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 인 더 다크', 숨막히는 밀실스릴러..숨을 멈춰라

[리뷰]'맨 인 더 다크'

김현록 기자  |  2016.09.28 17:58
사진='맨 인 더 다크' 포스터


'맨 인 더 다크'는 88분의 짤막한 러닝타임을 서스펜스로 채운 공포 스릴러다. 으스스한 혼령들에게 공포물의 메인 무대를 내어 준 스릴러가 반격에 나섰다.

10대 빈집털이범 패거리 록키(제인 레비), 알렉스(딜런 미네트), 머니(다니엘 조바토)는 황량한 디트로이트를 떠나기 위한 마지막 한 탕을 준비한다. 교통사고로 딸이 죽은 뒤 거액의 합의금을 받았다는 눈 먼 노인(스티브 랭)의 집을 터는 일이다. 인적이 끊긴 주택가에 홀로 사는 늙은 퇴역군인의 집은 어딘지 꺼림칙하지만, 세 사람은 일단 겹겹이 차단된 입구를 통과해 집 안에 들어선다. 나이 든 맹인을 단숨에 제압하리라 여겼던 세 사람. 그러나 노인이 깨어난 뒤 상황은 역전된다.

'맨 인 더 다크'는 폐소 공포 이상의 밀실 스릴러다. 앞을 못 볼지언정 능숙하게 제집 곳곳을 누비는 노인과 기가 질린 채 어둠 속 맹인 신세가 된 도둑들의 대결이 군더더기 없이 펼쳐진다. 예상을 넘어서는 퇴역 군인의 반격에 나가지도 못하고 쫓기는 신세가 된 록키 일당의 탈출기는 쫀득하다 못해 숨이 막힌다. 안도할 수록 더 놀란다.

순수 제작비가 1000만 달러가 되지 않은 저예산 영화(할리우드 기준!)에 이렇다할 스타 하나 없지만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지하실이 딸린 평범한 2층짜리 단독주택이 배경의 전부나 다름없음에도 좁다는 느낌이 들지 않을 만큼 드라마틱하고도 효과적인 동선을 짰다. 숨소리 하나로 관객을 옥죄는 음향, 극적인 조명도 몰입도와 긴장감을 더한다. 다만 너무하다 싶은 설정이 있다. 상식을 뛰어넘는 반전엔 속이 부대낀다.

이달 초 먼저 북미에서 개봉, 쟁쟁한 경쟁자를 제치고 2주 연속 북미박스오피스 정상을 차지한 '맨 인 더 다크'의 원제는 번역한다면 '숨을 멈춰라' 정도가 될 'Don't Breathe'다. 영화는 물론 포스터와도 착 맞아떨어지는 원제를 굳이 '맨 인 더 다크'로 바꾼 건 어둠 속의 남자, 눈 먼 노인에게 주목해달라는 주문일 터다.

열연한 출연진 모두가 한국 관객들에겐 무명이나 다름없지만, 눈 먼 노인 역의 스티븐 랭은 '아바타'(2009)에서 마일즈 쿼리치 대령 역을 맡았던 나름 천만배우다. 영화를 보고 나면 대체할 다른 이가 선뜻 떠오르지 않는다. 백발 무성한 주름진 얼굴과 부자연스럽게 어우러진 근육질 몸매는 왜 젊고 멀쩡한 록키 일당이 앞 못 보는 노인 한 명에게 그리 쩔쩔매게 됐는지를 별 다른 설명 없이도 납득시킨다. 그리고 극 전반을 지배하며 끝내 진저리를 치게 만든다.

10월 5일 개봉. 러닝타임 88분. 청소년관람불가.
사진='맨 인 더 다크'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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