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가에선 SBS가 발 빠르게 움직였다. 지난달 14일과 15일 이틀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K팝 페스티벌 '케이팝 플렉스'(KPOP. FLEX)를 성황리에 마쳤다. 엑소 카이, (여자)아이들, 아이브, NCT드림, 몬스타엑스, 마마무, AB6IX 등 인기 K팝 가수들이 지구 반대편으로 건너가 K팝 팬들을 만났다.
코로나19 이후 처음 유럽에서 열리는 대규모 K팝 공연인 만큼, 현지 팬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5만 명 규모의 좌석은 전석 매진됐다.
스타메이커 157번째 주인공은 '케이팝 플렉스'를 성공적으로 이끈 SBS 예능본부 글로벌 콘텐츠 Biz팀 김용재 부국장이다. 예능 PD 출신인 그는 2014년부터 연출을 내려놓고 본격적인 글로벌 사업에 뛰어들었다. '런닝맨'(중국 베트남 필리핀), '집사부일체'(말레이시아), '더 팬'(스페인 태국) 등 SBS 예능 해외판을 공동제작해 유의미한 성과를 거뒀다. 올해는 '케이팝 플렉스' 성공 개최를 계기로 북미와 유럽에서 지속 가능한 K팝 페스티벌을 추진하고 있다.
-자기 소개를 부탁드려요.
▶2013년까지 SBS 예능 본부에서 예능 PD였어요. 본사에서 글로벌 사업부가 만들어졌고, 제가 합류했는데 첫해 운이 좋아서 '런닝맨' 중국판이 엄청 잘 됐죠. 한한령 이후에는 베트남,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 시장을 돌면서 공동 제작을 했고요. 3년 전에는 공연 사업까지 맡게 됐어요. 그때 코로나19가 터지면서 시련이 왔지만, 일본과 비대면 사업을 통해 성과가 나쁘지 않게 나왔어요. 지금은 그 두 가지 업무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해외 쪽에 특화되신 거네요.
▶2012년부터 '앞으로 지상파가 힘들 거다' '적자 시대가 도래할 것 같다'고 많이들 이야기를 했어요. 곰곰이 생각해 보니 '20년 예능 PD 했으면 다 했다' 싶더라고요. 글로벌 사업이 재미있을 것 같아서 뛰어들었는데 잘 맞는 거 같아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니까요. 기존에 완성된 걸 파는 게 아니라 현지화 시키면서 공동제작을 하니까 국내에 없는 독특한 매력이 있고 한한령 같은 외부적인 요인에 의해 시장이 닫혀도 살아남을 수 있더라고요. 물론 어렵긴 하지만 공동제작이라는 게 앞으로 살 길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K-컬처의 글로벌 성장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보이 그룹 방탄소년단은 미국 빌보드 차트를 점령했고, 봉준호 감독과 배우 윤여정은 오스카 트로피를 들고 미국 아카데미를 빛냈다. 지난해엔 넷플릭스 오리지널 '오징어게임' 열풍이 전 세계를 휩쓸었다. 무엇보다 이들 모두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미국 대중문화 시장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는데 이견이 없다.
"저희끼리는 문화 정복이라고 하거든요. 중국은 점령됐고, 이제 동남아가 중요해서 동남아 10개국 주요 나라를 다 해봤어요. 올해는 미국과 유럽을 공략하려고 해요. 미국도 3~4년 걸려요. 그 나라를 알아야 하고, 파트너사를 찾아야 하고요. 나중에 작은 프로라도 해야 시스템을 알게 되잖아요. '런닝맨'은 중국에 이어 동남아에서 공동제작을 해봤으니 이제는 미국이죠. 미국을 해야 유럽도 따라와요. 단순 포맷 판매라도 미국에 팔리면 유럽의 30~40개국이 다 따라오게 되어 있죠. 결국은 손흥민이 프리미어리그에서 득점왕을 한 것처럼 메이저리그에서 승부를 봐야 진정한 세계 1위가 되잖아요. 마침 '오징어게임'이 미국에서 터지면서 한국 콘텐츠에 대한 분위기가 좋아요."
-'케이팝 플렉스'란 타이틀로 코로나19 이후 첫 해외 공연을 하셨는데, 특별히 독일을 선택한 이유가 있을까요?
▶사실 유럽은 상당히 보수적인 곳이잖아요. 귀족도 많고 아직까지 더러 아시아를 낮게 보는 시선도 있고요. 미국은 아직 200년밖에 역사가 되지 않았기 때문에 어떤 면에서는 쉬워요. 좋은 콘텐츠가 있으면 마인드가 열려있거든요. 그런 점에서 유럽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던 차에 저희에게 제안이 왔어요. 꽤 저명한 공연 관계자인데, K팝이 유럽에서 잘 될 것 같다고 느꼈나 봐요. K팝 공연 전문 회사를 설립하면서 저희에게 함께 해보자고 제안을 해왔어요. 신뢰할 만한 파트너라 진행했는데 캐스팅 때문에 1년 반 정도 걸렸어요.
-섭외가 쉽지 않았나 봐요.
▶보통 미국, 유럽에서 K팝 공연을 한다면 BTS(방탄소년단)나 블랙핑크 이야기를 먼저 하죠. 라인업 관련해서 줄다리기를 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렸어요. 방송은 3~4년 탐구해서 공동제작에 들어가는데, 공연은 생리가 다르잖아요. 이런 공연을 유럽, 미국에서 해보진 못했기 때문에 글로벌 무대를 잘 아는 좋은 파트너를 만나는 게 성공의 지름길이에요. 다행히 파트너가 공인되어 있는 사람이라 발맞춰봤는데, 이번에 많이 알겠더라고요. 이번 경험을 통해 얻은 시스템을 앞으로 SBS 시스템으로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영국-프랑스가 아닌 독일이라 좀 더 의미가 있는 거 같아요.
▶맞아요. 독일은 까다롭고 어려운 나라에요. 과거 전쟁 때 독일이 한국에 젖소를 원조해 줘서인지 아직 독일 할아버지들은 한국을 낮게 봐요. 그 70년 사이 우리나라가 잘 됐죠. 독일은 여전히 귀족이 많고 지금도 클래식을 들으며 지내는 사람들이 많다는데, 그들이 아시안 계통의 대중음악을 즐긴다는 걸 상상 못했겠죠. 5만 석이 가득 찬 공연장을 보는데 '국뽕'을 느꼈어요. 첫날에 공연장을 찾은 관객 86명이 탈진해 쓰러졌다더라고요. 공연장 문이 열리고 팬들이 달려들어오는데, 김구 선생님의 문화론이 실현되는 걸 느꼈어요. K-문화의 위상을 현장에서 직접 느끼니 뭉클했어요.
-인터뷰②에 이어
윤성열 기자 bogo109@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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