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칸영화제의 화두는 '여성'이었다. 수상작들의 면면에선 적극적으로 대중성을 끌어안은 경향이 읽힌다. 기대를 모으던 '버닝'의 칸영화제 본상 수상은 불발됐다.
제71회 칸국제영화제가 12일간의 일정을 마치고 19일(현지시간) 폐막했다. 최고영예인 황금종려상은 일본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연출한 '만비키 가족'에게 돌아갔다.
담담하지만 따뜻한 시선으로 가족의 이야기를 포착해 온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경쟁부문만 5번째 초청된 칸의 총아. 올해 영화제 경쟁부문 초청작 중 가장 긴 15분 동안 기립박수가 쏟아진 '만비키 가족'의 황금종려상에 이견을 제기하는 이는 거의 없다. 심사위원대상(그랑프리)가 스파이크 리 감독의 '블랙클랜스맨'에게 돌아간 것 역시 마찬가지다.
다만 호평 속에 황금종려상 수상 전망까지 나왔던 이창동 감독의 영화 '버닝'이 본상 무관에 그친 것은 아쉽다. 대신 신점희 미술감독이 뛰어난 성취를 보인 기술 스태프에게 주어지는 벌칸상을 수상했으며, 국제영화비평가연맹상을 거머쥐며 평단의 극찬을 재확인하는 것으로 아쉬움을 달래야 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을 원작으로 서로 다른 세계를 지닌 세 젊은이의 이야기를 미스터리 형식을 빌려 섬세하고도 밀도있게 그려낸 '버닝'은 청춘의 분노, 세상의 미스터리를 이야기하는 이창동 세계의 변화이자 집대성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유아인, 스티븐 연, 전종서 등 배우들의 연기도 높은 평가를 얻었다. 칸영화제 소식지를 발행하는 스크린 데일리에서는 무려 4점 만점에 3.8점이라는, 역대 최고 평점을 받아 더 화제가 됐다.
여성 감독들의 활약도 돋보였다. 레바논 난민의 처절한 삶을 그린 여성감독 나딘 라바키의 '가버나움'은 심사위원상을 수상하며 영화제에서의 화제성을 트로피로 이어갔다. 첫 경쟁부문 진출에 수상까지 하며 칸이 주목하는 신예 감독으로 거듭났다. 역시 여성 감독인 이탈리아 알리스 로르바허 감독의 '라자로 펠리체'는 이란 자파르 파니히 감독의 '쓰리 페이스'와 함께 각본상을 공동 수상했다. 여성 황금종려상 수상자는 이번에도 탄생하지 않았지만, 올해 경쟁부문에 초청된 여성감독 3명 가운데 2명이 상을 받은 셈이 된다.
할리우드는 물론 세계 영화계를 강타한 하비 와인스타인 성폭력 파문, 이어진 미투운동이 칸에도 강력한 영향을 미친 가운데, 올해 칸영화제는 시작부터 '여성'을 화두로 제시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이 문제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 온 호주 출신 배우 케이트 블란쳇을 심사위원장으로 임명하고, 경쟁부문은 물론 주목할만한 시선 등 모든 부문 심사위원들을 여성이 과반수가 되도록 배정했다. 성폭력 신고를 위한 핫라인을 설치하며 성폭력에 대해 경각심을 갖고 있다는 신호를 보내기도 했다.
82명의 여성 영화인들이 벌인 뤼미에르 레드카펫 시위는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시작부터 여성 100인의 행진이 있을 것이라는 예고가 있었지만 그와는 다소 달랐다. 82명의 여성 영화인을 통해 71년 역사의 칸영화제가 경쟁부문에 초청한 전체 작품 중 남성 감독의 영화가 1688편인 반면 여성 감독의 작품은 82편에 불과했다는 것을 꼬집은 것이다. 마이크를 잡은 케이트 블란쳇은 이를 강조하며 "황금종려상은 이름을 열거하기에도 벅찬 71명의 남성들에게 주어졌고, 여성은 단지 2명이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심사위원 크리스틴 스튜어트가 맨발 레드카펫으로 여성에게 하이힐을 강요하는 칸의 성차별과 권위의식을 꼬집은 일도 빼놓을 수 없다.
올해 칸영화제는 이전과는 다른 방침을 내세워 시작부터 눈길을 모았다. 레드카펫에서의 셀카 금지는 적발될 경우 입장 거부까지 불사한다는 강경한 입장을 흘린 탓에 시작부터 정착되는 분위기다. 레드카펫 진행 시간이 확연하게 빨라졌다.
갈라 스크리닝의 김을 빼는 SNS 평론을 차단하고자 초청작의 사전 언론시사를 모두 폐지한 것도 올해 칸영화제의 달라진 점이었다. 그럼에도 수많은 관객과 평론가들이 SNS를 통해 의견을 내고 영화를 평가했다. 칸영화제의 변화가 세계 최고 영화제로서 절차와 코드를 앞세운 권위의식의 상징인지 영화 본연의 모습에 집중해 달라는 처연한 호소인지를 판단하려면 좀 더 시간이 걸릴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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