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머리 감독 모자도 벗게 만든' 레전드를 거부한 레전드가 있다

잠실=김우종 기자  |  2021.04.21 06:07
맷 윌리엄스(왼쪽) KIA 타이거즈 감독이 최형우의 개인 통산 2000안타 달성을 축하하며 어깨를 두들겨주고 있다. /사진=뉴스1
베테랑의 대기록 달성에 사령탑은 민머리가 훤히 드러나도록 모자를 벗으며 예우를 표했다. 정작 대기록을 달성한 베테랑은 '레전드'라는 말에 손을 내저으며 겸손한 자세를 보여줬다. 맷 윌리엄스(56) KIA 타이거즈 감독과 KIA의 정신적 지주 최형우(38)의 이야기다.

KIA 타이거즈와 LG 트윈스가 맞붙은 20일 잠실구장. 이날 경기 전까지 KIA는 팀 홈런이 단 1개에 불과할 정도로 장타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윌리엄스 감독은 경기 전 이에 대한 질문에 "국내서 스프링캠프를 치렀다고 해서 홈런이 적은 건 아닌 것 같다"면서 "홈런은 일반적으로 중심 타순에서 많이 나온다. 그 선수들은 당연히 3,4,5번에 들어간다. 때로는 6번서도 나온다. 중심 타순이 살아나면 홈런도 살아나게 돼 있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어 "며칠 전에는 이창진이 만루 홈런이 될 뻔할 정도로 좋은 타구를 날렸다"면서 살아났으면 하는 중심 타자에 대해 "'턱-초이-나(터커-최형우-나지완)'. 올(ALL·전부). 오늘 밤부터 다른 선수들도 모두 뜨거워졌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그리고 사령탑의 마음은 '해결사' 최형우에게 전해졌다.

최형우의 방망이는 1회부터 터졌다. 2사 2루 기회. 상대 선발 정찬헌을 상대로 볼카운트 2-2에서 5구째 몸쪽 높은 속구(141.7km)를 공략, 우월 선제 투런포로 연결했다. 타구 속도가 174.5km/h에 달할 정도로 강력한 라인드라이브성 홈런이었다. 이 안타는 지난 2002년 삼성에 입단(2차 6라운드 48순위)하면서 프로 생활을 시작한 최형우의 1999번째 안타였다.

이어 팀이 2-1로 앞선 5회초. 2사 1루서 최형우가 타석에 들어섰다. 이번에도 정찬헌을 상대해 풀카운트서 7구째 낮은 투심(141.4km)을 잡아당겨 우월 투런 아치를 그렸다. 이 홈런으로 최형우는 KBO 리그 역대 12번째이자 역대 2번째 최소 경기 개인 통산 2000안타를 완성했다.

최형우가 그라운드를 돈 뒤 홈을 밟고 더그아웃으로 들어오는 순간. 윌리엄스 감독이 구단서 준비한 꽃다발을 든 채 서 있었다. 이어 쓰고 있던 모자를 훌러덩 벗었다. 그의 빛나는 머리가 훤히 드러났다.

윌리엄스 KIA 감독.

윌리엄스 감독은 자신의 머리를 늘 유쾌하게 풀어낸다. 올 시즌 개막 전 미디어데이서 그는 '클렌징 폼으로 머리까지 감는가, 아니면 샴푸를 쓰는가'라는 질문을 받았다. 그러자 직접 모자까지 벗은 뒤 "역사상 처음 공개한다. 전 매일 아침 머리를 면도한다. 우리 선수들, 특히 머리에 까치집 생겨서 오는 선수들은 감독이 항상 일찍 준비하며 경기장에 온다는 걸 기억해주길 바란다. 그리고 여러분과 같은 머릿결 을 갖고 있다면 뭐든지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유쾌하게 말했다. 또 지난 1985년 한·미 대학야구선수권대회 때 류중일 전 LG 감독과 함께 찍힌 사진을 놓고 "뉴스 사진을 봤다. 그때엔 (내가) 머리카락도 있었던 것 같다"고 웃으며 이야기했다.

그랬던 그가 베테랑 선수의 대기록 달성에 스스럼없이 모자를 벗을 수밖에 없었다. 최형우를 향한 예우의 표시였다. 윌리엄스 감독은 최형우의 등을 툭툭 두들겨 주며 격려했다. 최형우는 동료들과 함께 하이파이브를 하며 기쁨을 나눴다. 우측 관중석을 맞고 그라운드로 돌아온 그의 2000안타 기념구와 함께 환하게 웃었다. 결국 팀은 6-3으로 승리했다.

경기 후 최형우는 "2000안타를 칠 수 있을 거라는 생각 자체를 해본 적이 없다. 믿어지지가 않는다"면서 '레전드'라는 말에 "쑥스럽다. 이런 기록을 생각하고 야구를 한 게 아니라 그런 생각은 머릿속에 없다. 지금은 그저 평범한 선수라 생각한다"고 한껏 자신을 낮췄다. 그는 "(안타) 목표는 따로 없다. 그저 매일 나와 팀이 이기는데 도움이 되는 안타를 치고 싶다. 그러나 타점은 중심 타자로서 계속 올리고 싶다. 최다 타점 기록은 깨트려보고 싶다"며 의욕을 보였다. 최형우의 개인 통산 타점은 1346점. KBO 리그 역대 최다 타점 기록 보유자는 이승엽(45)으로 1498점을 마크했다.

윌리엄스 감독은 "잠실에서 오랜만에 좋은 경기를 펼친 것 같다. 최형우가 값진 기록을 멋진 홈런으로 장식했다. 앞으로 더 많은 안타를 쳐낼 것이라 믿는다"며 축하 인사를 건넸다.

20일 잠실 LG전을 마친 뒤 인사를 나누고 있는 최형우(오른쪽)와 윌리엄스 감독.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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