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찌의 반란’은 2017 메이저리그 초반을 상징하는 키워드다. 13일(한국시간) 현재 30개 팀 가운데 가장 승률이 높은 구단은 7승2패의 신시내티 레즈다. 최근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와의 원정 3연전을 싹쓸이 하는 등 4연승의 콧노래를 부르며 디펜딩 챔피언 시카고 컵스에게 1.5경기 차로 앞서고 있다.
레즈가 시즌 개막 후 9경기에서 7승을 따낸 것은 1990년 이후 처음이다. 당시 레즈는 월드시리즈에 진출해 언더독이라는 평가와는 달리 오클랜드 애슬레틱스를 4경기만에 제압했다. 내셔널리그 팀으로는 유일하게 시리즈 내내 단 한 차례도 리드를 빼앗기지 않는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차지해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지난 2년간 레즈는 내셔널리그 중부지구에서 2년 연속 최하위에 머물렀다. 2015년에는 64승을 거둬 전체 최하위 필라델피아 필리스에게 0.5경기 차로 앞섰다. 지난 시즌도 다르지 않았다. 애틀래타 브레이브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함께 68승을 따내는데 그쳐 내셔널리그 승률 공동 최하위의 불명예를 썼다.
스토브리그에서도 별다른 움직임이 없었다. 팀의 주축을 이루던 제이 부르스는 지난 시즌 트레이드 마감일에 뉴욕 메츠로 둥지를 옮겼다. 2루수 브랜든 필립스도 지난 겨울 애틀랜타 브레이브스로 이적했다. 불펜 투수 드류 스토렌을 영입한 것 외에는 눈에 띄는 전력 보강을 못했다. 게다가 2014년 시즌 직전 6년 1억500만 달러에 장기 계약을 체결한 에이스 호머 베일리와 2선발 앤서니 데스칼파니가 모두 60일 부상자 명단에 오른 악재가 이어져 올 시즌에도 우력한 꼴찌 후보로 손꼽혔다.
하지만 시즌 개막 후 9경기를 치르는 동안 신예 선수들을 주축으로 짜임새 있는 전력을 선보였다. 48득점을 올려 경기당 평균 5,33점을 뽑아내 애리조나 디백스(55), 워싱턴 내셔널스(49)에 이어 전체 3위에 랭크됐다. 더욱 놀라운 점은 프랜차이즈 스타인 조이 보토가 시즌 타율 2할에도 미치지 못하는 부진의 늪에 빠진 가운데 올린 성적이라는 것. 레즈의 방망이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선수는 빅리그 3년 차인 3루수 유지니오 수아레스(25). 통산 타율 0.260에 미치지 못하지만 0.429의 맹타를 휘둘러 내셔널리그 타격 2위에 올라 있다.
31세의 노장 잭 코자트도 통산 타율 0.248로 방망이가 약한 선수로 꼽혀왔지만 0.417로 불 방망이를 뽐내고 있다. 코자트는 올 시즌 후 FA 자격을 얻는다. 또한 포수 터커 반하트(0.333)와 중견수 빌리 해밀턴(0.309)도 순조로운 출발을 보이고 있다. 특히 해밀턴은 3년 연속 내셔널리그 도루 2위에 그친 한을 풀겠다는 듯 4차례 도루를 시도해 100% 성공시켰다.
마운드의 분전도 눈부시다. 셧아웃을 벌써 3차례나 기록하는 등 팀 평균 자책점 2.48로 전체 1위에 등극한 것. 3세이브를 기록한 마무리 라이젤 이글레시아스를 비롯해 총 6명의 불펜 투수들이 아직까지 실점을 내주지 않고 있다. 지난 시즌 레즈 불펜진의 평균 자책점이 5.10으로 최하위권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놀라운 변화다.
선발진에서는 신예 좌완 투수들의 활약이 돋보인다. 23세의 브랜던 피네건은 9이닝 동안 무려 13개의 삼진을 잡으며 1실점 만을 허용했다. 피네건보다 1살 많은 에미어 개럿은 12.2이닝 2실점으로 평균 자책점 1.42를 기록하며 2승을 따냈다. 특히 NBA 진출을 원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하고 2014년에야 풀 타임 야구 선수로 전향한 개럿의 약진은 그 어느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당초 선발 로테이션 후보로 거론조차 되지 못했지만 볼 끝의 움직임이 환상적인 체인지업을 앞세워 타자들을 압도하고 있다.
과연 레즈의 초반 돌풍은 언제까지 이어질까. 지난 해에도 약체 필라델피아 필리스가 4월에만 14승10패를 기록하며 선전했지만 끝내 한계를 드러내고 71승으로 시즌을 마감한 사례가 있다. 여전히 많은 전문가들은 레즈가 컵스,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등 중부지구 ‘빅 3’를 제치고 플레이오프에 진출할 가능성은 높지 않게 보고 있다. 하지만 겁 없는 신예 선수들의 패기로 똘똘 뭉친 레즈 구단이 과거 화려했던 ‘빅 레드 머신’의 영광을 재현하는 것은 시간 문제로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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