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이강인 갈등'에 차범근 쓴소리 "이강인 부모님과 나도 회초리 맞아야"

이원희 기자  |  2024.03.01 10:24
차범근 전 감독이 2월 29일 서울 종로구 HW컨벤션센터 열린 ‘제36회 차범근 축구상' 시상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제공
이강인(왼쪽)과 손흥민. /사진=뉴시스 제공
한국 축구 레전드 차범근(71) 전 감독이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에서 대표팀 선수들간 갈등이 일어난 것에 대해 진심이 담긴 쓴소리를 건넸다.

차 전 감독은 전날(2월29일) 서울 종로구 HW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36회 차범근 축구상 시상식에서 아시안컵에서 불거진 대표팀 내 갈등 사건, '탁구 게이트'에 대해 언급했다. 뉴스1에 따르면 시상식의 시상자로 나선 차 전 감독은 "1년 중 가장 행복한 날"이라면서도 "축구 선수들을 키우는 학부모들과 무거운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고 대표팀 핵심 손흥민(32·토트넘), 이강인(23·파리 생제르맹)이 아시안컵 도중 충돌한 것에 대해 얘기했다.

차 전 감독은 "최근 많은 선수가 유럽에 진출하는 모습을 보고 뿌듯하면서도 서로 다른 문화를 경험하고 있는 세대간 갈등을 잘 풀어야 한다는 걱정을 많이 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런 우려에도 적극적으로 교육할 생각을 하지 않고, 뒤로 물러나 쉬어도 된다는 생각이 우선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몹시 부끄러운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2023 카타르 아시안컵에서 '탁구 게이트' 사건이 벌어져 큰 논란이 됐다. 중심은 손흥민과 이강인이었다. 대회 4강 요르단전 전날, 이강인이 저녁시식사 시간에 탁구를 치려고 했고, 손흥민이 이를 제지하는 과정에서 충돌이 일어났다. 영국 매체 더선이 처음 보도했다. 대한축구협회도 이를 인정하면서 사건의 심각성은 더욱 커졌다. 위르겐 클린스만 전 한국대표팀 감독, 코치진도 해외 매체들과 인터뷰를 통해 이강인, 손흥민의 충돌 사실을 알렸다.

한국축구도 한 수 아래로 평가받는 요르단을 4강에서 만나 0-2로 완패해 대회서 탈락했다. 1960년 이후 64년 만에 아시안컵에서 우승하겠다는 꿈도 사라졌다.

이후 이강인은 SNS를 통해 "제가 앞장서서 형들의 말을 잘 따랐어야 했는데, 축구팬들에게 좋지 못한 모습을 보여드리게 돼 죄송하다"고 사과문을 올렸다. 그런데도 축구팬들의 비난은 계속됐다. 10살 가까이 어린 후배가 선배에게 대드는, 특히 한국축구를 대표하는 손흥민 사이에서 일어난 사건이다 보니 충격은 엄청났다.

차범근 전 감독이 2월 29일 서울 종로구 HW컨벤션센터 열린 ‘제36회 차범근 축구상' 시상식에서 인사를 건네고 있다. /사진=뉴스1 제공
차 전 감독도 이강인에 대해 얘기했다. 그는 "유럽에서는 선배와 후배, 어른의 개념 없이 모두가 동료라는 생각이 있다. 코칭스태프에게 자신의 주장을 강하게 나타내는 것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어린 선수들은 자신이 경험한 문화를 자연스럽게 배우고 닮아갈 수밖에 없다"며 "이제 한국축구는 동서양 문화 차이와 함께 세대간 간극까지 더해진 중요한 시기를 맞이했다. 쉽게 이해할 수 없는 분위기이고 세상은 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차 전 감독은 자신과 박지성(전북현대 테크니컬 디렉터) 등이 유럽무대에서 성공한 것에는 예절과 질서를 중요시하는 동양적인 윤리관이 큰 힘이 됐다고 강조했다. 차 전 감독은 "동양적인 겸손과 희생이, 또 대한민국 대표팀 선수로서 책임감이 자칫 촌스럽고 쓸모없다고 생각할 수 있다"며 그러나 동양적인 인간관계야말로 우리가 물려받은 무기이고 자산이다. 박지성 선수가 세계적인 명문 구단에서 사랑받고 그의 선수 생활을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던 비결이다. 이런 소중한 무기를 버리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라고 지적했다.

또 차 전 감독은 이 같은 일이 벌어진 것에 자신도 책임이 있다고 자책했다. 그는 "23세의 이강인이 세상으로부터 뭇매를 맞고 있다. 크게 놀랐을 것"이라며 "스페인이나 프랑스에서는 대수롭지 않던 그런 일이 우리 팬들을 이렇게까지 화나게 할 줄을 꿈에도 생각지 못했을 것이다. 이것을 가르치지 못한 이강인의 부모님들, 그리고 뻔히 알면서 방향과 길을 알려주지 않은 저 역시 회초리를 맞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자리에 계시는 부모님들은 어른들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우리 아이들의 품위 있는 성공, 진정한 성공을 위해 무엇이 중요한지를 우선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손흥민과 이강인은 직접 만나 화해하며 오해를 풀었다. 이강인이 프랑스에서 영국 런던으로 찾아가 손흥민에게 사과했고, 캡틴 손흥민도 이강인의 사과를 받아들이고 용서했다. 이와 함께 이강인을 향한 거센 비난을 멈춰달라고 축구팬들에게 당부했다.

차범근 전 감독이 2월 29일 서울 종로구 HW컨벤션센터 열린 ‘제36회 차범근 축구상' 시상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제공
이강인이 먼저 SNS를 통해 "아시안컵에서 저의 짧은 생각과 경솔한 행동으로 인해 (손)흥민이 형을 비롯한 팀 전체와 축구 팬 여러분께 큰 실망을 끼쳐드렸다"며 "흥민이 형을 직접 찾아가 진심으로 사과를 드리는 게 중요하다 생각했다. 긴 대화를 통해 팀의 주장으로서의 짊어진 무게를 이해하고 제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런던으로 찾아간 저를 흔쾌히 반겨주시고 응해주신 흥민이 형께 이 글을 통해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고 적었다.

이어서 이강인은 "그날 식사자리에서 절대로 해서는 안 될 행동을 했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 봐도 절대로 해서는 안 될 행동이다. 이런 점들에 대해서 깊이 뉘우치고 있다"고 '탁구 게이트' 사건을 직접 언급하며 고개를 숙였다.

손흥민도 "(이)강인이가 진심으로 반성하고 저를 비롯한 대표팀 모든 선수들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했다"며 "강인이가 이런 잘못된 행동을 다시는 하지 않도록 저희 모든 선수들이 대표팀 선배로서 또 주장으로서 강인이가 보다 좋은 사람, 좋은 선수로 성장할 수 있도록 옆에서 특별히 보살펴 주겠다"고 약속했다.

손흥민은 이강인을 용서하는 동시에 축구팬들에게 한 가지 부탁을 남겼다. 이강인을 향한 거센 비판을 멈춰달라는 내용이었다. 손흥민은 "그 일 이후 (이)강인이가 너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한 번만 너그러운 마음으로 용서해달라. 대표팀 주장으로서 꼭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화해한 손흥민(왼쪽)과 이강인. /사진=손흥민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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