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정 항의하다 심판에 '90도' 인사했던 사나이 박건우(인터뷰)

김우종 기자  |  2018.05.21 06:00
두산 박건우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



19일 부산 사직야구장. 두산-롯데전.

두산 장원준이 2회 8실점 하며 무너졌다. 4회말이 끝나고 두산은 1-11로 크게 뒤져있었다. 급기야 8회에는 전준우에게 만루포를 내주며 2-15가 됐고, 결국 그대로 패했다.

이 경기 도중 승부가 기울자 두산 김태형 감독은 주전 선수들을 대거 교체했다. 1번 오재원, 2번 허경민, 4번 김재환, 5번 양의지가 빠졌다. 8번 김재호까지. 그러나 3번 박건우는 바뀌지 않았다. 황경태가 데뷔 첫 타석을 소화하고, 조수행이 데뷔 첫 2루수를 맡았지만, 박건우는 두산의 외야 중심을 굳건하게 지키고 있었다. 경기가 다 끝날 때까지.

박건우는 올 시즌 43경기에 나서 타율 0.302(172타수 52안타) 2홈런 4도루 21타점 27득점 장타율 0.407 출루율 0.353 OPS 0.760을 기록 중이다. 멀티히트 경기는 16차례나 된다.

박건우는 늘 경기를 앞두고 힘차고 밝게 웃는 모습을 보이며 분위기를 띄우는 편이다. 타고난 성격이 그런 걸까.

"저희 팀이 미팅을 늘 하면 (오)재원이 형이나 (김)재호 형이 이야기를 많이 해요. '이제는 우리 신경 쓰기도 힘들다'고. 그래서 (허)경민이나 저희 또래 선수들이 중간에서 역할을 잘해야 하는 것 같아요. 오히려 분위기가 다운되고 처지면 웃으려고 하고. 벤치 분위기도 살리려고 하고. 그런 걸 계속 하다 보니 몸에 밴 것 같아요. 야구 스트레스 받으며 어떻게 웃겠어요. 그런데 팀을 위해서는 그게 아니더라고요. 저 하나가 희생을 해야 밑에 있는 후배들도 따라오고, 형들도 편하게 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장난기가 많이 보이나 봐요. 형들한테 배우는 거죠."

박건우는 야구 실력만큼이나 훈훈한 외모로 많은 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곱상하게 생겼지만 오히려 터프하다. 지난해 4월 21일이었다. 당시 시즌 초반 부진으로 힘든 시기를 보냈던 박건우. 인천 SK전 도중 삼진을 당하자 배트를 땅에 내리치며 두 동강 냈다.

당시를 떠올린 박건우. "그날 행동을 가장 많이 후회해요"라고 입을 연다. "제가 야구 못한다고 방망이를 부러트리고. 그런 행동을 하면 안 되는데 그때에는 그런 행동이 나오더라고요. 야구장에는 다양한 연령대 팬들이 오시잖아요. 어른들은 이해를 해주실 수도 있다고는 생각하는데, '어린 친구들이 본다면 안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그 후 되게 많이 했어요. 되도록 표현을 안 하려고 하는데, 순간적으로 (감정이) 확 올라오니까. 생각 없이 나온 행동이었는데, 하고 엄청 후회가 되는 거예요. 배트는 그날 딱 한 번 그렇게 부러트려 봤네요. 야구를 보면서 커오는 아이들을 본다면 그런 행동을 하면 안 되는 건데…."

박건우는 경기 전 늘 이 모습이다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


지난해 여름 어느 날. 대구 두산-삼성전. 볼 판정에 불만을 품고 항의를 하자 마스크를 쓴 구심이 선수에게 다가왔다. 일촉즉발의 상황. 하지만 판정에 항의를 하던 선수는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힌 뒤 구심에게 모자를 벗으며 90도로 허리 숙여 인사했다. 박건우였다.

박건우는 그 당시 상황에 대해 "페이스가 조금 떨어지고 있을 때였어요. 공 하나의 판정만 보고 그런 건 아니었던 것 같아요. 제가 그때 격하게 말씀 드린 건 아니고, "아, 심판님 이번 건 조금 먼 것 아닙니까"라고 말씀드리니까. "뭐?"라고 하시면서 다가오시더라고요. 그 말씀 듣고 '아. 내가 잘못한 건가. 심판님도 잘 보시려고 하다가 그랬겠지. 조금 그렇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바로 "죄송합니다"라고 했죠. 어른이시니까요. 사실 그런 거 하나로 흔들릴 수도 있지만, 제가 앞으로 봤을 때 '제가 죄송하다고 하는 게 맞겠지. 어른이시고 선배님이시니까' 이런 생각이 들어 "죄송합니다" 했어요"라고 이야기했다.

2009년 두산에 입단한 박건우는 무명 시절을 거쳐 2016년 본격적인 주전으로 도약했다. 우승 팀의 주전 선수로 뛴다는 게 하루아침에 이뤄질 수는 없는 일. 박건우는 "그냥 항상 준비하고, 저도 이 자리에 뛰고 싶다는 꿈이 있었으니까요. 생각만 해도 벅찬 자리잖아요. 솔직히 저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선수들의 꿈이 아닐까요. 그렇게 마음을 먹고 준비를 하다 보니까. 한 자리, 한 자리가 생겼던 것 같아요. '나도 저기서 뛰고 싶다'라는 그런 욕심? 마음이 강했던 것 같아요. 솔직히 두산 외야진이 좋았잖아요. 제가 저 자리에 과연 들어갈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하다가 욕심이 생긴 거죠. (정)수빈도 그렇고, (허)경민, (김)상수, (안)치홍이 등 다들 1군 무대서 뛰고 있었거든요. 전 그때 '얘네들이 잘했나?' 이런 것만 보고 있었죠. 부러웠어요."

박건우가 후배들한테 전하고 싶은 성공의 비결이 있을까. 그러자 박건우는 "제가 무슨 이야기를 하는 것보다, 격려는 해줄 수 있을 것 같아요. '나도 이랬다. 못했다. 못하고 있다'며 격려는 해줄 수 있어요. 그런데 '앞으로 어떻게 해라. 넌 이렇게 하면 될 거다? 이런 건 솔직히 잘 못하겠어요. 왜냐하면 솔직히 기량으로 봤을 때 (조)수행이나 (김)인태는 정말 기대치가 큰 선수들이잖아요. 그런데 제가 감히 조언을? 그건 좀 아닌 것 같아요. 그건 자기 자신이 느끼면서 하는 게 맞는 것 같아요. 좋은 말을 한다고 해도 그게 잘 들어오겠어요"라고 한다.

이어 그는 LG로 이적한 김현수를 언급하며 "(김)현수 형은 정말 제게 좋은 말을 많이 해주고 그랬어요. '이렇게 하면 된다'고 말씀해주시는데, 전 야구장에 가면 그게 안 되는 거예요. 김현수라는 사람은 정말 대단한 사람이고. 현수 형이 "이렇게 쳐라"하고 편하게 설명을 해주는데 전 그게 너무 어려운 거예요. 아예 스타일이 다른 거죠. 그런 제가 감히 후배 선수들한테 조언을? 그건 아닌 것 같아요. 격려 정도는 해줄 수 있겠지만요."

P.S 박건우가 전하는 프로게이머 염보성과 관계.

"어릴 때부터 같이 자라왔어요. 부모님끼리 친하고 해서. 매일 (염)보성이와 놀았죠. 그러다 커가면서 보성이는 프로게이머가 되고. 저는 운동을 하면서 연락을 못하다가. (염)보성이가 유명해져서 연락이 닿았죠. 이번에 밥 먹고 그랬는데 보기 좋더라고요. 유명한 사람이 돼 함께 볼 수 있다는 게 좋았어요."

박건우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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