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연우(26)가 MBC 금토드라마 '금수저'(극본 윤은경, 김은희, 연출 송현욱, 이한준)로 연기 변곡점을 찍었다. 2016년 그룹 모모랜드로 데뷔해 2018년에 일찍 드라마 '위대한 유혹자'로 연기 데뷔를 한 그는 '쌉니다 천리마마트', '라이브온', '달리와 감자탕' 등에 출연하며 주로 쾌활한 캐릭터를 선보였는데, '금수저'에서 비밀을 폭로하고 고민하는 악역으로 분한 것.
연우의 변신이 통했는지, 그는 '금수저'에서 리허설 때부터 감정이 잡혀 금새 눈물을 글썽이는 모습부터 몰입도 있는 연기력으로 시청자들에게 호평 받았다. 당초 '배우'가 하고팠던 연우의 연기 행보가 기대되는 지점이다.
"그동안 작품의 캐릭터가 밝고 명랑하고 불도저 스타일의 비슷한 결이 많았어요. 제가 앞으로 진심으로 연기를 하려면 새로운 역할이 필요했고 그걸 해내면 더 용기가 생길 거라고 생각했아요. 제가 잘했는지는 시청자 분들이 판단해 주시겠지만 저는 여진을 연기하면서 정말 좋았어요. 이런 목소리도 낼 수 있고 이런 감정 표현을 할 수 있구나 싶어서요. 앞으로의 작품들에서는 더 열심히 캐릭터를 구축해나갈 수 있겠다 싶었죠."
'금수저'는 동명의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가난한 집에서 태어난 아이가 우연히 얻게 된 금수저를 통해 부잣집에서 태어난 친구와 운명을 바꿔 후천적 금수저가 된 이야기를 그린 어드벤처 극.
연우는 극중 외모, 재력, 두뇌까지 모든 걸 가졌지만 만족을 모르는 욕망의 화신 오여진 역으로 출연했다. 여진은 가난했던 이승천(육성재 분)이 부자인 황태용(이종원 분)과 인생을 뒤바꿨다는 걸 알고 '금수저'의 비밀을 나주희(정채연 분)에게 폭로하는 역할을 했다.
'금수저' 엔딩에서 여진은 황태용과 이별한 후 오랜 세월 자신의 곁을 지켜준 박장군(김강민 분)과 결혼해 아이를 낳고 두 명의 아버지를 모시면서 평온한 일상을 보냈다. 그러나 후천적 금수저라는 비밀을 가진 그는 친부에 의해 자신의 딸이 납치된다고 암시돼 황현도(최원영 분)처럼 금수저를 쓴 혹독한 대가를 치렀다.
-'금수저' 종영 소감은?
▶막방까지 종영하는 게 실감이 안 났다. 촬영을 6개월간 길게 함께 하다보니 마지막이란 게 실감이 안 났다. 아쉬움도 있었지만 후련함도 있었다. 잘해서 후련하다기 보다 다들 열심히 한 것 같아서 후련함이 있었다.
-여진에 대한 결말은 어떻게 봤나.
▶여진의 결말이 열린 결말이지 않냐. 여진이 새드엔딩을 겪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시청자 분들께서는 여진이 벌을 더 받아야 할 텐데라고 생각했는데, 나는 여진의 아버지가 다른 이의 인생을 훔친 거라 생각했다.
-박장군과 결혼한 전개도 의외였다.
▶장군이와 러브라인이 있을 거라 예상하지는 못했다. 여진이 입장에선 승천이가 죽은 거지 않냐. 승천이가 떠나면서 그 빈 자리를 장군이가 채워줬을 거라 생각했다.
-극 전반적인 엔딩은 어떻게 봤는지.
▶결국 금수저를 쓴 이들이 벌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다들 그만큼 벌을 받은 것 같아서 만족했다. 자기가 저지른 일대로 받았다고 생각했다. 드라막 주는 메시지가 있지 않냐. 천륜을 거스른 벌에 대한 게 잘 표현된 것 같다.
-연우와 여진의 비슷한 점이 있다면?
▶누구나 여진이처럼 마음 속에 욕망이 있겠다. 나도 그 정도만큼은 아니지만 실현하느냐 안 하느냐인 것 같다. 나도 여진을 연기하면서 '이거 더 잘 연기해보고 싶었는데'라고 생각했다.
-여진 역할을 연기하기 위해 준비한 부분은?
▶내가 원래 충청도 사람이라 느린데, 감독님이 여진이는 템포가 빨랐으면 좋겠다고 하셔서 과감하고 강력하게 표현하려고 했다. 내가 원래는 촬영장에서 장난도 많이 치고 대화도 많이 하는 스타일이었는데, 이번에는 감독님이 촬영장에서도 집중을 하고 있었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이번에는 차 안에서부터 긴장감을 갖고 연기하려고 했다.
-'금수저' 원작 웹툰은 봤는지.
▶대본 리딩할 때까지 원작을 다 봤다. 드라마가 원작과 많이 달라서 후반부로 진행될수록 어떻게 이야기가 마무리될까 싶었다. 결은 다르지만 잘 마무리가 된 것 같다. 웹툰은 정리가 된 느낌이었다면 드라마는 여운이 있는 느낌이었다.
-시청자 반응 중 기억에 남았던 반응이 있나.
▶'재발견'이란 반응도 좋았고, '라이브온'을 보셨던 분들이 '라이브온'의 재희가 '금수저' 연우인 줄 몰랐다고 하더라. 다른 캐릭터가 잘 받아들여진 것 같았다. 방영 전에 인스타 라이브를 켜서 '여진이 많이 미워하지 마세요'라고 말할 정도로 겁이 났는데, 여진을 연기하면서 여진이 왠지 불쌍하다고 생각했다. 그걸 시청자 분들이 느껴서 기분이 좋았다.
-여진은 '사랑'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진 인물이었을까.
▶여진은 결국 사랑에 대해 '내가 가져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내가 사랑을 해서 배려하고 이해한다기 보다 계속 내가 가질 수 있게 밀어붙여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고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여진이 이승천을 사랑한 이유는 거울로 느꼈기 때문인 것 같다.
-실제 연우의 사랑 스타일은?
▶누가 좋아해주면 좋아할 것 같다.(웃음) 학생 때도 내가 먼저 좋아해 본 적이 없었다. 캐릭터는 내가 불도저 같은 역을 많이 했는데 고등학생 때 이후로 그런 적이 없다. 예전 기억을 하면서 여진이를 연기했다.
-과거에 정채연을 좋아한다고 밝힌 바 있다. '금수저'에서 정채연과 함께 연기하며 '성덕'(성공한 덕후 팬)이 됐다는 반응이 많은데.
▶(정채연과) 활동 시기가 겹치면서 함께 했는데 팬이 될 수밖에 없더라. 활동하면서 호감이더라. 개인적으로 친해지고 싶었는데 생일에도 같이 시간을 보내면서 좋은 인연이 된 것 같다.
-육성재, 이종원, 정채연 등 또래와 아이돌 출신이 많은 현장이었다.
▶또래들만 있다보니 조심스러워하기도 했는데, 촬영을 하면서 편안함이 생기더라. 후반에는 편안함에서 나오는 연기 합이 좋아졌다. (아이돌 출신 끼리는) 어디서 봤다고 서로 말하면서 얘기할 거리가 더 많았다. 나는 '육성재 오빠는 대선배님'이라며 장난을 쳤다.
-'금수저' 메이킹 영상에서 육성재와 이별 신을 연습하면서 순간 눈물을 글썽이는 모습도 보였다. 여진 역에 이입을 많이한 듯했는데.
▶촬영 막바지였다. 아쉬운 마음을 갖고 임하고 있었는데 이별하는 드라마도 많이 보고 가고 대본에 집중하고 있었다. 원래 말하는 걸 좋아하는데 밥 먹을 때도 일부러 말을 안 하고 있었다. 육성재 씨가 도움을 많이 줬다. 투샷을 찍을 때 내가 눈물이 잘 안 나서 개인샷을 찍을 때 눈물이 나올 수 있게 끌어내 주셨다.
-육성재와 진하게 선보인 '침대 키스신'이 화제였다.
▶얼굴이 빨개질 것 같다. 침대에 누워서 하는 키스신은 그날 촬영 회차의 마지막 신이어서 시간이 다급하게 찍었다. 감독님도 약간 아쉬워하시고 저희도 진짜 급한 게 묻어난다고 말했다. 어른의 느낌이 묻어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긴장도 많이 했다. 다른 작품에서 뽀뽀신은 있었는데 키스신은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더라. 나도 본방을 보면서 '아이고'라며 놀랐는데 다음날 반응이 많아서 놀랐다. 가족들에게도 다 보라고 했는데.(웃음) (키스신, 베드신) 그런 장면을 하면 사람들이 나에게 안 좋은 말을 할 수도 있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이번 작품을 하면서 그런 걱정이 많이 깨진 것 같다. 필요한 장면이니까라고 생각했고 앞으로 겁없이 할 수 있을 것 같다.
-'금수저'를 하면서 스스로 연기가 많이 성장했다고 느꼈는지.
▶제 스스로 달라졌다고 생각한다. 이번에는 구체적이고 입체적으로 연기하고 싶어서 쉬는 날에도 대본을 붙잡고 있었다. 진심으로 잘하고 싶었다.
-남궁민 주연의 SBS 금토극 '천원짜리 변호사'와 동시간대 드라마로 경쟁했다. '금수저'가 기록한 최고 7.8%, 평균 6%의 시청률은 만족하나.
▶남궁민 선배님과 같은 회사다.(웃음) '천원짜리 변호사'를 얘기할 때 '우리도 잘 돼야하는데' 생각하면서 그 이상의 반응을 못 하겠더라. 선배님과 강한 경쟁을 한다는 게 영광스러웠다. 그래도 잘 버틴 것 같다. 시청률도 고정됐고. 요즘엔 시청률에 연연하는 시대가 아니다 보니 다들 만족한 것 같다.
-연우가 생각하는 '금수저'의 의미는?
▶'수저'가 중요하진 않는 것 같다. 얼마 전까지 '금수저', '은수저', '동수저', '흙수저' 얘기가 많았는데 드라마를 통해 그게 중요한 게 아니란 메시지를 주고 싶었던 것 같고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 결국 무언가는 무자비하게 얻으려면 많은 걸 잃는다고 생각했다.
-이전에 걸그룹으로 활동했던 모모랜드는 연우에게 어떤 의미인가.
▶감독님이 '모모랜드'를 너의 인생에서 지우거나 그걸 뛰어넘어야겠다고 생각하지 말라고 하시더라. (모모랜드가) 정말 내 10대, 20대 초반을 함께한 커리어다. 아이돌 무대를 한 경험으로 부드럽게 일을 할 수 있어서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그때 만난 팬분들이 아직까지도 저를 응원해 주고 계시니 나에게 정말 중요한 커리어라 생각한다.
-배우로서 활동한지 5년 차다. 가수에서 배우로 어느 정도 적응한 것 같은가.
▶아직 적응하는 과정인 것 같다. 그래도 많이 적응한 것 같다. 작품을 하나하나 하면서 내 마음도 변하고 있고 재미를 넘어서 무언가를 찾고 싶은 마음이 있다. 적응 완료까지 아직 얼마 안 남았다고 생각한다. 70% 정도 적응된 것 같다.(웃음)
-다음 작품에서 보여주고 싶은 모습이 있다면?
▶아직 차기작이 정해지진 않았지만 계속 이미지를 꺾고 싶다. 선한 역을 하면 악역을 하고 싶다. 내가 평소에 할 수 없었던 게 큰 재미라 생각한다.
-평소 게임을 좋아한다고 알려졌는데 요즘도 게임을 하는지.
▶게임을 많이 줄였다. 롤도 하고 배그도 했는데 회사를 옮기면서 대표님이 '게임보다 드라마를 보면서 연기 공부를 해라'라고 장난식으로 말씀하셔서 게임을 줄였다. 작품이 끝나고 나서 게임을 열심히 하고는 있다.(웃음)
-본명 이다빈으로 활동할 생각도 있는지?
▶앞으로도 연우로 활동할 것 같다. 내가 소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쓴 이름이라 이걸 놓치고 싶지 않다.
-'금수저'가 연우에게 준 의미는?
▶가족이 나를 사랑하는 것도 나쁜 영향을 주는 것도 내가 콘트롤 할 수 없는 거라 생각했다. 여진이도 반복적인 굴레를 바꿀 수 없지만 가족이 나의 시작을 함께하는 사람으로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나의 존재가 부모님에게도 또 다른 시작이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걸 뛰어넘을 수 있는 역량은 '노력'인 것 같다.
한해선 기자 hhs422@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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