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타자로 군림했던 최형우(34, KIA)가 떠났다. 타선 약화는 불보듯 뻔했다. 이에 거물급 외국인 타자를 데려왔다. 그런데 이 타자가 적잖이 부실하다. 감독의 고민이 깊다. 삼성 라이온즈의 외국인 타자 다린 러프(31) 이야기다.
삼성은 14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 리그' 정규시즌 롯데 자이언츠와의 정규시즌 주말 3연전 첫 번째 경기에서 6-9의 재역전패를 당하고 말았다.
냉정히 말해 이길 수도 있었던 경기다. 1회말 4점을 내주고 시작했지만, 이후 추격에 성공하며 6회초 5-4로 역전에 성공했다. 하지만 7회말 대거 5실점하며 무너지고 말았다.
이 과정에서 아쉬웠던 부분을 꼽자면 러프다. 이날 러프는 4타수 1안타 2득점을 기록했다. 표면상 아주 나쁘다고 볼 수는 없다. 하지만 내용은 보면 상황이 달라진다.
이날 러프는 첫 타석을 삼진으로 물러난 이후 두 번째 타석에서 우전안타를 때렸다. 이후 배영섭의 3점포 때 홈을 밟았다. 여기까지는 좋았다.
하지만 5회초 1사 1,2루 찬스에서 병살타를 치며 찬물을 제대로 끼얹었다. 삼성은 6회초 5-4로 역전에 성공했고, 7회초 다시 한 번 찬스를 잡았다. 강한울의 볼넷과 구자욱의 2루타로 무사 2,3루 기회를 얻은 것.
다음 타자는 러프. 안타 하나면 두 점을 더 달아날 수 있었다. 문제는 결과. 러프는 바깥쪽 슬라이더에 허무한 헛스윙 삼진으로 돌아서고 말았다. 확연히 벗어나는 공이었지만, 러프의 방망이가 허공을 가르고 말았다.
이날 기록을 더해 러프는 올 시즌 12경기에서 타율 0.114, 2홈런 4타점, 출루율 0.250, 장타율 0.250, OPS 0.500에 그치고 있다. 한 팀의 4번 타자가 내고 있는 기록이라 보기는 무리가 있다.
삼성은 러프를 데려오기 위해 110만 달러(약 12억5600만원)라는 큰돈을 들였다. 올 시즌 외국인 선수 3명 가운데 가장 비싼 몸값이다. 하지만 내고 있는 기록은 초라함을 넘어 처참한 수준이다.
삼성 타선은 지난주 5경기에서 단 2점을 뽑는 데 그쳤다. 지독할 정도로 침묵한 것이다. 하지만 이번주는 4경기에서 22점을 만들어냈다. 경기당 5.5점이다. 리그 평균 4.6점보다 많다. 승패와는 무관하게 나름의 힘은 내가 있다는 의미다.
이제 남은 것은 러프다. 러프가 조금만 더 힘을 내줬더라면, 삼성의 전적은 지금과 달랐을 수 있다.
김한수 감독은 14일 경기를 앞두고 "우규민도 그렇고 우리 선발투수들이 스트라이크 존을 잘 활용하면서 잘 던지고 있다. 이제 타자들이 해줘야 할 때다. 힘을 낼 때가 됐다"라고 말했다.
그리고는 "러프가 터져줘야 한다"라고 더했다. 김한수 감독도 알고 있는 것이다. 김한수 감독은 "연구를 많이 하고 있다. 하체가 안정되지 못하다. 안정시키기 위해 연습을 많이 하고 있다. 본인이 잘 받아들이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14일 이승엽이 멀티히트를 쳤고, 구자욱도 2루타 한 방을 때렸다. 살아나는 조짐이 보인다. 남은 것은 러프다. 결과는 좋지 못하지만, 어쨌든 노력은 하고 있다. 이제 성과를 낼 때다. 빅리거 출신으로 기대치는 충분하다. 삼성에게는 어느 때보다 러프의 활약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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