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될 땐 무슨 수 써도 안된다" 마음 비운 교수님, LG 우승 하늘에 맡겼다 [PO1]

잠실=김동윤 기자  |  2022.10.24 22:59
LG 서건창.
차츰 줄무늬 유니폼이 익숙해지고 있는 '교수님' 서건창(33)이 키움이 아닌 LG에서 한국시리즈 우승에 도전하는 심정을 전했다.

LG는 24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5전 3선승제) 1차전에서 키움에 6-3으로 승리했다. 그러면서 LG는 80.6%의 확률을 잡았다. 그동안 5전 3선승제로 펼쳐진 31번의 플레이오프에서 1차전 승리팀이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경우가 25번이었다. 한국시리즈에 진출한다면 2002년 우승 이후 20년 만이다.

이날 경기에서 9번 타자 겸 2루수로 선발 출전한 서건창은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쳤다. 정규시즌 불안했던 송구는 보이지 않았고 오히려 LG가 1-0으로 앞선 3회초 2사 1루에서 나온 이정후의 우중간 2루타 때 중견수 박해민과 안정적인 중계플레이를 선보였다. 덕분에 LG는 분위기를 내주지 않고 3회말 빅이닝을 만들 수 있었다. 경기 후 류지현 LG 감독이 "3회 이정후의 타구 때 박해민에서 서건창으로 이어지는 중계 플레이가 제일 좋았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그 수비가 아니었다면 더 좋았을 것이다. 오늘 우리가 보여준 수비 중 가장 좋았다"고 따로 칭찬의 메시지를 남길 정도.

타석에서도 결정적인 순간 타점을 올렸다. 6회초 야시엘 푸이그의 투런포로 키움이 2-4로 따라오자, LG는 6회말 1점을 따라붙었다. 이어진 2사 2루에서 서건창은 김태훈을 상대로 우중간 외야로 향하는 1타점 적시타를 때려냈다. 키움의 추격 의지를 꺾는 순간이었다. 이닝 교대 때 김현수는 환한 웃음으로 서건창을 안아주며 반겼다.

LG와 키움의 이번 플레이오프는 서건창 시리즈로도 불리는 특별한 매치업이었다. 불과 2년 전만 해도 서건창은 키움의 유니폼을 입고 이곳 잠실야구장에서 LG를 상대했다. 하지만 지난해 7월 정찬헌과 일대일 트레이드됐고, 키움의 프랜차이즈 스타는 그렇게 LG의 줄무늬 유니폼을 입었다.

이에 서건창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지난해는 조금 의식도 되고 신경 쓰였는데 올해는 (이적) 2년 차라 그런지 지난해보다는 덜한 것 같다"고 솔직한 심정을 밝히면서 "상대 팀일 뿐, 내가 다른 감정을 가질 수 없고 가져서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올 시즌 그는 77경기 타율 0.224, 2홈런 18타점 39득점 8도루, OPS 0.605로 아쉬운 한 해를 보냈다. 하지만 정규시즌 막판 타격감이 살아나는 모습을 보였고 플레이오프 엔트리에도 합류했다. 서건창은 포스트시즌에서 정규시즌과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지 묻는 말에 "전혀 없다. 의욕이 앞서면 될 일도 안 돼서 마음 비우고 하고 있다"고 답하면서 "팀이 이기는 데 보탬이 되면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을 아꼈다.

올 시즌 LG는 우승에 도전할 만한 전력으로 평가받고 있다. 경기 후 LG의 케이시 켈리 역시 "지난 4년 동안 올해가 선수단 구성이 최고인 것 같다"고 할 정도. 그럼에도 이미 히어로즈 시절 한국시리즈 준우승 2회를 경험해 본 서건창은 자만하지 않았다.

서건창은 "(키움 시절) 하고 싶은 상황인데도 안될 때는 무슨 수를 써도 안 된다는 것을 느꼈다. 그래서 선수들끼리 하늘에 맡기고 매 순간 집중하고 최선을 다하자고 했다"고 선수단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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