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천명'의 평생 꿈, 누가 '염갈량'에게 돌을 던지랴

김우종 기자  |  2017.01.18 06:05
넥센 감독 시절의 염경엽 단장. /사진=김우종 기자



나이 50이면 하늘의 뜻을 안다고 했다. 지천명(知天命). 올해 한국 나이로 50인 그가 학수고대하던 꿈을 이뤘다. 그러나 이곳저곳에서 축하 전화가 계속 걸려왔음에도 불구하고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었다. 주위, 특히 팬들의 말들을 모를 리 없기에 더욱 그랬다. 염경엽 신임 SK 단장(49)은 "결국 내가 다 안고 가야 할 일이다"고 무겁게 말했다.

지난해 2월, 넥센의 미국 애리조나 스프링캠프가 한창이었다. 당시 넥센 감독이었던 염 단장은 팀 훈련에만 오롯이 집중하고 있었다. 팀 내 주축 선수들이 많이 빠져나간 상황이었기에, 더욱 엄격하고 집중력 있는 훈련이 필요했다. 공부하는 사령탑으로 잘 알려진 염 단장의 고심은 깊어져만 갔다.

당시 염 단장은 글쓴이와 인터뷰를 하던 중 잠시 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앞으로 할 수만 있다면, 감독 생활을 10년 동안 꼭 해보고 싶다. 그리고. 더 욕심을 내면 한 팀에서 10년 간 감독직을 수행하고 싶다. 이어 딱 10년 만 채운 뒤 후배 코치에게 감독직을 멋지게 물려주고 싶다"고 했다.

감독에서 물러난 뒤에 그가 이루고자 했었던 '꿈'. 그것은 바로 '단장'이었다. 염 단장은 "10년 간 야구 감독을 지내면서 공부를 많이 한 뒤 그 다음엔 단장이 되는 게 꿈이다. 이후 10년이라는 기간 동안 단장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 단장은 선수와 프런트를 모두 경험한 그의 장점이 가장 잘 발휘될 수 있는 자리이기도 했다.

당시에도 그가 생각하고 있는 단장에 대한 관념은 뚜렷했다. "만약 단장이 된다면 팀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 그리고 내가 생각하는 야구에 맞는 감독을 선임하고 싶다. 그 감독에게 그런 점들을 직접 물어보고 듣고 생각해 최종 결정을 하는 것이다. 한국은 그동안 성적이 안 좋을 경우, 감독만 모든 것을 책임진 채 떠나야만 했다. 하지만 과연 그 감독을 선임한 단장은 책임이 없는 걸까. 만약 내가 단장이라면 그 책임도 함께 지는 게 마땅하다고 본다"고 했다.

결과적으로 염 단장은 10년 동안 한 팀에서 감독을 이어가지 못했다. 넥센과 4년 간만 동행했다. 그 기간 동안 염 단장은 넥센을 리그 강호로 만들어 놨다. 또 팀을 계속 포스트시즌 무대에 올려놓는 성과를 냈다. 넥센과의 동행은 2016 시즌 LG와의 준플레이오프까지였다. 탈락이 확정된 후 그는 자진 사퇴 의사를 밝히며 넥센 유니폼을 벗었다.

그를 괴롭힌 더 큰 문제는 루머였다. 당시 염 단장은 시즌 도중 SK 감독직을 제안 받았다는 루머에 시달렸다. 결국 SK가 김용희 감독의 후임으로 외국인 힐만 감독을 선임하면서, 루머는 수그러들었다. 하지만 이때 받았던 상처는 좀처럼 쉽사리 아물지 않았다. 염 감독은 그 당시 "진실과 믿음이 가장 중요한 법"이라며 하루하루를 버텼다.

12월 말에는 전임 민경삼 SK 단장이 성적 부진을 이유로 자진 사임했다. 당시 염경엽 단장은 미국 메이저리그 시카고 컵스의 '초청 코치'로 연수를 떠나기 위해 준비 중이었다. 이후 SK는 염경엽 잡기에 나섰다. 급기야 류준열 대표이사가 미국으로 직접 건너간 뒤 설득 작업에 들어갔다.

어쩌면 평생 한 번밖에 오지 않을 기회였다. 프로야구 '1할 타자'로 쓸쓸하게 은퇴했던 그는 운영팀 과장, 스카우트팀 차장, 수비코치, 주루, 작전 코치를 두루 거쳤다.

2004년 현대 운영팀 과장 시절에는 축승연 준비를 위해 비를 흠뻑 맞고 잠실구장서 인근 호텔까지 뛴 일화도 있다. 헐레벌떡 호텔에 도착, 선수단의 우승 행사 준비를 겨우겨우 마친 이후에야 뒤로 빠졌다고 한다. 당시 그는 흙 범벅이 된 구두와 축하 행사를 멀찌감치 물러서 지켜보며 "'아, 내가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거지'하는 자괴감이 들었다"고 했다. 또 코치, 감독 시절에는 잠자는 시간을 4시간, 5시간으로 줄여가며 야구 공부에 매진했다. 성적에 대한 스트레스는 계속 이어졌고, 그럴 수록 건강은 더욱 나빠져만 갔다.

그러던 그가 감독을 지나 꿈꾸던 단장 자리를 제의 받았다. 그 팀은 SK 와이번스였다. 지난해 루머와 관련된 팬들의 시선들을 의식 안 할 수 없었다. 그렇지만 수차례 고사 의사를 밝혔던 염 감독도 야구인으로 살며 평생 좇던 꿈 앞에서 흔들렸다. 염 단장은 다시 한 번 말했다. "제가 다 어쩔 수 없이 그냥 다 안고 가야 할 것 같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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