈물이 났다. 어차피 정식 제안도 아니었으니까 '가능성 있는 소설같습니다'하고 얘기했다. 그러고 나서 누군가 그 소설 이야기를 했다. 1주일쯤 있다 보니 소설은 터널 안보다 밖의 이야기가 많은데 안의 이야기가 재미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끝까지 간다'의 시신보관실 장면 같은 유머가 만들어질 수 있겠다는. 그래서 떠오른 신을 쓰고 제안했던 사람에게 나는 이 원작을 이렇게 하고 결론은 이렇게 하고 화면의 톤 앤 매너를 이렇게 해야겠다고 이야기했다.

-영화 '터널'에서 가장 돋보이는 대목이 바로 그 유머다. 시작부터 분명하게 짚고 들어간 셈이다.

▶그 과정의 기본이 유머라고 생각했다. 감정의 울림이 얼마나 클지 모르겠지만 절반은 유머라고 생각했다. 시작할 때부터 '거기에 동의한다면 해보겠다'고 했다.
나는 대놓고 진지한 데 익숙하지 않다. 재미를 느끼지 않는다. 진지한 분위기에 썰렁해도 농담을 하고 싶다. 유머가 없다면 찍다가 집어치웠을 것 같다. 제 스스로가 못 견딜 것 같았다. 그렇게 우울한 걸 굳이 극장에 와서 봐야 하겠나.

'터널' 김성훈 감독 인터뷰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


-비슷한 소재나 설정의 작품들과 완전히 다른 분위기의 영화가 됐다.

▶검은 공간에 갇힌 한 사람이 있다니 자연스럽게 '베리드'가 생각날 것이고, 터널이 무너졌다니 '데이라잇' 이야기도 들었다. 하정우가 출연했더 '더 테러 라이브'도 있다. 또 '127시간' 같은 수작들, 그런 류의 톤앤매너를 띠고 싶지 않았다. 못 봤던 걸 만들겠다, 뭔가를 비켜가겠다는 데서 출발한 게 아니다. 이런 영화를 만드는 성향이나 취향을 지닌 탓일 거다. '터널'은 재난영화지만 재난 형식의 영화라고 생각한다. 어떻게 틀어야겠다 생각하기보다는 내 성향대로 재난영화를 만들면 어떻게 될까 하는 식이다. 전 반듯해 보이는 게 싫은 것 같다. 어머니는 제가 반듯하다 하시지만 이전부터 삐딱하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수십년 간 쌓아 온 장르의 양식이 있다. 성공했던 것이고, 기대되고 안심을 주는 양식이기도 하다. 하지만 왠지 그대로 가면 답답한 것 같다. 진지하다가도 웃을 수 있고 엉뚱할 수 있고, 삐끗할 수 있지 않나. 또 그게 현실과 닮을 수 있지 않겠나. 뛰어난 강사는 기본적으로 많이 웃긴다. 유머를 많이 쓰면 빈 틈이 생긴다. 담이 쌓여있더라도 살짝 무너지는 것 같다. 그 사이에 하고 싶은 이야기도 슬쩍 하는 거다. 물론 우려도 있다. 잘못 엉뚱하게 쓰면 이도 저도 아니게 될까봐. 정수와 대경이 첫 통화를 하며 욕 하고 하다가 '제 위에 환풍기가 있어요'라고 이야기하는 대목, 긴박한 순간에 지도 가져오고 하다 찢어지고 말리고 하는 대목. 그럴 때 걱정은 있다.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따로 있는데 본질을 흐릴 수 있으니. 하지만 이런 시도를 자주 하고 싶었다. 이질감 있는 두 요소가 붙어서 긴장도 되고 하려 했던 이야기도 잘 전달되길 바랐다.

사진='터널' 포스터


-하정우에게 가장 먼저 시나리오를 줬나. 떠올리고 쓰지는 않았는지.

▶하정우에게 가장 먼저 줬다. 하지만 글을 쓰면서 누군가를 떠올리고 전체적으로 관통하며 쓰지 않는다. 그냥 쓰기 시작하다 어떤 신에서 대사 한두마디가 안 풀릴 떄가 있다. 촌철살인까진 아니어도 너무 안 떠오르고 맛이 없을 땐 ''멋진 하루'의 하정우라면 어떻게 했을까' ''비스티 보이즈'의 하정우라면 어떻게 했을까' 하면 도움이 된다. 하정우가 쓰는 과정에서 자주 등장했다.

-절체절명의 순간에 여유를 부리는 모습 등이 하정우 맞춤형 캐릭터란 생각마저 든다.

▶아마 어떤 역을 줘도 다 맞을 것이다. 여자다 젖먹이 때곤 다 맞을 거다.(웃음) 그런 유머가 던지먼 무리수가 되기 십상이다. 그런데 그 친구는 태생부터 개구쟁이란 느낌이 든다. 여유 있으면서도 당당하다. 눈을 보고 있으면 아이같은 느낌도 들고 온 몸에서 뭔가가 끊임없이 생성된다. 원래 그런 사람인지, 그러다보니 얼굴이 변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입 주변이 영락없이 아이같다. 불혹이 된 친구를 아이라고 해서 이거 참.(웃음)

(인터뷰②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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