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 현장인터뷰] 신태용 "초긴장하면서 봤다"... 인니 기적의 16강 '그 순간'

도하(카타르)=이원희 기자  |  2024.02.02 19:19
카타르 도하에서 만난 신태용 감독. /사진=이원희 기자
신태용 감독. /사진=OSEN
"초긴장 상태였다. 감독할 때보다 더 긴장하면서 봤다."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은 신태용 감독, 인도네시아 국민들에게는 평생 잊지 못할 대회가 됐다. 인도네시아는 사상 최초로 16강 무대를 밟았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46위로 대회 최약체 중 하나로 평가받았지만, 이를 뒤집고 기적 드라마를 썼다. 최근 카타르 도하의 한 음식점에서 만난 신태용 감독은 "146위 팀이 17위(일본), 25위(호주) 팀과 맞붙었다. 우리 선수들이 큰 경기에서 잘해줬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의 16강 과정이 쉬웠던 것은 아니다. 대회 D조에 속한 인도네시아는 일본, 이라크, 베트남과 함께 경쟁해 조 3위(1승2패)를 기록했다. 인도네시아가 조별리그 일정을 마칠 때까지만 해도 16강 여부를 알 수 없었다. 이번 대회 조 3위 6팀 중 성적이 좋은 4팀도 16강에 오를 수 있다. 다른 조 상황도 끝까지 봐야 했다.

F조 결과가 중요했다. 3차전 오만-키르기스스탄 경기가 열렸는데, 이 경기에서 오만이 승리했다면 인도네시아는 16강에 오를 수 없었다. 오만은 전반 8분 선제골을 넣었다. 그대로 경기가 끝났다면 인도네시아는 짐을 싸야 했다. 그런데 기적이 일어났다. 키르기스스탄이 후반 35분 극적인 동점골을 터뜨린 것. 결국 오만-키르기스스탄 경기가 1-1로 끝나 인도네시아가 16강에 진출했다.

신태용 감독과 인도네시아 선수들은 호텔에서 TV로 오만-키르기스스탄 경기를 지켜봤다. 16강이 확정되자 소리를 지르고 뜨거운 포옹을 나누며 기뻐했다. 이 장면이 SNS 등을 통해 공개돼 축구팬들에게 많은 감동을 안겼다.

신태용 감독은 "초반에는 덤덤하게 경기를 지켜봤다. 그런데 키르기스스탄이 후반 35분에 골을 넣었을 때부터 초긴장 상태였다. 추가시간까지 한 17분 정도를 봤는데, 감독하는 것보다 더 긴장하면서 봤다"며 "애초 나는 방에서 혼자 경기를 봤고 선수들에게도 각자 방에서 보라고 했는데, 경기를 보다 보니 같이 어울리면서 보게 됐다"고 떠올렸다.

인도네시아는 16강 호주전도 잘 싸웠다. 최종 스코어는 0-4 대패였지만, 초반 강하게 밀어붙이며 대등한 경기를 펼쳤다. 오히려 전반에는 인도네시아의 슈팅 숫자가 5대1로 더 많았다. 다만 운이 없었다. 불운의 자책골로 리드를 내줬고 이후 전반 막판, 후반 막판 추가 실점했다. 신태용 감독은 "호주전은 첫 골만 내주지 않았다면 잘했을 것이다. 축구는 분위기다. 사실 우리는 호주에 패해도 아무렇지 않지만, 호주는 인도네시아에 패하면 난리난다. 시간이 흐를수록 호주는 불안할 것이고 그러면 실수도 나왔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인도네시아 선수들을 지도하는 신태용 감독. /사진=OSEN
인도네시아(빨간색 유니폼)-호주 경기. /AFPBBNews=뉴스1
또 신태용 감독은 "16강에 만족하지만 내심 더 올라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더 욕심이 났다"며 "전반적으로 아쉬움이 남는 대회였다. 우리 선수들의 평균 연령은 22.5세 정도였다. 20세 월드컵을 준비하면서 뽑았던 선수들을 데리고 온 것인데, 어떻게 보면 올림픽 대표팀을 데리고 경기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선수들이 소속팀으로 돌아가면 꾸준히 출전하는 선수가 거의 없다. 리그에서 잘하는 선수들을 소집해 빠르게 대표팀 감독 색깔을 입혀 경기해야 하는데, 이번에는 경기 체력과 경기력을 함께 끌어올려야 해서 시간이 부족했다. 조금만 더 시간이 있었다면 더욱 발전된 모습을 보여줬을 것이다. 선수들이 경기를 거듭할수록 점점 좋아졌다. 8강에 올랐다면 더 잘했을 것이다. 그게 아쉽다"고 설명했다.

호주전을 마치고 인도네시아 선수들을 꼭 안아준 신태용 감독. /사진=OSEN
하지만 외부에서는 인도네시아 16강 달성에 박수를 보냈다. 호주전을 마치고 난 뒤에는 외신 기자들이 신태용 감독에게 "대등한 경기를 펼쳤다"며 칭찬 섞인 질문을 던질 정도였다. 신태용 감독은 "우리 선수들이 큰 경기에서 잘해줬다. 선수들도 자부심을 느꼈을 것"이라며 "선수들에게 '이런 대회는 쉽게 경험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소속팀에 돌아가면 더 많이 출전했으면 좋겠다. 이번 대회를 발판 삼아 많이 뛰자'고 얘기했다"고 고마워했다.

이제 신태용 감독의 시선은 2026 북중미 월드컵으로 향한다. 이번에도 또 다른 기적 드라마를 쓰려고 한다. 신태용 감독은 "월드컵 2차 예선을 통과하고 싶다"고 말했다.

신태용 감독. /사진=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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