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마비노기 유저들을 분노하게 했는가

이덕규 객원기자  |  2019.01.30 11:48
1/26 류트 서버 29채널. 출처) 척현Youtube
최근 마비노기 게임 내에서 운영진 정책에 항의하는 유저들의 대규모 시위가 열렸습니다. 시위의 내용은 마비노기의 오래된 캐시 아이템, ‘세공’에 관한 사안이었습니다. 세공은 자신의 캐릭터에 특수한 능력치를 부여하거나 스킬의 효과를 높여주는 장비입니다. 유료로 세공 아이템을 구입해 사용하면 일정확률로 효과가 부여되는 확률형 아이템이죠.

문제는 여기서 시작됩니다. 유저들은 아무리 세공도구를 사용해도 원하는 옵션이 뜨지 않는 것 같다고 이의를 제기했습니다. 이를 계속 제보했지만 ‘정상입니다.’라는 대답만 나왔죠. 그런데 지난 1월 24일, 점검을 통해 많은 수의 세공 버그가 수정되었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실제로 유저들이 뜨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옵션은 실제로 누락되어 있었던 것입니다. 일정 확률로 나오는게 아니라 아예 확률이 0%였던 것이죠. 게다가 운영진은 말 없이 현재 세공의 테이블까지 바꾸었습니다. 이를 알게 된 유저들은 마비노기 게임내에서 대규모 시위를 열게 된 것이죠.

세공 사건 경위
마비노기의 캐시 아이템 ‘세공 도구’

마비노기의 ‘세공’은 게임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장비 아이템에 캐시 아이템인 ‘세공 도구’를 사용해 특정 옵션을 띄우게 하는 과금 콘텐츠입니다. 대게 캐시 아이템이 그렇듯 세공 한 두번으로 원하는, 좋은 옵션을 띄울 수 없습니다. 공식 홈페이지의 아이템 샵에서 제공하는 고급 세공 도구(1,200원, 옵션의 변경, 업그레이드)와 크레드네 세공 도구(3,600원, 옵션의 변경, 업그레이드, 개수 변경)을 구입해 사용해야 합니다.

세공의 순서는 다음과 같습니다. 먼저 원하는 아이템에 잡화점에서 구입하는 ‘일반 세공 도구’로 하나의 옵션을 띄웁니다. 다음 단계로 옵션이 3개 뜰 때까지 ‘크레드네 세공 도구’를 사용해야 합니다. 옵션을 1랭크까지 올리기 위해 계속해서 ‘고급 세공 도구’를 사용해야 하죠.

1랭크까지 올리고 나면 이제 원하는 옵션의 최종 레벨(보통 20레벨)이 뜰 때까지 계속해서 ‘고급 세공 도구’를 사용합니다. 이로 인해 최종 장비를 맞추기 위해는 몇 십, 몇 백 만원을 투자해야 합니다. 한마디로 엄청난 돈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거죠.

문제는 게임에서는 세공에 대한 자세한 정보와 확률을 제공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유저들은 세공을 많이 해 보고 어떤 장비에 어떤 옵션이 뜨는지 통계를 내어 추측할 뿐입니다.

사건의 발단, 유저들의 합리적 의심

장비에 뜨는 옵션은 통계로 나와 있지만, 문제는 레벨입니다. 대부분은 20레벨이 한계 수치입니다. 1랭크로 띄워져 있는 장비에 고급 세공 도구를 사용해도 20레벨은 쉽게 뜨지 않습니다. 확률이 매우 낮기 때문에 더 많은 돈을 투자해야 하죠.

하지만, 이 옵션이 절대 뜨지 않는 옵션이었다면? 수없이 장비에 세공 도구를 들이부은 유저들은 이제 어느 장비에서는 특정 고레벨 옵션이 뜨지 않는 다는 점을 발견하게 됐습니다. 그렇지만 단정할 순 없었죠. 어디에도 공개된 공식 자료는 없었으니까요. 고객센터를 통해 질문해도 대답은 대부분 ‘정상입니다.’ 였습니다.

이번 사태의 시발점이 된 것은 ‘기간틱 노블레스 건틀렛’이라는 자이언트 캐릭터 전용 장갑에 특정 세공 옵션이 뜨지 않는 문제였습니다. 이는 2017년부터 제기되어 온 문제인데요. 그 전부터도 활, 신발, 양손검 등에서도 특정 랭크에서 옵션이 뜨지 않는 상황이 하나의 ‘버그’ 취급되어 왔습니다.

사건의 전개. 드디어 세공 패치…. 졸속 보상안

위에서 언급한 문제들은 지난 1/24 패치로 모두 수정되었습니다. 자이언트 윈드브레이커 옵션에 관한 세공 조사를 하다가 다른 문제도 발견되어 같이 수정됐다고 하는데요. 모두 합리적인 보상을 받았을까요? 그렇지 않았습니다. 이 세공 사태에서 유저들이 받은 보상은, [복구 대상 변경점에 있는 아이템에, 2018년부터 유료 세공을 한 적이 있는 캐릭터에게, 고급 세공 도구 10개 지급]이 유일했습니다.

원래 고급 세공 도구는 1,200원이지만 10개 묶음으로는 10,000원에 살 수 있어 단돈 만원 보상이 되었습니다.
활의 경우도 ‘2랭크에서 얼음 속성 세공이 나오지 않던 문제가 수정됐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공용 신발의 경우 ‘등장 확률이 조정된다.’고 밝혔습니다.

추가적으로 다음 날 오후에는 특정 무기군의 세공 옵션 테이블이 변경됐다고 늦게 공지가 올라왔습니다. 기존 종결 옵션이라고 가지고 있던 내 무기에, 다시 고급 세공 도구를 쓸 수밖에 없게 된 것입니다. 또한 게임 내 화폐로 얻을 수 있는 세공 도구는 쓰기 어렵게 되어 유료 세공 도구를 써야 하는 문제점도 발생했습니다.

‘우리는 개돼지가 아니다’ 시위

이제 꼼꼼하게 체크해서 버그도 고쳤으니, 앞으로 마비노기는 세공에 관해 깨끗하다고 확신할 수 있게 됐을까요? 이를 믿지 못했기 때문에 유저들은 게임내에서 시위를 계획했습니다.

시위를 계획한 마비노기 갤러리 닉 ‘기영이’ 유저는 특정 세공 누락 아이템으로 세공을 한 모든 유저에 대한 환불, 세공 확률 테이블 공개, 한정 키트와 상시 키트의 개수 공개, 노력하겠다는 공지/사과를 요구했습니다. 시위는 1/26 토요일 오후 7시에 특정 채널에서 이루어졌으며, 파티 창이나 대전, 스킬 사용, PvP 등으로 서버 혼란을 일으켰습니다.

유저들의 목소리를 내기 위한 시위였지만 상당한 렉을 일으켰는지 서버는 ‘꽉참’ 상태가 되어 접속 불가능이 되기도 했습니다. 이에 “왜 다른 유저에게 피해를 주느냐”로 시위에 대한 갈등이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보상만으로 사태를 종결시키지는 말 것

유저들의 이야기를 들은 걸까요? 1/28 오후, 현재 마비노기를 맡고 있는 박웅석 디렉터의 사과 공지가 올라왔습니다. 불편함을 줬다는 사과와 함께, 리포팅을 받았을 때부터 여러 가지 문제를 발견했고, 이를 확실히 고치기 위해 전수 조사를 수 개월 진행했다고 합니다.

무엇보다 빠른 수정이 중요하다고 판단되어 바로 진행했고, 이로 인한 보상 수준이 미흡했다고 인정했습니다. 2018년 이전은 세공을 한 유저들의 데이터를 파악하기가 힘들어 기준을 정해 보상을 일괄 지급했고, 이로 인해 유저들을 만족할 만한 결과가 아니었다는 것입니다. 추가로 기존 보상자들에게 사용한 개수만큼 전량 보상 처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피해를 입은 유저들에 대한 보상도 충분히 중요합니다. 다만 조사가 어렵다고 해서 갑작스럽게 많은 보상을 지급하는 것은 아이템의 시세나 물량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을까 걱정하는 유저들도 많습니다. 핸들/듀얼건/수리검/체인 세공, 신비로운 세공 도구에 대한 변경점도 마찬가지죠. 시급한 수정은 반가운 일이나, 사태를 진정시키기엔 좀 더 적절한 조치가 있지 않나 생각됩니다.

원래 고급 세공 도구는 1,200원이지만 10개 묶음으로는 10,000원에 살 수 있어 단돈 만원 보상이 되었습니다.
이번 사건으로 넥슨은 비난을 피하기 어렵게 됐습니다. 옵션의 확률을 실수로 0%로 방치했다면 명백한 관리 소홀입니다. 설령 그것이 버그라도 말입니다. 디렉터가 수시로 바뀌어 그 때마다 운영 방침이 달라졌다고는 하지만, 몇 년 동안 확률을 0%로 방치한다는 건 선뜻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만에 하나 일부러 옵션 확률을 0%로 책정했다면 문제는 더 커집니다. 유저들을 상대로 거짓말을 한 것이니까요.

어떤 아이템에 어떤 세공 옵션이 뜨고, 어느 정도의 확률로 뜨는지, 유저들은 정확한 데이터 테이블과 확률표를 원하고 있습니다. 어떤 일이 발생해도 마비노기에 돈을 쓰던 유저들이 앞으로 뭘 믿고 세공을 할 수 있을까요?

시위에 참여한 유저들은 하나같이 "우리는 개돼지가 아니다"라고 외칩니다. 이번 사건으로 넥슨이 한국 마비노기 유저를 고객으로 생각하고 있는지, 그동안 운영방식에 문제가 없었는지, 근본부터 바로잡아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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