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지영 "오달수 사과 내 잘못 아냐"

전형화 기자  |  2018.02.28 10:31
방송화면 캡쳐

배우 엄지영의 목소리는 후련한 듯했다. 엄지영은 27일 JTBC '뉴스룸'에 출연해 오달수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고 토로했다. 얼굴과 이름을 공개한, 어렵고 용기 있는 결정이었다.

28일 오전 엄지영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날 '뉴스룸'에서 "제 이야기 들어주셔서 감사하다"고 했다. 그녀의 이야기를 더 듣고 싶었다.

엄지영은 "출근하는 길"이라고 했다. 힘든 고백을 한 다음 날이지만, 그녀에게도 어김없이 어제와 똑같은 하루가 시작됐다. 그래도 오늘은 어제와 분명 달랐다.

엄지영은 "제일 걱정했던 게 엄마였다"면서 "다행히 엄마가 이해를 해주셨다"고 말했다.

"그 당시가 아버님 돌아가시고 얼마 안된 시기였어요. 엄마가 '니가 혼자서 그걸 겪어낸 게 많이 힘들었겠다. 그게 아플 뿐 다 이해한다'고 하셨어요. 되게 마음이 많이 편해졌어요."

성추행 피해자라고 방송에서 얼굴을 공개한다는 건 보통 용기가 아니다. 보통 각오가 아니다. 2차 피해도 걱정된다. 주변의 만류도 어쩌면 당연하다. 엄지영은 "아무래도 가깝게 지내는 사람들은 방송 전에도 만류했고, 이후에도 내가 힘들어 할까 걱정한다"고 말했다.

"왜 꼭 너여야만 했냐고 한다. 그 마음 다 아니깐 이해한다"고 했다.

엄지영이 정말 걱정했던 건 연극이다. 혹여 자기의 고백으로 사람들이 연극에 환멸을 느끼게 될까 두려웠다.

엄지영은 "연극배우로서 연극계에 대해 이야기했다. 사실 연극계만 그런 게 아니잖느냐"면서도 "혹여라도 관객들이 연극계는 왜 이 모양이냐고 환멸을 느낄까 정말 걱정했다"고 말했다.

"그렇게 되면 정말 힘들게 연극을 하고 있는 친구들이 피해를 받을까봐, 연극을 사랑하고 연기를 하려는 사람들이 연극계에 환멸을 느낄까 정말 걱정했어요. 그런데 방송이 나가고 연기하는 많은 친구들과 동료, 제자들이 '힘내서 연극하겠다'고 연락들이 왔어요. 정말 제일 제일 고마웠어요."

"사실 연극을 한다고 하면 부모님들이 많이 반대하세요. 저도 그랬어요. 그래서 힘들게 준비하는 친구들이 너무 많아요. 내가 이야기한 게 혹시라도 어렵게 준비하는 친구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을까 걱정했어요. 그런데 방송을 보시고 '부모로서 아이들이 앞으로 일할 공간이 깨끗하게 되도록 용기 내줘서 고맙다'는 연락을 해주셨어요. 정말 감사했어요."

엄지영은 방송 전에도 이후에도 오달수에게서 연락은 일절 받지 않았다고 했다. 방송에서 "얼굴보자"라고 한 건 다른 의미라고 설명했다.

"얼굴보자라고 한 건, (오달수가)제게 한 이야기가 아니에요. '뉴스룸'에서 피해자가 인터뷰를 했는데도 불구하고 얼굴을 안 내밀고 이름을 공개하지 않으니깐 그런 적이 없다고 한 기사를 봤어요. 그래서 '좋다. 얼굴 맞대고 이야기하자. 얼굴보자' 이런 뜻으로 한 이야기였어요."

엄지영은 "제가 어제 이야기 했어도 (오달수쪽에서) 분명히 다른 이야기를 할 지 몰라요. 증거를 내놓으라고 할지도 모르고"라고 했다.

엄지영에게 물었다. "오달수가 그 전까지는 사실무근이라고 했지만 엄지영씨 이후에 잘못을 인정한다면 심정이 어떨 것 같냐"고.

엄지영은 말했다. "제 잘못이 아니었다는 걸 인정받게 된 것 같다"고. 자신의 잘못이 아니었지만 잘못처럼 여기며 살아왔던 시간과 작별하게 될 것 같다고 했다.

"(그 일 이후)사람들의 시선이 두려워서 또 다른 나를 연기하면서 살았어요. 어떤 반응을 보일지 몰라서, 들킬까봐, 남들이 웃고 있으면 같이 웃고 있어야 했어요. 이젠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아요. (오달수가 사과를 한다면)제 잘못이 아니란 걸 인정 받게 될 것 같아요."

전화를 끊으며 엄지영은 "제 이야기를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말했다. 어제와 오늘이 같았다. 하지만 그녀에게 어제와 오늘은 분명 다른 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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