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까지 수비만' 외친 신태용, 이상과 현실의 괴리

천안종합운동장=김우종 기자  |  2017.05.31 06:02
신태용 감독(왼쪽).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한국 축구 그리고 신태용 감독의 가능성 그리고 한계를 동시에 보여준 U-20 대회였다. 신태용 감독과 아이들의 유쾌한 도전이 막을 내렸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한국 20세 이하 축구 대표팀은 30일 오후 8시 천안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포르투갈 U-20 대표팀과의 'FIFA(국제축구연맹) U-20 월드컵 코리아 2017' 16강전에서 1-3으로 패했다. 한국은 이승우와 백승호를 앞세워 진검 승부를 펼쳤으나 실력에서 완패했다.

지난 26일 수원월드컵경기장이었다. 이미 한국이 2승으로 16강을 확정지은 상황. 잉글랜드와 조별리그 A조 최종전을 치렀다. 비기기만 해도 조 1위로 16강에 올라갈 수 있는 상황. 신태용 감독은 주축 공격수 이승우와 백승호를 벤치에 앉혔다. 신태용 감독은 16강전을 미리 내다본 체력 안배 차원이라고 했다.

하지만 아낀 게 독 됐다. '강호' 잉글랜드는 한국의 빈틈을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결국 한국은 0-1로 패했다. 실점을 허용한 뒤 이승우와 백승호를 차례로 교체 투입했으나 역부족이었다. 결국 한국은 쉬운 길을 포기하고 굳이 어려운 길을 걸어가고야 말았다. 만약 1위로 갔더라면 전주서 C조 3위 코스타리카를 만나는 상황이었다.

신 감독 역시 기자회견 도중 내일(27일) 일정을 묻자 "인천서 경기를 본 뒤 전주로 가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는 신 감독의 실수였다. 조 1위였다면 전주서 경기를 하지만, 잉글랜드에 지면서 2위가 됐기 때문이었다. 결국 한국은 전주가 아닌 천안서 C조 2위 포르투갈을 만나게 됐다. 취재진이 '전주'라는 말에 술렁대자 신 감독은 '아차' 싶었던 듯 "천안…"이라고 말을 바꿨다.

신태용 감독과 코칭스태프.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포르투갈은 유럽 전통의 강호다. 신태용 감독과 이승우를 비롯한 한국 선수들은 "포르투갈은 강한 상대"라고 했다. 경기를 하루 앞두고 신 감독은 "포르투갈은 유로 대회에서 우승한 축구 강국"이라면서 "지난 1월에도 확인했지만 우리보다 강한 나라다. 절대 쉬운 팀이 아니다. 선수들이 대부분 벤피카 등 프로 팀에 몸담고 있다. 절대 방심해선 안 된다"고 했다.

신 감독 스스로 포르투갈을 강팀으로 인정했다. 강팀들을 상대할 경우, 보통 수비를 탄탄히 하면서 역습 위주의 전술을 펼칠 수밖에 없다. 자칫 정면으로 맞붙었다가는 뛰어난 개인 능력을 바탕으로 한 역습에 속절없이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쉽사리 라인을 올리기 어려우며, 결국 내려앉은 채 수비 간격을 촘촘히 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신 감독의 축구 스타일은 다르다. 팬들을 위한 시원한 축구, 공격적인 축구를 구사한다. 이게 신 감독의 축구이자 스타일이다. 이날 역시도 포르투갈을 상대로 4-4-2라는 변화된 포메이션을 들고 나왔다. 사실 앞서 조별예선에서 아르헨티나와 잉글랜드를 상대할 때에는 4백 대신 3백을 기본으로 한 5백 전술을 들고 나왔다. 수비에 4명이 아닌 5명을 두면서 더욱 간격을 촘촘하게 가져간 것이다.

그러나 포르투갈과의 16강전에서 신 감독은 4백 카드를 들고 나왔다. 한국은 포르투갈의 측면 공격에 수차례 고전했다. 풀백이 측면 수비를 보는 가운데, 중앙 쪽에 더욱 공간이 생겼다. 이날 첫 번째 실점과 두 번째 실점 모두, 측면에서 쉽게 크로스를 내주며 무너졌다. 더욱이 중앙에서는 선수를 아예 놓치고 말았다. 결과적으로 포르투갈은 냉정하고 차분했다. 반면 한국은 요란했지만 실속이 없었다. 기본적으로 수비가 안 되는 상황 속에서, 결과는 포르투갈의 완승이었다. 정면 승부에서 완패를 당한 것이다.

경기 후 신 감독은 공격적으로 나선 것에 대해 "제가 욕을 먹을 수도 있지만…"이라면서 작심한 듯 자신이 생각하는 축구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신 감독은 "홈에서 하는 경기, 축구 팬을 위해서 이기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그래서 처음부터 공격적으로 프레싱을 해 들어갔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하지만 수비 조직에 있어서 실수가 나와 아쉬웠다"면서도 "그렇지만 세계 대회서 꼭 성적을 내기 위해 수비를 두껍게 구축한 뒤 1-0으로 이기는 것도 물론 좋을 것이다. 하지만 앞으로 한국 축구가 세계적인 팀들과 대등한 수준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이렇게 포르투갈 같은 팀들과 제대로 붙어봐야 한다. 그래야 한 걸음 더 발전할 거라 본다"고 힘주어 말했다.

신 감독이 펼치고 싶어 하는 공격 축구. '세계 축구를 상대로 언제까지 웅크리고 있을 것인가'라며 신 감독은 재미있는 축구와 골을 터트리는 축구를 강조했다. 하지만 이것은 이상일 뿐이었다. 현실은 더욱 냉혹했다. 더욱이 한 번 패하면 그걸로 끝인 토너먼트 대회. 신태용 감독이 꿈꿨던 이상과 현실은 분명 괴리감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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