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척척박사] 16. 스포츠역사 발굴, 통합과 발전 위한 일

채준 기자  |  2022.11.17 10:00
/사진제공=pixabay

오래 전 이야기다. 외국에서 개최된 국제경기에 참가하였던 모선수가 여성용 브래지어를 사서 포장을 뜯고 가방에 잔뜩 넣어 가지고 귀국했다.

김포공항 검색대에서 세관원이 내용물을 보자며 가방을 여는 순간 브래지어가 사방으로 튀어 나오는 바람에 웃음바다를 이뤘다. 어떤 선수는 움직이면 자동으로 태엽이 감기는 손목시계를 선수단 깃봉과 깃대를 이용하여 숨겨 들어오다가 여러 시계에서 쨀각 쨀각 소리가 나는 바람에 역시 공항 검색대에서 발각됐다.

체육계 선배들과 얘기를 하다 보면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많이 듣게 된다. 예전엔 일반인이 외국 여행을 하려면 제반 절차와 기준이 까다로웠다. 그래서 외국에서 개최되는 국제경기가 있을 때면 너나 할 것 없이 선수단에 포함 되고자 많은 노력을 했다.

선수단이 경기를 마치고 귀국 할 때는 단원들이 가족을 비롯한 주변 사람들에게 나누어 줄 선물을 구입해 가지고 들어오는 일도 많았다.

서글픈 시대상이지만 이들이 사가지고 들여온 혹은 들여오려는 제품이 불법 판매를 위한 것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반입된 브래지어 중 일부는 관련 전문가의 디자인 및 재질 등 연구로 활용돼 더 좋은 제품으로 탄생했다. 손목시계 역시 분해해서 재료와 작동원리를 연구하여 더 세련된 디자인에 성능도 좋은 메이드인 코리아 상품으로 역수출 하지 않았을까 싶다. 역설적이지만 어떻게 보면 목화씨를 붓대에 숨겨 들어왔다는 문익점의 근대판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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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체육회 사무총장으로 재직할 때인 2013년 9월 중순 추석선물을 들고 대한체육회장의 감사 인사를 전하기 위해 제51회 보스턴 마라톤에서 우승한 서윤복 선생님 댁을 방문한 적이 있었다. 1947년 4월에 개최된 보스턴 마라톤대회는 우리나라가 광복한지 2년도 채 안된 시기로 우리나라 선수가 처음으로 KOREA 국호와 태극기를 달고 출전한 국제대회였다.

출전에 필요한 여권 및 비자발급 문제와 여행에 필요한 경비(달러) 그리고 항공 또는 선박 등 교통수단이 신생 독립국으로서 제대로 갖춘 것이 없어 난관이 많았다고 한다, 그러나 미 군정청 체육과장 스메들리 여사의 열과 성을 다한 지원덕분으로 롯지 장군을 비롯한 미군장교들의 모금과 언더우드 박사 등의 도움을 받아 군용기를 타고 하와이를 거쳐 대회장 까지 가면서 제대로 언어 소통도 못하면서 어렵게 출전하여 우승함으로서 국내는 물론 재미동포들에게 많은 위안과 자부심을 심어 주었다.

보스턴 마라톤대회 참가 준비부터 우승까지의 과정과 우승 후에 일어난 일들을 엮으면 한편의 장편 소설 내지 몇 편의 영화나 드라마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이 대회 참가를 통해 우리나라는 1947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정식 회원국으로 승인받았고, 1948년 1월말에 2차 대전 후 첫 동계올림픽인 제5회 생모리츠 동계올림픽(1.30~2.8)과 그해 7월에 개최된 런던올림픽 (7.29~8.14)에도 참가할 수 있었다.

국내외 스포츠행사와 관련한 공식보고서는 많이 있으나 그 내용은 별반 특징이 없다. 하지만 비하인드 스토리는 나름 재미가 있을 뿐 아니라 당시의 시대상을 엿 볼 수도 있어 이를 잘 정리하면 매우 값진 역사물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이 역사물로 소설, 드라마, 영화, 만화, 웹튠 등을 만들어 대한민국에서 체육의 역할이 국민의 건강 도모는 물론 각종 국제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으로 국민들에게 기쁨과 자긍심을 심어 주고 국가브랜드를 제고 하는 등 국민통합과 국가발전을 위해 많은 역할을 하였다는 것을 일반인에게 알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시작된 것이 '스포츠역사 발굴 중장기사업'이다. 대한체육회는 여러 관계기관의 협조와 도움을 받아 2015년도 신규 사업으로 우선 13억 원을 편성하여 의욕적으로 추진했다. 원년 사업으로 내용은 체육계 원로들을 대상으로 구술채록을 하고 채록내용의 사실여부를 확인하는 검증 및 보완 작업이 중심이었다.

그러나 대한체육회와 국민생활체육회 통합 과정에서 정부와의 의견 차이로 인한 갈등문제 등으로 제대로 펼쳐보지 못하였다. 아쉬운 한편 이사업을 도와주신 많은 분들에게 기대에 못 미치게 해서 죄송한 마음이다. 현재 이사업은 여러 가지 아픔과 사연을 뒤로 한 채 서울올림픽기념 국민체육진흥공단에서 추진하고 있다.

- 양재완 행정사법인 CST 대표

문화체육 전문 행정사법인 CST는
문화예술, 콘텐츠, 저작권, 체육, 관광, 종교, 문화재 관련 정부기관, 산하단체의 지원이나 협력이 필요한 전반 사항에 대해서 문서와 절차 등에 관한 행정관련 기술적인 지원을 포괄적으로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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