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 오재원(34)의 대답은 짧고 간단했다. 어린이 팬을 위해서라면 응원팀이 상관 없다는 얘기였다.
두산의 주장이자 정신적 지주 오재원이 보여준 작은 행동이 잔잔한 감동을 안기고 있다.
사연은 이 달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두산의 정규시즌 막바지 순위 싸움이 한창인 가운데 한 유튜브 사이트에 '관중석에 있는 어린이 팬과 캐치볼을 하는 선수'라는 제목과 함께 한 편의 영상이 올라왔다.
영상 속 선수는 오재원이었다. 경기를 앞두고 오재원은 외야에서 편한 차림으로 몸을 풀고 있었다. 외야 관중석에는 선수들을 보기 위해 일찍 입장한 어린이 팬들이 10명 이상 모여 있었다. 그 중에는 손에 글러브를 낀 아이들도 있었다.
이를 본 오재원은 외야에 있는 아이들 쪽으로 공을 살살 던졌다. 뜻하지 않게 공을 받은 아이들은 신이 난 듯 오재원과 공을 주고 받았다. 그 중 한 어린이는 두산의 라이벌팀인 LG 트윈스 유니폼과 모자를 쓰고 있었다. 그런 어린이를 두산 꼬마 팬들이 부러움 가득한 시선으로 쳐다보기도 했다.
이제 두산은 올 시즌 가장 중요한 일전만을 남겨놓고 있다. 키움 히어로즈를 상대로 한 대망의 한국시리즈 1차전이 22일 오후 6시 30분 잠실야구장에서 펼쳐진다.
최근 잠실구장에서 팀 훈련 중 만난 오재원은 캐치볼을 한 상황에 대해 "어린이 팬들이니까요"라는 짧은 말만 남겼다. 그의 말처럼, 오재원은 평소 특히 어린이 팬들에게 팬 서비스를 잘 해주기로 익히 알려져 있다.
사실 오재원은 올 시즌 가장 힘든 한 해를 보냈다. 2007년 두산에 입단한 그는 13시즌 만에 처음으로 1할대 타율(0.164·98경기)을 기록했다. 그래도 오재원은 묵묵히 팀에서 '더그아웃 리더' 역할을 충실히 해냈다. 그는 큰 경기 경험도 풍부하다. 올해가 그의 8번째 한국시리즈다. 한국시리즈에서는 총 30경기에 출장해 타율 0.253, 1홈런 7타점 10득점 5도루를 기록했다.
당장 올해 성적만 놓고 보면 일단 최주환(31)이 한국시리즈에서 선발 2루수로 나설 가능성이 높다. 그래도 오재원은 경기 흐름을 바꿀 수 있는 선수로 평가받는다. 시즌이 끝난 뒤 오재원은 특유의 파이팅과 솔선수범하는 자세로 누구보다 한국시리즈를 열심히 준비했다. 최근 2년간 한국시리즈에서 고배를 마셨던 두산 그리고 오재원. 과연 이번에는 마음껏 웃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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