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발표] KBO 로봇 심판 도입 최종 확정, 단 피치 클락은 후반기부터 도입... '연장전 승부치기는 다시 논의한다'

김우종 기자  |  2024.01.11 15:08
로봇 심판 운영 개요도. /사진=KBO 공
한국야구위원회(KBO)가 2024시즌부터 자동 투구판정 시스템(ABS·Automatic Ball-Strike System), 이른바 '로봇 심판'과 함께 베이스 크기 확대 및 수비 시프트 제한 도입을 확정했다. 피치 클락 운영은 전반기 시범 운영 후 후반기 도입 여부를 결정한다. 한 투수의 세 타자 상대 규정은 퓨처스리그에서 시행하며 KBO리그 1군에서는 추후에 도입을 결정하기로 했다. 연장전 승부치기는 현장 의견을 종합해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또 다년 계약선수 계약 기간 중 FA 자격 취득을 불가하게 해 신분을 명확히 규정하도록 했다.

KBO는 11일 "2024년 제1차 이사회를 열고 올 시즌 ABS(자동 투구판정 시스템)적용을 최종 확정했으며 이와 더불어, 피치 클락, 베이스 크기 확대 등 주요 제도의 중요도와 시급성을 고려해 순차적 도입 및 적용 시기를 확정했다. 또한 비 FA 선수 다년 계약 관련 규정 등을 개정했다"고 밝혔다.

먼저 '로봇 심판'으로 불리는 자동 투구판정 시스템(ABS) 제도 도입이 최종적으로 확정됐다. 이미 KBO는 자동 투구판정 시스템 제도를 2024시즌부터 도입하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다. KBO 심판위원회는 지난달 4일부터 8일까지 경기도 이천에 위치한 베어스파크에서 동계 훈련에 임했다.

당시 현장에서 취재진과 만난 허운 전 KBO 심판위원장은 이날 현장에서 취재진과 만나 "피치 클락 제도 도입으로 인해 경기 시간이 상당 부분 줄어들 것이다. 이건 무엇보다 선수들한테 더욱 좋다. 1경기에 20분씩만 줄여도 144경기를 놓고 보면, 체력 안배에 큰 도움이 될 거라 본다. 선수들의 집중력도 더욱 높아질 것"이라면서 크게 반겼다.

로봇 심판이 도입되면 더 이상 선수들과 심판이 얼굴을 붉히며 언쟁을 벌이는 일도 사라질 전망이다. 이미 퓨처스리그에서는 로봇 심판을 도입해 활용했다. 지난 12월 동계 훈련에서는 주로 1군에서 뛰었던 심판위원들이 적응 훈련에 더욱 집중했다. 현장에 있는 심판들도 로봇 심판 도입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그동안 스트라이크 판정으로 인해 누구보다 많은 갈등을 겪으며 스트레스를 받았기 때문이다.

허운 심판위원장은 "ABS가 도입된다고 할지라도 심판은 정신을 바싹 차려야 한다. ABS가 전부는 아니기 때문이다. 중요한 부분을 ABS가 해주는 것일 뿐, 더 중요한 게 또 있다. 단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는 상황은 어느 정도 해소가 될 거라 본다. 이 ABS가 잘 정착한다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심판들은 정말 'ABS가 잘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미 메이저리그는 2023시즌부터 피치 클락을 사용하고 있다. 투수들은 주자가 없을 때 15초, 주자가 있을 때는 20초 안에 공을 던져야 한다. 또 타자들은 8초 이전엔 타석에 들어와야 한다. 효과는 확실하다. 메이저리그 9이닝 평균 경기 시간이 종전 3시간 4분에서 2시간 40분으로 20분 이상 단축됐다.

선수들도 환영하는 분위기 속, 새로운 제도에 적응하기 위해 적극적인 공부에 나섰다. LG의 불펜 투수 함덕주는 지난 5일 로봇 심판에 관해 "일단 스트라이크 존이 어떻게 형성될지 모르겠다"면서도 "그래도 속구는 어차피 어느 정도 다 비슷하게 찍힐 거라 생각한다. 아무래도 모든 투수들의 변화구 궤적이 다 다르다. 저도 그런 부분을 많이 체크해봐야 할 것 같다. 오히려 그런 부분을 잘 이용하려고 할 것 같다. 만약에 높은 공이나, 그런 걸 잘 잡아준다면 더 많이 던질 것 같기도 하다. 또 낮게 깔리는 게 걸쳤다고 스트라이크 판정이 나오면, 그것도 좀 비겁한 것 같지만(웃음) 어쩔 수 없이 던져야 할 것 같다"며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함덕주는 "이번 스프링캠프 기간에 로봇 심판의 존 적응을 위한 연습을 할 수 있을지 없을지는 모르겠다. 만약 연습할 수 있다면 속구보다는 변화구를 많이 던져보면서 체크해봐야 할 것 같다. 만약 어느 부분을 스트라이크로 잡아준다면, 계속해서 공략해야 할 것이다. 퓨처스리그에서는 딱 한 번 로봇 심판 경기를 해봤던 것 같다. 제가 바깥쪽을 완전히 깊게 보고 던지는 스타일이라, 스트라이크 같다고 생각했는데 볼이 되는 경우도 있었다. 오히려 변화구가 숏 바운드처럼 들어갔는데, 스트라이크 콜을 받은 적도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런 방향으로 잘 활용해야 할 것 같다"고 재차 웃으며 이야기했다.

관중이 가득 들어찬 잠실야구장. /사진=뉴스1
▶ 각종 제도 2024 시즌 KBO리그 및 퓨처스리그 적용 시기 확정

경기 스피드업을 위해 도입을 추진하는 피치 클락 운영은 퓨처스리그에는 전반기부터 적용, KBO리그는 전반기 시범 운영을 거쳐 후반기부터의 적용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이는 실제 경기에서 선수들이 피치 클락에 적용에 대해 충분한 적응 시간을 부여해, 제도를 도입할 경우 혼란을 최소화 하고 매끄러운 경기 진행을 위한 조치다. 이에 따라 2월 중 각 구장에 관련 장비 설치를 완료하고, 계시원 교육을 통해 차근히 준비해나갈 방침이다.

베이스 크기 확대는 KBO리그 및 퓨처스리그 모두 전반기부터 도입하기로 하고, 2월 중 각 구장에 신규 베이스 설치 완료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선수의 부상 발생 감소, 도루 시도 증대에 따른 보다 박진감 넘치는 플레이를 선보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수비 시프트 제한도 전반기부터 KBO리그와 퓨처스리그에 적용해, 보다 공격적인 플레이를 유도하고 수비 능력 강화를 추진한다.

투수 세 타자 상대 제도는 우선적으로 퓨처스리그에만 적용 후, 시범 운영 결과를 바탕으로 향후 KBO리그 도입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2022년부터 퓨처스리그에서 시행중인 연장전 승부치기 또한 KBO리그의 도입은 현장 의견 등을 종합해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올 시즌 급격한 제도 변화에 따라 각 제도의 시급성을 고려하여 이와 같이 결정했다.

ABS 시스템에 적응 훈련을 하고 있는 KBO 심판들. /사진=뉴스1
▶ 비 FA 다년 계약 선수 관련 규정 신설

다년 계약 선수의 명확한 신분 규정에 대한 규약의 근거도 신설했다.

다년 계약 선수는 계약 기간 중 FA 자격을 취득할 수 없도록 하고, 계약이 당해 년도에 종료될 예정인 선수에 한해 FA 자격을 승인하도록 개정했다.

구단은 비 FA 선수의 다년 계약 체결 시 언제든지 계약 승인 신청을 할 수 있고, 발표 다음 날까지 KBO에 계약서를 제출, KBO는 제출 받은 다음 날 계약 사실을 공시하도록 했다.

기한 내 계약서를 제출하지 않는 경우 규약 제 176조[징계]를 준용, 계약 질서를 어지럽히는 행위로 간주해 상벌위원회에서 제재 심의를 하기로 했다.

KBO. /사진=김동윤 기자
▶ 메리트 지급 가능 항목에 한국시리즈 MVP 추가

현 규약에서 정해 놓은 범위에서 벗어나는 메리트 지급을 제한하는 규정도 추가해, 구단이 아닌 감독의 판공비나 개인 사비로 선수에게 보너스를 지급하는 것을 금지하기로 했다.

다만 한국시리즈 MVP에 대한 구단의 별도 시상은 시즌 전 KBO에 운영계획서를 제출 한 후 승인이 있을 경우 가능하도록 개정안에 반영했다.

KBO는 지난 3일 신년사를 통해 'New inning begins(새로운 이닝을 시작한다)'라고 밝히며 2024시즌 변화를 예고한 바 있다. 당시 KBO는 "첫 번째로 공정한 경기 진행을 위해 올 시즌 자동 투구 판정 시스템을 KBO 리그에 도입한다"면서 "ABS를 통해 모든 투수와 타자가 동일한 스트라이크 존 판정 속에 경기를 치른다. 신뢰가 주는 큰 힘이 그라운드에서 함께 할 수 있도록 KBO는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또 경기 시간 단축을 위해 피치 클락(Pitch Clock) 시행을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 속도감 있고 박진감 넘치는 경기를 팬 여러분께 선보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한국시리즈 MVP 오지환이 롤렉스 시계를 손목에 찬 뒤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LG 트윈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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