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배우는 오늘도', 문소리의 진짜 같은 가짜 인생극장

[리뷰]'여배우는 오늘도'

이경호 기자  |  2017.09.07 10:51
영화 '여배우는 오늘도'/사진=영화사 연두


데뷔 18년차 중견 여배우 문소리. 각종 영화제 시상식에서 트로피를 손에 넣은 덕분에 어딜 가나 '스타 여배우'로 통한다. 작품, 연기로 배우로 인정 받아 누군가에게는 선망의 대상이다. 그러나 정작 자신은 맡고 싶은 배역, 함께 하고 싶은 감독의 러브콜이 없어 속이 상하다. 또 젊고 예쁜 여배우들과 자신을 두고 비교하는 것이 못마땅 하다. "너도 매력 있어"라는 말에 울컥하기도 하지만 남들 앞에선 쿨한 척, 멋진 척 하는 문소리의 삶은 웃음과 짠함의 연속이다.

친구들과 등산을 하기 위해 만난 문소리. 그녀는 함께 작업하고 싶은 감독이 자신을 찾지 않는 것에 아쉬움을 토로한다. 친구들이 "너도 매력 있다" "한국의 메릴 스트립"이라고 치켜세워주지만 러브콜 없는 현실에 결국 짜증을 내고 만다. "팬이에요"라며 함께 술자리를 갖게 된 제작사 대표의 후배들이 자신과 남편에 대해 비꼬지만 유명 여배우라는 이유로 쓴소리 한 번 제대로 못 하는 것에 속상하고, 울화통 치미는 감정을 매니저에게 푼다. 그러다가도 자신이 원했던 감독의 작품 출연 제안 소식에 언제 그랬냐는 듯이 온화한 누나가 된다.

일상에서도 문소리는 '여배우'라는 타이틀에 얽매여 산다. 유명세가 무엇인지. 어머니의 부탁을 마지못해 들어주는데, 임플란트 시술 비용을 할인을 받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은행에서도 대출을 받는 과정이 참 서글프다.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사인하면서 자신의 경제 상황을 까발려야 하는 현실이지만 애써 웃음으로 상황을 모면해 간다. 여배우라는 후광이 일상에서도 펼쳐지니 피곤하기만 할 뿐이다. 남들 시선 아랑곳하지 않고, 소리 꽥꽥 지르며 스트레스도 풀고 싶지만 절대 그럴 수 없다. 왜냐면, 일상이지만 여배우니까.

장례식장에서도 여배우로 살아가는 삶은 고달팠다. 자신을 주인공으로 쓴 감독의 장례식장에서 고인의 생전 작품 철학을 두고 예술이다, 아니다를 두고 호흡을 맞췄던 배우와 입씨름을 벌인다. 여기에 죽은 감독과 그렇고 그런 사이를 의심케 하는 일면식도 없던 여배우 지망생과도 설전을 하게 된다. 심기 불편하고, 울컥 치미는 화는 감독의 아들이 보는 영상을 통해 누그러진다. 고된 삶의 향연은 술 한 잔 기울이는 것으로 뜻은 모아지고 언제 그랬냐는 듯, 웃음으로 무마된다.

'여배우는 오늘도'는 문소리의 단편 3부작 '여배우', '여배우는 오늘도', '최고의 감독'을 모아 장편으로 만든 장편이다. 3막 구성을 통해 여배우의 희로애락을 담았다. 일상에서 스타 여배우가 어떤 심정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지를 낱낱이 보여준다. 한껏 긴장감 높아진 상황에서 때로는 허탈하게, 때로는 박장대소 하게 되는 반전도 이어진다. 여기서 감독 문소리의 연출은 소소함 속에 찾아드는 웃음이다. 반면 그것을 만들어 내기 위해 누군가와 꼭 대화를 해야 하는 장면들을 붙인 것은 감독이 의식해 넣었다는 게 눈에 띄고, 과하다.

감독이 아닌 배우로도 문소리는 탁월하다. 꾸밈없어야 하는 캐릭터를 꾸밈없게 연기했다. 마치 영화가 아닌, 다큐멘터리인 듯 했다. 이 또한 연기임을 알지만 그만큼 과하지 않게 자연스럽게 표현해 냈다는 게 이번 작품에서 그녀의 연기 포인트.

문소리와 함께 호흡한 배우들의 활약도 눈에 띈다. 매니저 역의 윤영균, 엄마 역의 성병숙 그리고 실제 남편인 장준환 감독의 깜짝 등장도 시선을 훔친다. 그 중 나긋나긋한 말투로 문소리와 대사를 나누는 장 감독은 목소리만으로도 희극적 요소를 더해준다.

진짜 같은 문소리의 가짜 인생극장이라고 할 수 있는 이 영화는 뜻하지 않는 곳에서 웃음을 찾을 수 있다. 피식피식 하며 웃기 딱 좋다.

9월 14일 개봉. 러닝타임 71분. 12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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