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이 잔인하지 사람이 잔인한 게 아니다"(인터뷰②)

김현록 기자  |  2016.08.08 11:08
'터널' 김성훈 감독 인터뷰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


(인터뷰①에서 계속)

-하정우가 김성훈 감독과는 서로 오케이라고 생각하는 컷이 같아서 신기했다고 하더라.

▶컷을 많이 안 가서 그렇다.(웃음) 지향점이 비슷했다. 이야기 자체도 그렇게 디자인됐지만 하정우가 들어와서 더 밝아지고 더 사랑스러워졌다. 거기에는 하정우의 공이 크다. 순간순간 비어져 나오는 애드리브가 있는데, 설계에 하나 덧대는 것이 많았다. 유연성을 볼 수 있는 게, 목 받침대를 꺼내는 장면은 전혀 계획이 없어 NG를 낼 줄 알았는데 그걸 살리더라. 모든 걸 영화 속 사람처럼 연기하겠다고 하고 가니까 가능한 일이다.

-터널 밖보다 터널 안의 리얼리티를 살리는 게 핵심이었을 것 같다. 또 하정우가 조명을 직접 하다시피 했다.

▶저희 조명감독이 크레디트에 정우형을 같이 올릴까요 하고 묻더라.(웃음) 미술적인 면에서는 절대적으로 공감한다. 터널 밖은 그냥 비슷하면 될 것 같았다. 은근슬쩍 속일 수도 있고. 안은 2가지 문제가 있었다. 동선과 질감이다. 시나리오를 기본으로 덧대 동선을 창조적으로 만들었는데, 그보다 중요한 게 질감이었다. 조금만 어설퍼도 티가 난다. 아무리 가짜가 비슷해도 진짜를 못 따라간다. 처음엔 쇠꼬챙이나 유리를 진짜로 썼는데 자꾸 다쳐서 바꿨다. 돌덩이도 진짜와 가짜를 은근슬쩍 섞었다. 실제 돌에 부딪히면 큰일이 나니까 가벼운 걸 썼다. 특히 분진이 끊임없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공을 들인 보람을 느낀다. 조명은 사실에 위배 되지 않게 하자 했다. 많은 부분을 손전등 하나로 버텼는데 두려움도 있었다.

-정수의 아내 역 배두나와 구조반장 오달수도 인상적이다.

▶배두나는 띄엄띄엄 나오면서 내내 뜨거운 감정을 품고 있는다는 게 더 힘들었을 수 있다. 슬픔을 강조하고 기술적으로 전달하는 게 아니라 그걸 감추려고 연기하는 게 키 포인트였다. 실제 남은 자가 그렇지 않았겠나 했다. 너무 아파했고, 그 아픔에 근접하고자 노력했다. 제가 생각하기엔 시나리오 느낌보다 더 실제같이 했다. 진솔한 연기자다. 없는 마음도 표현하는 게 연기자지만 그런 마음이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있었다. 감사하고 고맙다.

오달수는 신기하다. 요정이라고 하지 않나. 많이 봐 와서 익숙해질 때도 됐는데 매번 새롭다. 논리적으로 설명이 되는 일인지 모르겠는데 그랬다. '암살' 보고 저럴 줄 알았다 하다가도 '베테랑'을 보면 또 재밌고. 거기에다 의외에 강단 있는 모습도 있다. 만약 내가 갇혔다면 밖에 저런 인물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그런 내 염원이 투영된 인물이다. 슈퍼맨보다 저런 사람이, 날 정말 구하려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투영됐다.

'터널' 김성훈 감독 인터뷰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


-공무원이나 기자들을 비판적으로 다루지만 악인으로 그리지는 않았다. 제 할 일만 한다.

▶업무에 충실한 사람으로 그렸다. 악당이 나오면 본질에서 벗어나는 이야기가 되니까 악한 사람이 안 나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동의서를 받으러 온 사람도 보기에 따라 악해 보일 수 있는데 직접적인 악으로 보인다면 그 한 사람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 않나. 부드러운 목소리로 설득을 한다. 그 상황이 잔인한 거지 사람이 잔인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상황의 잔인함이 사라진다. 내몰린 사람이 무서운 거다. 저희 아버지도 공무원이고, 기자분들도 애정있게 보니까 이렇게 할 수 있었다. 이 영화가 누구 하나에게 상처가 안 되길 바람다면 무모한 욕심이겠지만 너른 아량으로 볼 수 있는 수위였으면 한다.

-전작 '끝까지 간다'의 경찰에 비한다면야.

▶경찰이 싫어하는 영화 3위라더라. 1등 아닌 게 다행이다. 그분들 역시 수고로운 약자인데 집단을 풍자하는 의미에서다. 너른 마음으로 봐 달라. 애정을 가지고 본다면 풍자가 되는 것 아닌가. 재미있게 보고 웃고 넘기셨으면 좋겠다. 개그는 개그, 영화는 영화니까.

-많은 대목이 세월호를 연상시킨다.

▶그게 참 말씀드리기 조심스러운 일이다. 의도하지 않았다. 거기에는 1원어치 거짓도 없다. 원작 역시 그 이전에 쓰여져 영화화가 준비됐다. 하지만 영향을 받았을 것이다. 그것은 의도와는 다른 문제다. 관객이 세월호를 연상하는 것 또한 마찬가지다. 만약 '괴물'이 지금 나왔다면 또 야단이 나지 않았을까.

나는 이만희 감독의 1969년 영화 '생명'을 뒤늦게 보고 보고 덜컥 했다. 갱도가 무너져 갇힌 광부의 이야기다. 역시 생명의 소중함, 존엄을 이야기하는 영화다.

-터널에 갇힌 사람이 단 한 명이라는 것이 영화의 핵심이란 생각도 든다.

▶그 곳에 갇힌 이가 단 1명일 때 한 사람을 대하는 민낯이 드러날 수 있을 것 같았다. 많이 있다고 하면 혼자서의 생존기도 안 될뿐더러 구하냐 마느냐 하는 이야기가 나오지도 않을 것이다. 1명일 때 사회나 시대가 사람을 대하는 태도가 솔직히 나타나지 않을까 생각했다. 1명이든 1000명이든 그 사람은 우주인데 말이다.

-여름 빅시즌 개봉의 마지막 주자로 개봉을 앞뒀다.

▶전체 관객 입장에서 여름 빅시즌 출발이 좋았다. 끝도 좋았으면 좋겠다. (웃음) 투자자들로부터 큰 돈을 갖다 썼다. 원금과 이자 이상을 드려야 다음 영화를 할 수 있지 않겠나. 흥행 욕심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관객이 얼마나 들어야 이 욕심이 채워지는지는 모르겠지만 기본적으로 소통하고 싶은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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