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틈 없는 '올빼미', 휘몰아치는 118분 [김나연의 사선]

김나연 기자  |  2022.11.26 09:00
사진=영화 스틸컷
이 영화는 한마디로 미쳤다. 지루할 틈 없는 전개, 휘몰아치는 긴장감, 이를 완성하는 배우들의 열연이 러닝타임 118분을 가득 채운다. '올빼미'가 초대하는 세계에 발을 들이는 순간, 숨 쉬는 것조차 잊어버리게 되는 경험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맹인이지만 뛰어난 침술 실력을 지닌 경수(류준열 분)는 어의 이형익(최무성 분)에게 그 재주를 인정받아 궁으로 들어간다. 그 무렵, 청에 인질로 끌려갔던 소현세자(김성철 분)가 8년 만에 귀국하고, 인조(유해진 분)는 아들을 향한 반가움도 잠시 정체 모를 불안감에 휩싸인다.

어둠 속에서는 희미하게 볼 수 있는 '주맹증'을 가진 경수가 우연히 소현세자의 죽음을 목격하게 되고, 진실을 알리려는 찰나 더 큰 비밀과 음모가 드러나며 목숨마저 위태로운 상황에 빠진다. 인조는 아들 소현세자의 죽음 이후 광기에 휩싸여 폭주하고, 빛과 어둠 속 '올빼미'의 예측할 수 없는 이야기가 이어진다.

'올빼미'는 소현세자가 마치 약물에 중독돼 죽은 사람 같았다는 '인조실록'의 역사적 한 줄에서 출발한다. 이렇듯 실제 역사를 배경으로 한 단단한 뼈대에 상상력의 가지가 사방으로 뻗쳐 나가며 '올빼미'라는 거대한 나무를 만들어낸다.

'올빼미'는 시작부터 '주맹증'이라는 다소 낯선 영화적 설정을 사실적으로 표현하고, 친절하게 설명하며 관객들에게 다정하게 손을 내민다. 이를 시작으로 캐릭터의 서사를 촘촘히 쌓아나가면서도 지루함이 없다. 극의 중심에서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경수뿐만 아니라 모든 인물들의 감정선이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설명되며 몰입도를 높인다.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아는 것과 몰라야 하는 것, 진실과 거짓 사이 치밀한 균형감은 곧 완벽한 기승전결로 이어진다. '역사가 스포인' 사극이라는 외피를 입고 있는 '올빼미'지만 도저히 예상할 수 없는 전개가 이어지며 관객들에게 강렬한 한 방, 또 한 방을 날린다. 실제 역사에 가상의 인물이 가미된 만큼 얼마나 조화롭게 어우러질 수 있는지가 이 영화의 완성도를 결정짓는데, 마지막 장면이 이 작품의 완벽한 방점을 찍는다.

올빼미 / 사진=영화 스틸컷
이렇듯 모난 곳이 없는 작품인데, 그중에서도 '올빼미'의 가장 큰 미덕은 배우들의 열연이다. 연기 인생 처음으로 왕으로 변신한 유해진은 자신만의 색깔을 입힌 독보적인 캐릭터를 완성했다. 우리는 분명 수없는 유해진을 봤는데, 또 본 적 없는 모습으로 놀라움을 안긴다. 유해진은 과거 '삼전도'의 굴욕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불안정한 모습, 서늘함과 광기에 휩싸인 욕망 어린 인조의 모습까지 완벽하게 소화하며 관객들을 압도한다.

이야기를 끌고 가는 류준열은 한층 더 섬세해지며 또 하나의 인생 작품, 인생 캐릭터를 만난 모양새다. 진실을 말할 수도, 숨길 수도 없는 치열한 사투를 펼치는 그는 동공까지 세심하게 연기하며 자신의 내면을 관객에게 전달한다. '올빼미'가 줄곧 숨 쉴 틈 없는 긴장감을 가지고 가는 것은 소리치고, 가슴 치지 않아도 내면의 울림을 전달할 수 있는 배우 류준열이 가진 힘이다.

또 눈에 띄는 것은 첫 사극에 도전한 김성철이다. 그는 다소 짧은 등장에도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자신의 넓은 스펙트럼을 입증한다. 여기에 최무성, 조성하, 박명훈, 안은진, 조윤서까지 작품의 긴장감을 풀고 조이는 배우들의 열연이 극을 가득 채운다. 지난 23일 개봉해 전국 극장에서 상영 중이다.

김나연 기자 ny0119@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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