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김지석 프로그래머..더 안타까운 '칸에서 진 별'

[칸에서 쓴 록기자의 사심집합소]

칸(프랑스)=김현록 기자  |  2017.05.19 10:02
김지석 부산국제영화제 수석프로그래머 / 사진=스타뉴스


5편의 한국영화가 공식부문에 한꺼번에 진출한 올해의 칸영화제는 한국영화계의 축제와도 같았습니다. 경쟁부문에 이름을 올린 봉준호 감독의 '옥자', 홍상수 감독의 '그 후'가 황금종려상 소식을 전할지, 미드나잇 스크리닝의 '악녀''불한당'이 칸에서 어떤 반응을 받을지 들썩이는 분위기가 역력했습니다.

그러나 지난밤, 믿기지 않은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부산국제영화제 김지석 부집행위원장, 수석프로그래머라는 직함이 더욱 잘 어울리는 그가 칸영화제를 찾았다 심장마비로 별세했다는 소식입니다. 고인의 나이 불과 57세. '칸에서 별이 졌다'며 부고를 전한 이의 목소리가 충격으로 떨렸습니다. 듣고도 믿기지 않았습니다.

평소 심장이 좋지 않았던 고인은 지난 16일 칸국제영화제 개막에 하루 앞서 영화제 팀과 함께 프랑스 칸에 도착했습니다. 평소 심장이 좋지 않았던 김 프로그래머는 몸에 이상을 느껴 병원을 찾았으나 이상이 없다는 진단을 받고 숙소에서 휴식을 취하던 중 변을 당했다고 합니다. 멀리 타국에서, 손도 써 보지 못하고 황망하게 고인을 떠나보내며 부산영화제도 충격과 안타까움에 휩싸였습니다.

고인은 부산영화제의 시작부터 함께해 온 살아있는 영화제의 역사이자, 설립 멤버 가운데 유일하게 영화제에 남아있던 주축이었습니다. 해박한 지식과 탁월한 안목, 끈끈한 네트워크로 이름 높은 세계적인 아시아영화의 전문가이기도 했습니다. 환하게 웃으며 이란의 거장 고 압바스 키아로스타미와 포옹하던 그의 모습이, 슬쩍 눈짓을 하며 자신만 알고 있던 알짜배기 뒷이야기를 전해주시던 표정이 눈에 선합니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오는 22일 열리는 한국영화의 밤 행사를 앞두고 고 김지석 프로그래머를 비롯한 부산국제영화제 인사들이 칸을 찾았던 이유 때문입니다. 알려졌다시피 부산국제영화제는 '다이빙벨' 상영 논란 이후 이어진 압박, 예산 삭감 때문에 최근 몇 년 간 영진위와 불편한 관계였습니다. 결국 문화계 블랙리스트가 사실로 드러나고 정권이 바뀌고 영진위원장은 사퇴했습니다. 그러나 칸이 한국영화의 축제가 되어버린 올해, 영진위가 주도하지 않더라도 한국 영화인들을 축하하고 격려하는 '한국영화의 밤'이 열려야 되지 않겠냐는 의견이 모였습니다. 결국 영화제에 참석하는 영화제 인사들이 주축이 돼 진짜 한국영화인들이 만드는 '한국영화의 밤'을 만들기로 하고 기꺼이 부산국제영화제도 함께하기로 했던 것이죠. 이런 상황에서 칸에 왔다가 갑작스럽게 떠나버린 고 김지석 프로그래머가 더욱 안타깝고도 가슴 아픕니다.

들썩이던 칸영화제의 한국영화인들은 조금은 더 차분한 분위기 속에 다음날, 또 다음날을 맞이하게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우여곡절 끝에 열리게 된 '한국영화의 밤'에서도 아깝게 가버린 고 김지석 프로그래머를 추모하게 되지 않을까, 자연히 그를 다시 떠올리게 되지 않을까 합니다. 부디 평안하시길.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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