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배구연맹(KOVO)은 23일 오전 10시 상벌위원회를 열기로 했다. 지난주 들어온 익명의 신고 때문이다. 배구계에 따르면 올 시즌 페퍼저축은행 선수단 내에서 내부 충돌이 있었다. A 선수가 다른 선수들을 지속해서 괴롭힌 끝에 지난해 말 2명의 선수가 퇴단하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KOVO 관계자는 22일 스타뉴스와 통화에서 "신고 내용을 검토한 결과 상벌위 개최 필요성을 느꼈다. A 선수는 상벌위에 직접 출석해 입장을 소명한다. 퇴단한 선수 두 명 중 한 명도 직접 상벌위에 참석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같은 사실에 페퍼저축은행은 "피해자가 KOVO 선수고충처리센터에 직접 신고한 건 사실이 아니다. 구단이 사후조사를 통해 연맹에 직접 신고했다"고 정정을 요구했다. 이어 "자세한 구단의 입장과 관련해서는 23일 상벌위원회 결과에 따라 추가로 말씀드리겠다"고 덧붙였다.
올 시즌 페퍼저축은행은 창단 후 최악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시즌 전부터 삐걱대기 시작했다. 시작은 한국도로공사를 우승으로 이끈 박정아(31)를 FA 영입하는 과정에서 보상 선수 전략을 잘못 세운 것이었다. 박정아를 계약 기간 3년, 연 7억 7500만 원으로 영입하는 것은 좋았으나, 보상 선수 보호 명단에 주전 세터 이고은(29)을 묶지 않으면서 논란을 낳았다. 이후 이고은을 2023~2024시즌 신인드래프트 2라운드 지명권과 함께 주전 미들블로커 최가은(23)과 1라운드 지명권을 주고 데려왔다. 하지만 내주지 않아도 될 선수들을 내준 것에 이어 한국도로공사가 행운의 1픽으로 전체 1라운드 1번으로 김세빈(19)을 지명하면서 최악의 오프시즌을 보냈다.
지난해 6월에는 2023~2024시즌부터 페퍼저축은행을 이끌기로 한 아헨 킴(39) 감독이 갑작스럽게 팀을 떠나 혼란이 가중됐다. 지난 시즌 말 선임돼 훈련을 이끌고 있었으나, 정규시즌은커녕 컵대회도 한 경기 소화하지 않고 떠나 시즌 준비에 큰 차질을 빚었다.
트린지 감독과 선수단 간 소통에도 계속해서 잡음이 발생했다. 트린지 감독은 4라운드 무렵부터 선수단 분위기에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는 "연패 중인 팀에 가장 중요한 건 응집력을 확실히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가장 기본적인 팀워크나 응집력을 잡으면 기술적인 부분은 따라온다"고 뼈 있는 말을 남겼다.
선수들의 기량도 감독의 요구에 따르지 못했다. 트린지 감독은 지난달 2일 장충 GS칼텍스전을 앞두고 "내가 추구했던 수비 시스템이 선수들이 그동안 해 왔던 것과 달라 보여주기 쉽지 않았다. 일부 선수들이 '우리 능력 밖의 수비 시스템이라는 의견을 제시했고, 이를 수용해 익숙한 수비 시스템으로 다시 바꿨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지난달 19일 광주 현대건설전에서는 "구체적으로 어떤 사건을 언급하고 싶진 않다. 팀원들이 함께 극복해야 하는 문제"라고 말을 아끼면서도 "우리는 충분히 좋은 팀이다. 여기에 신뢰를 기반으로 팀 문화를 만들어 어떻게 쌓아 나가는지가 중요하다. 그 방법을 찾아내겠다"고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이때의 일을 극복하지 못한 페퍼저축은행은 이달 10일 화성 IBK기업은행전에서 셧아웃 패를 당하며 21연패를 달성, 굴욕적인 '리그 최다 연패 신기록'을 썼다. 종전 V리그 여자부 최다 연패 기록은 2012~2013시즌 KGC 인삼공사(현 정관장)이었다.
이제 남녀부 통틀어 리그 최다 연패 기록도 4경기밖에 남지 않았다. 남자부에서는 KEPCO(현 한국전력)의 2007~2008, 2008~2009시즌에 걸친 27연패가 통산 부문 최다 연패 기록이다. 단일 시즌 최다 연패 역시 2012~2013시즌 KEPCO가 25연패로 기록을 가지고 있다.
2승 28패(승점 8)로 일찌감치 꼴찌를 확정한 상황에서 페퍼저축은행이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해 나갈지 배구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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