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왕'=송강호..변화무쌍한 천의 얼굴②

[★리포트]

김현록 기자  |  2018.12.18 11:15
송강호 / 사진='마약왕' 스틸컷

영화 '마약왕'은 한 남자의 이야기다. '잘 살아보자'는 캐치프레이즈가 온 나라를 뒤덮었던 그때, 그렇고 그런 밀수업자에서 출발해 전설의 마약왕이 되어버린 한 남자의 흥망성쇠와 희로애락이 `1972년부터 1980년대까지 한국의 현대사와 맞물려 139분간 펼쳐진다. 영화의 제목이기도 한 '마약왕' 이두삼이 영화의 주축이자 핵심 자체. 수식어가 필요없는 배우 송강호가 그 남자를 연기했다. 두 말이 필요없다. '마약왕'은 송강호의 영화다.

영화의 시작은 1972년. 단란한 가족을 꾸리고 살아가는 부산 사내 이두삼이 된 송강호는 손재주 좋고 생활력 강한, 평범한 가장의 모습으로 첫 인사를 한다. 그를 대표하는 이미지나 다름없는 모습. 1218만 관객을 모은 지난해 최고 흥행작 '택시운전사'에서 본 적당히 속물적인 아버지도 떠오른다. 의기양양하게 들고 온 일제 밥통을 좁은 방에 모셔놓고 아내와 흥겹게 춤을 추는 송강호의 모습을 지켜보다 보면 스르르 경계심이 풀릴 정도다.

밀수죄로 중앙정보부에까지 끌려가 고초를 겪고 난 뒤 드라마틱하게 바뀌어가는 이두삼의 이야기를 송강호는 때로는 인간미 넘치는 모습으로, 때로는 속물적인 모습으로 그린다. 그의 삶은 드라마틱하게 변화하기 시작한다. 직접 마약을 만들고 유통을 하고 판로를 개척하며 돈과 권력을 주무르게 된 이두삼이 마약계의 거물로 쑥쑥 성장해가는 동안 송강호의 얼굴도 변화무쌍하게 바뀌어간다. "'살인의 추억' 이후 약 15년 사이 보여주고 연기했던 캐릭터의 모습이 마음껏 담길 수 있겠구나" 했다는 송강호는 말 그대로 신들린듯 연기한다.

영화의 막바지, 명실상부한 마약왕이 된 이두삼의 모습은 이전의 송강호에게서 보지 못했던 강렬함과 파격으로 가득하다. 최고급 실크 양복과 모피 코트를 두른 채 "내가 이 나라를 먹여 살렸다"고 자신하는 시대의 괴물이 그곳에 있다. 소시민이나 다름없던 가장이 괴물이 되고 또 스스로 파멸해가는 극과 극의 간극을 송강호는 기어이 설득해낸다. 설득되지 않을 재간이 없다. 영화의 막바지 마약에 취한 채 광기를 폭발시키는 이두삼의 후반부에선 입을 떡 벌리게 된다.

그의 투혼도 빛을 발한다. 고문실에 끌려간 이두삼이 거꾸로 매달린 채 팬티 바람으로 매를 맞는 장면은 대역이나 와이어 장치의 힘조차 빌리지 않은 채 송강호가 직접 연기했다. "고통이 적나라하지 않으면 후반부가 말이 안 되기에" 결국 해냈다. 아내 역할 김소진을 손찌검했다 '쌍따귀'를 맞는 대목은 "한 대 정도로는 안 될 것 같아" 직접 제안한 설정이다.

'마약왕'은 송강호란 천의 얼굴의 상찬이다. 그의 연기만으로도 배가 부를 만큼. 그 강렬한 변신만으로도 '마약왕'은 볼만한 영화로 기억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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