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동주-김도영이 같은 유니폼을... KIA가 이루지 못했던 꿈, 대표팀에서 이뤘다 "확실히 동주가 있으니 편해요" [APBC 현장]

도쿄(일본)=김동윤 기자  |  2023.11.17 07:07
고등학교 시절 김도영(왼쪽)과 문동주./사진=광주동성고 야구부, OSEN
2023 APBC에서의 김도영(왼쪽)과 문동주./사진=OSEN
"다들 행복한 고민이라 말하는데 우리는 아쉬움이 더 컸다. 모처럼 광주에서 뛰어난 유망주 둘이 나왔는데...."

조계현(59) KBO 전력강화위원장은 2년 전 KIA 타이거즈 단장으로 재직 당시 김도영(20·KIA)을 1차 지명자로 선택하면서 짙은 아쉬움을 나타냈다. 광주가 배출한 또 다른 특급 유망주 문동주(20·한화 이글스)를 동시에 지명하지 못한 아쉬움 때문이었다. KIA가 이루지 못했던 꿈은 2023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대회를 통해 현실이 됐고 결과는 인상적이었다.

류중일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 대표팀은 16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3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예선 풀리그 1차전에서 호주에 3-2로 승리했다. 이로써 한국은 상위 두 팀만 진출할 수 있는 19일 결승전을 향한 여정까지 부담을 덜게 됐다. 한국은 17일 일본, 18일 대만을 차례로 상대해 결승 진출을 노린다.

8회초까지 계속 끌려가다 연장 승부치기에서 역전승을 거둔 쉽지 않은 경기였다. 선발 문동주가 5⅔이닝 5피안타(1피홈런) 4볼넷 5탈삼진 2실점으로 버텼으나, 타선이 도와주지 못한 것이 컸다.

역전 과정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3루수 김도영의 공·수 맹활약이었다. 시작은 한국이 1-2로 뒤진 8회말 공격이었다. 선두타자로 나온 김도영은 7구 승부 끝에 좌익선상 2루타를 치면서 포문을 열었다. 김형준의 유격수 땅볼 때 3루에 진루했고, 리드폭을 넓혀 도루를 시도하는 척하면서 계속해 투수의 신경을 긁었다. 류지현 수석코치의 허락하에 이뤄진 계획된 행동이었다. 집중하지 못한 호주 투수 다니엘 맥그래스는 결국 김주원(NC 다이노스)에게 우중간 외야 애매한 곳으로 향하는 동점타를 맞았다.

경기 후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 만난 김도영은 "투수를 흔들려고 플레이한 것이 맞다. 류지현 코치님도 한 번 해보라고 하셨는데 투수가 흔들리는 것이 보여 계속 시도했다"고 말했다.

김도영이 16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호주와 2023 APBC 예선 1차전 8회말 2루타를 치고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김도영이 16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호주와 2023 APBC 예선 1차전 연장 10회초 1사 1, 2루에서 얼굴에 공을 맞았다. 하지만 이 장면 이후 곧바로 병살 플레이를 연결하면서 이닝을 끝냈다.

2-2에서 돌입한 연장전에서는 인상적인 수비를 보였다. 1루와 2루에 주자를 놓고 시작하는 승부치기 상황에서 김도영은 10회초 얼굴에 크리스토퍼 버크의 타구를 맞았다. 이 공이 떨어지면서 호주 주자들에게 혼란을 줬지만, 김도영은 침착했다. 3루를 먼저 밟고 2루로 공을 던져 병살을 만들어 이닝을 끝냈다. 기세를 이어간 한국은 10회말 노시환이 좌전 1타점 적시타를 치면서 비로소 한국의 승리로 끝났다.

김도영은 "정말 될놈될(될 사람은 된다)인 것 같다. 어떻게든 이길 경기였던 것 같다. 선수들도 (더그아웃에서) 다 반겨줬다. 공에 맞긴 했지만, 인플레이 상황이니까 다음 플레이만 생각했다. 내 한 몸 희생한 뒤에 병살을 만든 것이 좋았다"고 활짝 웃었다.

경기 후반 슈퍼 플레이를 두 차례 한 김도영이지만, 그 전까지는 많이 긴장한 상태였다. 첫 성인 국가대표팀 데뷔전이 낯선 도쿄돔이었고 그 탓인지 앞선 세 타석에서 땅볼-삼진-삼진으로 침묵했다. 특히 두 번의 삼진은 모두 득점권 상황에 나온 것이라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 긴장을 풀어준 것이 동갑내기 친구 문동주였다. 김도영은 "내가 계속 안타를 못 치고 있으니까 (문)동주가 웃으라고 했다. '이따 밥이나 먹으러 가자'고 하는데 거기서 조금 긴장이 풀렸던 것 같다"며 "확실히 마운드에 동주가 있으니 마음도 편하고 계속 말을 걸어줘서 마음도 진정된 것 같다"고 고마워했다.

2년 전 입단 당시 KIA 김도영(왼쪽)과 문동주. /사진=KIA 타이거즈, 한화 이글스
김도영이 16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호주와 2023 APBC 예선 1차전을 마치고 취재진과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사진=김동윤 기자

마운드 위 문동주가 던지고 뒤에서 김도영이 지켜주는 상상. 2년 전 KIA가 꿈꿨던 그림이다. 그들이 프로의 선택을 받았던 2022년 KBO 신인드래프트는 1차 지명 제도가 마지막으로 시행됐다. 당시 광주진흥고 문동주와 광주동성고 김도영은 광주뿐 아니라 전국구 유망주로 이름을 날렸다. 둘 중 하나는 무조건 다른 팀이 전국 단위 지명으로 선택할 것이 분명했기에 우선권이 있던 KIA는 당시 한 명만을 골라야 하는 상황이었다.

KIA는 당시 내야 뎁스가 두껍지 못한 것을 우려해 김도영을 선택했고 문동주는 한화로 향하게 됐다. 조계현 KBO 전력강화위원장은 당시 KIA 단장으로서 "김도영과 문동주 모두 인성이 좋고 KIA에 오고 싶어하는 마음도 강해서 우리로선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었다"며 "우리 욕심 같아선 모처럼 광주에서 나온 뛰어난 유망주 둘을 다 잡고 싶었는데 한 선수는 보내야 되는 입장이다 보니 고민이 길어졌다"고 솔직한 심정을 털어놓았다.

이날 호주전은 2년 전 KIA의 아쉬움이 이해되는 무대였다. 두 사람은 1년의 적응기를 거친 뒤 곧바로 각 팀의 주전을 꿰차고 앞으로 한국 대표팀을 이끌어갈 선수로 성장했다. 문동주는 정규시즌 23경기 8승 8패 평균자책점 3.72, 118⅔이닝 95탈삼진으로 사실상 신인왕을 예약했다.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대만과 결승전에서 6이닝 3피안타 무사사구 7탈삼진 무실점으로 한국의 금메달 및 대회 4연패를 이끌었다. 김도영 역시 2개월의 부상 이탈에도 84경기 타율 0.303, 6홈런 47타점 72득점 25도루, OPS 0.824로 KIA에 없어서는 안 될 선수로 성장했다.

문동주는 이날 경기로 길었던 2023시즌을 마무리했다. 경기 후 만난 문동주는 "쉽지는 않았는데 잘했다 생각하고 사실 오늘(16일) 6회를 마무리하고 내려오고 싶은 마음이 강했는데 조금 아쉽다. 그래도 잘했고 팀이 이겼으니 괜찮다"고 말했다.

김도영은 "초반에 잘 쳤다가 후반에 못 쳤으면 안 좋았을 것 같은데 후반에 공이 잘 보이기 시작해서 긍정적이었다. 내일(17일)은 조금 더 편하게 여유 있게 하려고 한다"고 각오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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