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녀 신인왕' 332일 만에 1군 복귀→"여유 늘었다" 칭찬, 하나원큐 첫 '봄농구'에 힘 보탠다

부산=양정웅 기자  |  2024.01.14 07:01
하나원큐 박소희(왼쪽). /사진=WKBL
박소희. /사진=WKBL
시즌 전부터 불의의 부상을 당하며 부천 하나원큐의 돌풍에 기여하지 못했던 '신인왕' 박소희(21)가 드디어 코트에 돌아왔다. 건강한 모습으로 가능성을 보여줬다.

박소희는 13일 부산 사직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3~2024 우리은행 우리WON 여자프로농구 4라운드 부산 BNK 썸과 원정경기에서 16분 56초를 소화하며 3점포 하나를 포함해 5득점 4리바운드 1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이날 벤치에서 경기를 시작한 박소희는 1쿼터 초반 신지현이 파울 2개를 기록하자 코트에 투입됐다. 리바운드를 추가하며 첫 기록을 올린 그는 엄서이의 패스를 받아 중거리슛을 시도, 그대로 득점에 성공했다. 이 점수로 하나원큐는 22-6, 16점 차로 달아나며 기선제압에 나섰다.

2쿼터 다시 벤치로 돌아갔던 박소희는 4분 50여 초를 남기고 다시 교체 출전했다. 이어 양인영의 패스를 받아 코너에서 노마크 3점슛을 던져 또 한 번 점수를 추가했다. 쫓기던 하나원큐가 다시 도망가는 순간이었다. 이후 박소희는 더 이상의 득점은 없었다. 하지만 리바운드에 계속 참여하면서 파생되는 기회를 만들기 위해 나서는 모습이 보였다.

하나원큐 박소희가 13일 BNK전에서 리바운드를 따내고 있다. /사진=WKBL
경기 내용만 보면 평범하다고 할 수 있지만, 박소희 개인에게는 의미 있는 출전이었다. 이날 게임은 박소희가 지난해 2월 15일 KB스타즈전 이후 332일 만에 나온 정규리그 경기였다. 또한 2023~24시즌 1군 무대를 처음으로 밟는 날이기도 했다.

분당경영고를 졸업한 박소희는 2021~22시즌 WKBL 신인 드래프트에서 수피아여고 이해란(삼성생명), 분당경영고 동기 변소정(신한은행)과 함께 '빅3'를 형성했다. 그리고 예상대로 1라운드 2순위로 하나원큐에 지명을 받아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농구인 출신 아버지(전 코리아텐더 박상욱)와 오빠(고양 소노 박종하)의 피를 이어 178cm의 장신 가드 자원으로 주목받았다.

무릎 부상으로 인해 데뷔 첫 시즌 8경기 출전에 그쳤던 박소희는 2022~23시즌 많은 기회를 받았다. 26경기에 출전해 평균 14분 56초를 소화한 그는 4.4득점 1.9리바운드 1.0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소속팀 하나원큐는 최하위에 그쳤지만, 2년 차 박소희에게는 오히려 기회가 됐다. 이에 그는 시즌 종료 후 열린 WKBL 시상식에서 기자단 투표 110표 중 106표를 획득, 변소정과 김민아(BNK)를 제치고 영광의 신인선수상을 수상했다. 당시 박소희는 미모로 화제를 모았는데, 실력 역시 한 단계 올라섰다.

하나원큐 박소희가 2022~23시즌 WKBL 신인선수상을 수상한 후 소감을 밝히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 시즌 하나원큐에 부임한 김도완 감독은 박소희에게 자신 있는 공격을 주문했다. 당시 김 감독은 "자꾸 겁을 내는 것 같아서, 던지든 파울을 얻어내든 뭐라도 강제로 시켰다. 자꾸 그래야 실력이 는다"며 "상대가 타이트하게 붙는다고 자꾸 피하는 등 그렇게 농구하면 농구가 안 는다"고 설명했다.

이렇듯 과감한 시도를 통해 경험을 쌓은 박소희는 올 시즌이 더욱 기대됐다. 그런데 그는 시즌 준비 과정에서 무릎 피로골절 진단을 받았고, 개막을 함께하지 못했다. 하나원큐는 '민트보스' 김정은의 합류로 팀의 중심이 잡혔고, 신지현과 양인영이 한결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주며 4위권을 형성하고 있다. 하지만 박소희는 여기에 보탬이 되지 못했다.

그래도 베테랑 3인방의 활약 속에 호성적을 낸 것이 오히려 박소희에게는 천천히 돌아올 수 있는 발판이 됐다. 지난달 초 김 감독은 "있는 선수들도 나름 잘 버텨주고 있어 무리하게 준비시킬 생각이 없다"며 "(박소희는) 3~4라운드면 운동 합류하면서 하지 않을까 싶다"고 전했다.

하나원큐 박소희(가운데). /사진=WKBL
김 감독의 말대로 박소희는 전반기 종료 후 열린 퓨처스리그에 출전하며 실전 복귀를 알렸다. 팀의 3경기에 모두 출전한 그는 평균 30분 17초를 소화하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비록 패배하긴 했지만 KB스타즈와 결승전에서는 3점포 3방을 포함해 16득점을 올리며 분전했다.

13일 경기를 앞두고 박소희를 엔트리에 넣은 김 감독은 "5~10분 정도 뛸 것이다"고 예고했다. 그는 박소희의 퓨처스리그 활약에 대해 "내가 원하는 농구를 했다. 공격을 과감하게 해줬으면 하는 바람을 늘 가졌었는데, 그 경기에서는 자신감 가지고 하는 부분이 마음에 들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김 감독은 경기 후에는 "생각했던 것보다 잘해줬다"며 "여유 있게 농구하고 있고, 이제는 본인이 던질 때와 안 던질 때를 구분하고 있다"고 박소희를 칭찬했다.

하나원큐 박소희가 2023~24시즌 WKBL 퓨처스리그 결승전에서 플레이하고 있다. /사진=WKBL
게임 후 만난 박소희는 "언니들과 손발을 맞춰본 기간이 짧아서 코트 밸런스도 잘 안 맞고 피해주지 않을까 했다"며 "언니들이 다독여주며 자신감 있게 하라고 해주셔서 괜찮게 경기를 마쳤다"고 밝혔다. 마침 순위표에서 4위와 5위로 붙어있는 BNK와 만난 경기였기에 긴장감이 더욱 컸는데, 그는 "훈련 때도 긴장 넘치게 했다. 몸 풀 때부터 정신차리고 하자고 해서 체감이 됐다"고 전했다.

올 시즌을 준비하면서 "욕심도 나고 훈련도 열심히 준비했다"는 박소희는 부상을 당한 후 속상했다고 한다. 그렇지만 그는 "그래도 언니들이 전반기 잘 이끌어줘서 후반기에 마음 편하게 잘 녹아들려고 노력한다"고 의연한 모습을 보였다.

박소희는 끝으로 "수비가 돼야 경기 뛸 수 있다. 수비에서 구멍 안 나게 실수 없는 모습을 보이겠다. 공격에서는 주저하지 않고 거침없이 플레이하고 싶다"며 후반기 각오를 다졌다.

하나원큐는 신세계 쿨캣 선수단을 인수해 2012년 창단한 이후 지금까지 한 번도 플레이오프에 오르지 못했다. 정규리그 2위를 기록한 후 챔피언결정전까지 오른 2015~16시즌은 첼시 리 사태로 인해 기록이 삭제됐고, 2019~20시즌에는 3위를 달리다 코로나19로 인해 시즌이 종료되면서 역시 플레이오프를 경험하지 못했다. 처음으로 봄 농구를 노리는 하나원큐에 있어 박소희가 살아난다면 '김정은-양인영-신지현' 삼각편대의 부담을 덜고 순위 경쟁에 힘이 될 수 있다.

하나원큐 박소희. /사진=WKB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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