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원준 '1승 위해 기다린 1844일'... 130승 달성, 다시 봄을 노래한다 [잠실 현장]

잠실=안호근 기자  |  2023.05.23 21:49
두산 장원준이 23일 삼성전 이닝을 마치고 마운드에서 내려가고 있다. /사진=두산 베어스
역투하고 있는 장원준. /사진=두산 베어스
누구보다 꾸준했던 투수, 그러나 세월 앞에 장사 없다는 걸 보여주는 듯 했던 그 투수. 장원준(38·두산 베어스)이 야구 팬들에게 새로운 메시지를 던져줬다.

장원준은 2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홈경기에 선발 등판해 5이닝 동안 70구를 뿌리며 사사구 없이 7피안타 4탈삼진 4실점을 기록했다. 팀이 7-5로 승리하며 장원준은 통산 130번째 승리를 수확했다.

두산 왕조의 시작을 책임졌으나 2018년 5월 5일 LG 트윈스전을 끝으로 승수를 쌓지 못한 채 잊혀져가던 투수. 장원준의 등판이라는 사실만으로도 큰 관심이 집중됐다.


화려했던 전성기, 84억 사나이의 '아, 옛날이여'


2004년 롯데 자이언츠의 1차 지명으로 프로 생활을 시작한 장원준은 KBO리그 통산 129승(114패)을 수확한 투수다. 특히 2008년부터는 8시즌 연속 두 자릿수 승리를 챙겼다. 2015년을 앞두고는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고 4년 총액 84억 원에 두산 유니폼을 입었다.

2015년과 2016년 두산은 장원준의 꾸준한 활약 속 2년 연속 우승 영예를 누렸다. 특히 2016년 두산은 장원준과 더스틴 니퍼트, 마이클 보우덴, 유희관이라는 걸출한 선발 4명의 도합 선발승으로만 68승을 챙겼고 역대 최다인 93승을 수확하며 KBO 역사상 가장 압도적인 시즌을 보냈다.

세월의 흐름을 거스를 수 없었던 것일까. 장원준은 2017년 14승 9패로 활약을 이어갔으나 이듬해부터 가파른 내리막길을 탔다. 2017년엔 초반 부진해 구원으로 보직을 옮겨야 했다. 2019년부터는 이마저도 기회를 잃었다. 지난해 27경기에서 불펜으로 재기 가능성을 보이기도 했지만 시즌 막판까지 팀과 함께할 수 없었다.

이승엽 두산 감독. /사진=두산 베어스


이승엽 감독은 왜? 장원준은 어떻게?


1군에 선발 투수로 오른 건 2020년 10월 7일 SK 와이번스전 이후 2년 7개월(958일) 만이고 선발로 마지막 승리를 챙긴 건 무려 5년이 넘었다. 이날 승리를 거두면 1844일 만에 (1군에서 챙기는 감격적인 승리였다.)

좀처럼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잊혀지고 있던 장원준은 올 시즌을 앞두고 은퇴 고민까지 했다. 그러나 가슴 한 켠엔 재기에 대한 욕심이 있었고 이승엽 신임 감독이 손을 내밀어 다시 한 번 시즌을 앞두고 구슬땀을 흘렸다. 선발로 준비를 한 장원준은 딜런 파일과 곽빈이 연달아 부상으로 빠진 1군의 부름을 받았다.

경기 전 이승엽 감독은 "2군에서 장원준에 대해 좋은 보고를 받았다. 성적이 눈에 띄진 않았지만 구위 등이 괜찮다고 해 기회를 주게 됐다"며 "결과에 따라 선발진 변화에 대해 결정하겠다"고 전했다.

동료들의 박수를 받으며 마운드에 오르는 장원준. /사진=두산 베어스


불안했던 출발, 그럼에도 명불허전 관록투


장원준 1회초 첫 타자 김지찬과 어려운 볼 카운트 싸움을 벌였으나 바깥쪽 잘 제구된 빠른 공으로 루킹 삼진을 잡아냈다. 깔끔히 삼자범퇴로 1회를 마친 장원준은 2회 위기를 맞았다.

선두 타자 호세 피렐라가 낮게 떨어지는 공을 기술적으로 받아쳐 출루했다. 밋밋하게 떨어지는 공을 강민호가 받아쳐 무사 1,3루. 강한울의 기습 번트 때 양석환의 악송구까지 나와 1실점을 했고 어깨가 더 무거워졌다. 오재일을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으나 1사 1,2루에서 이재현에게 2타점 2루타를 맞았다. 1-4.

그럼에도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1사 3루에서 김지찬을 좌익수 파울플라이, 김현준을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위기를 벗어났다. 3회에도 1사 1루에서 완벽한 견제구를 뿌렸으나 수비 실수로 주자는 득점권에 올려보내고도 강민호를 1루수 뜬공, 강한울을 포수 앞 땅볼로 돌려세우며 이닝을 마쳤다.

팀이 5점을 몰아쳐 6-4로 역전을 한 뒤 다시 4회초 마운드에 오른 장원준은 오재일에게 안타를 맞고도 유격수 땅볼을 유도해 아웃카운트 2개를 한꺼번에 늘린 뒤 다시 한번 이닝을 버텨냈다. 5회엔 단 8구만 던지며 삼자범퇴로 이닝을 마쳐 승리 투수 요건을 갖췄다.

속구 최고 시속은 141㎞. 주로 활용한 건 이보다는 역회전성 투심패스트볼이었다. 31구를 던졌고 최고 시속은 140㎞가 찍혔다. 여기에 슬라이더(24구)와 체인지업(10구)에 커브(1구)도 있었다. 어떤 공 하나가 압도적이었다고 평가하긴 어렵지만 노련한 투구로 모든 구종을 원하는 곳으로 정확히 뿌렸다. 이날 잡아낸 삼진 4개의 결정구도 투심패스트볼과 슬라이더가 2차례씩 이었다.

장원준이 물러난 뒤 1점을 두산은 1점을 더 보탰고 7회초 1실점했으나 리드를 지켜내 승리를 수확할 수 있었다. 5년, 정확히는 1844일 만에 추가한 소중한 통산 130번째 승리다. KBO리그 역대 130승 고지를 밟은 11번째 투수로 이름을 올렸다. 37세 9개월 22일에 승리를 챙기며 역대 좌완 최고령 130승 투수가 됐다. 종전 기록은 2000년 한화 송진우의 34세 4개월 18일이었다.

더불어 통산 선발승 순위에서 송진우(163승), 양현종(159승), 정민철(157승), 김광현(150승), 배영수(131승)에 이어 128승으로 6위에 올랐다.

두산 장원준. /사진=두산 베어스
위기를 넘기고 배터리 호흡을 맞춘 양의지(오른쪽)과 웃으며 대화를 하는 장원준. /사진=두산 베어스


장원준에게 다시 봄이 올까


이승엽 감독은 "경기 상황에 따라 변할 것 같다. 아직 투수 코치와 그런 이야기를 나누진 않았다"며 "일단 장원준이 1~2회 투구하는 내용과 구위를 체크해야 한다. 타선의 결과로 점수 차가 어떤 지도 봐야 한다. 이번 주 첫 경기이기에 상황을 보고 판단해야 한다"고 했다.

실점은 적지 않았지만 그 이상의 타선의 지원이 있었고 선발 투수가 부족한 상황에서 @이닝을 지켜주며 이승엽 감독이 기대하던 역할을 해냈다.

이 감독은 앞서 "결과에 따라 선발진 변화가 있을지 똑같이 갈지 결정하겠다"며 "우리 선발 투수들이 이제 조금씩 피로도가 쌓일 때가 됐다. 투수 코치와 잘 상의해보겠다. 지금도 중요한 시기지만 여름이 다가오면 투수 운용 중요성 차이가 나타난다. 관리가 필요한 시점에서는 관리해줘야 한다. 결과를 보고 선수 상태를 보겠다"고 말했다.

곽빈은 5월말로 복귀가 예정돼 있다. 다만 딜런은 아직 정확한 복귀 시점을 예상하기 쉽지 않다. 시즌 초반 선발로 활약하다가 불펜으로 내려갔던 최승용이 아쉬운 활약 속 다시 선발로 복귀한 만큼 장원준이 선발로 더 기회를 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다만 이승엽 감독에게 활용가능한 선발 카드가 하나 더 생겨났다는 건 분명 반가운 일이다.

이닝을 마무리짓고 더그아웃으로 향하는 장원준. /사진=두산 베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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