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의 힘, K리그 유스 시스템에서 나온다

김우종 기자  |  2020.09.16 14:12
대한민국 U-23 대표팀이 태국 방콕 라자망갈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0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사우디 아라비아와 결승전에서 1-0으로 이긴 뒤 우승컵을 들어올리고 있다. /사진=뉴스1
최근 한국 축구는 유소년 나이대에서 특히 강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에는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에서 사상 첫 준우승을 차지했다. 한국 남자 축구가 FIFA 주관 대회 결승에 오른 건 이 대회가 처음이었다. 또 지난 1월에는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U-23) 챔피언십 대회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그리고 이런 쾌거의 밑바탕에는 미래를 멀리 내다보고 지속적으로 투자한 K리그의 유스 시스템이 있었다는 평가다.

◆ K리그 유스 시스템, 2008년부터 본격 정착

한국 축구에 본격적으로 유스 시스템이 정착하기 시작한 건 2008년이었다. 당시 한국프로축구연맹은 K리그 전 구단의 유소년 시스템을 의무화하면서 K리그 주니어(U18) 대회도 출범시켰다. 각 팀들은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풀뿌리 축구에 관심을 갖고 투자하기 시작했다. 이제는 K리그1, 2 소속 모든 구단이 산하에 각 연령별(U-18, U-15, U-12) 유소년 클럽(학교팀 또는 클럽팀)을 보유하고 있다.

무엇보다 팀 성적보다는 어린 선수들의 기량 향상을 돕는 데 힘썼다. 이런 원칙을 바탕으로 연맹은 선수 중심의 육성 환경을 적극적으로 지원했다. 대회 운영을 활성화하면서 어린 선수들에게 실전 기회를 최대한 많이 부여했다. 2008년부터 U-18 주말리그를 시행했으며, 2019년부터는 U-15 리그를 운영 중이다. 또 저학년 선수들의 참가 기회 확대를 위해 저학년 U-17, U-14 리그도 병행하고 있다.

'국내 최고 유소년 육성 대회'를 표방한 K리그 유스 챔피언십 대회도 개최했다. K리그 1, 2부 산하 22개 전 구단이 참가하는 대회로 오후 6시 이후 모든 경기가 조명 시설이 갖춰진 경기장에서 펼쳐졌다. 다만, 올해에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해 U-18 대회만 축소 운영했다.

2020 K리그 주니어 A조 대회 모습. FC안양 U-18 유스팀 안양공업고등학교(왼쪽)와 수원 삼성 U-18 유스팀 매탄고등학교 선수들이 도열한 채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 과학적 시스템 도입, 지도자 역량 강화

연맹은 과학적인 분석 시스템도 적극 도입해 경기력 향상을 지원했다. 선수 개인별 경기 분석 시스템 및 앱과 웹사이트를 통해 고품질 경기 영상 및 분석 데이터를 제공했다. EPTS(Electronic Performance and Tracking System) 분석 장비를 통해 데이터를 수집한 뒤 분석 자료를 전달, 선수들은 자신이 뛴 거리와 평균 및 최고 속도, 활동 범위 등을 쉽게 알 수 있었다.

해외 연수 등 지도자 역량 강화를 위해서도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2013년부터 2019년까지 매년 1차례 K리그 유소년 지도자들을 대상으로 해외 선진 리그(영국, 독일, 스페인, 네덜란드, 포르투갈 등) 연수를 진행했다. 첫 해 9명으로 시작해 2019년에는 36명까지 늘어 7년간 총 159명이 선진 축구를 배웠다. 이들은 유소년 수준에 맞는 훈련 프로그램 개발 및 코칭 방법론, 유소년 선수 심리 및 커뮤니케이션 등의 다양한 주제를 공부했다.

K리그 유소년 지도자 아카데미 모습.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 K리그 유스 출신들, 대표팀서도 맹활약

이렇게 성장한 어린 선수들이 K리그 무대를 더 빨리 경험할 수 있도록 연맹은 적극 나서고 있다. K리그는 이미 2013년부터 U-23 선수들의 의무 출전 제도를 도입했으며, 지난해부터는 출전 연령이 22세 이하로 하향 조정됐다. 준 프로 계약 제도도 2018시즌부터 도입했다. 이에 K리그 구단 산하 유스 팀 고교 2, 3학년에 재학 중인 선수 대상으로 준 프로계약 체결 시, 구단 소속으로 K리그 공식 경기 출전이 가능해졌다. 오현규(19·상주)와 권혁규(19·부산), 박지민(19·수원삼성)이 준 프로 계약을 맺고 연맹 주관 유소년 대회는 물론, K리그까지 나서고 있다.

이런 연맹의 노력은 결과로 이어졌다. 최근 5년간 국내 고등부 전국 대회 중 K리그 유스 팀이 참가한 대회는 29개였는데, 그 중 24차례 우승(83%)을 차지했다. 올해에는 전국대회 중 7개 대회에 K리그 유스팀이 참가, 5개 대회 우승 트로피를 휩쓸었다.

이들의 역량은 곧 대표팀의 성과와도 직결됐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는 U-23 대표팀이 출전해 우승을 따냈다. 당시 20명의 선수단 중 15명이 K리거였으며, 그 중 12명이 K리그 유스 출신(소속)이었다.

8강까지 진출했던 2019 FIFA U-17 브라질 월드컵에서는 21명 중 17명이 K리그 유스 소속이었으며, 2019 FIFA U-20 폴란드 월드컵에서는 K리거 15명 중 12명이 K리그 유스 출신이었다. 또 지난 1월 AFC U-23 챔피언십은 23명 중 20명이 K리거, 이 중 14명이 K리그 유스 출신이었다.

이렇듯 한국 축구의 힘은 K리그 유스 시스템에서 나오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연맹은 계속해서 더욱 적극적으로 유소년 선수의 기량 향상을 도울 수 있는 정책을 펼치겠다고 강조했다.

안치준 연맹 유스지원팀장은 "성장 단계별 맞춤형 훈련을 개인별로 제공하는 등 선수 관리가 가능한 육성 시스템을 구축할 것"이라면서 "유소년 클럽 평가 인증제 사업을 통해 K리그 전체 육성 시스템 개선을 추진하겠다. 더 나아가 유소년 육성 성과를 지속적으로 관리해 구단 유스 육성 투자수익률(ROI) 관리 체계도 마련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부산 권혁규.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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