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캡틴' 전준우의 미안함 "감독님께 빨리 첫 승 드리고 싶었는데...", 기록 도전도 잊고 뛰었다

양정웅 기자  |  2024.03.30 10:08
29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2024 신한 SOL 뱅크 KBO 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NC 다이노스의 경기가 열렸다. 롯데 자이언츠 전준우가 6회말 2사 중월 동점 솔로 홈런을 치고 있다. /사진=롯데 자이언츠
29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2024 신한 SOL 뱅크 KBO 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NC 다이노스의 경기가 열렸다. 롯데 자이언츠 전준우(왼쪽 2번째)와 선수들이 첫 승리를 기록한 김태형 감독과 환호하며 기뻐하고 있다.
"새로 바뀌신 감독님께 선수들이 첫 승을 드리고 싶었는데, 그게 좀 늦은 것 같아서 죄송스럽다."

6년 만에 개막 4연패에 빠졌던 롯데 자이언츠. 위기의 팀을 구해낸 건 '캡틴' 전준우(38)의 대활약이었다.

롯데는 29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 2024 신한 SOL Bank KBO 리그 홈 경기에서 6회 3득점을 올리며 3-1 역전승을 거뒀다.

이로써 롯데는 개막전부터 이어졌던 연패 늪에서 탈출하게 됐다. 지난 23일 문학 SSG전에서 3-5로 패배한 후 다음날에는 9회 초 6점을 올리고도 9회 말 끝내기 홈런을 맞아 6-7로 지고 말았다. 이어 광주에서 열린 KIA와 2연전(28일 우천취소)에서도 각각 1-2, 2-8로 패배하며 첫 승 사냥에 실패했다.

롯데는 홈 개막전을 앞두고 개막 4연패에 빠졌다. 앞서 지난 2018년 7연패(3월 24일 문학 SK전~3월 31일 사직 NC전)를 당한 후 가장 긴 개막 연패였다. 올해 부임한 김태형(57) 감독으로서도 두산 시절 한 번도 없던 기록이었다. 29일 경기 전까지 시즌 승리가 없던 팀은 롯데와 키움 히어로즈 두 팀뿐이었다.

앞선 광주 2연전에서 침묵한 타선은 이날도 5회까지 NC 선발 김시훈에게 무득점으로 틀어막혔다. 이대로라면 롯데는 또 석패를 당할 위기였다. 홈 개막전을 맞아 찾은 2만 1554명의 관중 앞에서 망신을 당할 수도 있었다.

29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2024 신한 SOL 뱅크 KBO 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NC 다이노스의 경기가 열렸다. 롯데 자이언츠 전준우가 2회말 좌익수 쪽 2루타를 치고 있다.
하지만 롯데에는 베테랑 전준우가 있었다. 2회 말 선두타자로 나온 전준우는 3루수 옆을 뚫고 좌익선상을 타고 흘러가는 2루타로 출루에 성공했다. 비록 후속타가 나오지 않으면서 득점에는 실패했지만 상대에게 위협이 되는 장타였다. 전준우는 4회에도 좌익수 방면 안타를 터트리면서 일찌감치 멀티히트를 만들었다.

가장 결정적인 활약은 6회 말에 나왔다. NC는 선발 김시훈을 내리고 이준호를 올렸고, 고승민과 빅터 레이예스가 연이어 범타로 물러나면서 롯데는 순식간에 2아웃을 당했다. 하지만 전준우를 넘길 수는 없었다. 그는 이준호의 높은 패스트볼을 공략, 가운데 담장을 넘어가는 비거리 130m의 솔로 홈런을 터트렸다. 롯데의 첫 득점이자 1-1 동점이 되는 순간이었다.

이 한방으로 롯데 공격의 물꼬를 틀 수 있었다. 다음 타자 노진혁이 흔들리는 이준호에게 볼넷을 얻었고, 정훈의 투혼의 질주로 내야안타를 만들며 득점권 찬스가 만들어졌다. NC는 투수를 좌완 임정호로 바꿨지만, 최항의 좌중간 적시타로 롯데는 리드를 잡았다. 이어 유강남의 3루 쪽 큰 바운드 타구가 내야안타가 되면서 롯데는 3-1까지 달아났다.

29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2024 신한 SOL 뱅크 KBO 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NC 다이노스의 경기가 열렸다. 롯데 자이언츠 전준우가 6회말 2사 중월 동점 솔로 홈런을 치고 있다.
이날 전준우는 4타석 3타수 3안타(1홈런) 1타점 1득점 1볼넷을 기록했다. 시즌 개막 후 매 경기 1안타씩을 기록했던 그가 처음으로 멀티히트를 터트렸다. 그야말로 팀을 구해낸 활약이었다.

경기 후 전준우는 "홈 개막전이어서 선수들도 연패였지만 하고자 하는 마음이 컸다. 열심히 하고, 누구도 빠지지 않고 하나 더 하려고 하다 보니까 좋은 모습이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의 연패에 대해 "마음이 안 좋았다. 연패를 하다 보니 선수들이 위축된 건 사실이었다. 결과가 안 나오다보니 악순환이 반복됐다"며 "오늘(29일)을 계기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아 기분이 좋다"고 했다.

길어지는 연패에 선수들도 쫓겼다. 전준우는 "아까운 경기들이 많았다. 이기고 있어서 바로 역전되고, 동점 만들어도 바로 지고 그러다 보니 선수들이 본의 아니게 쫓긴 것 같다"고 진단했다. 그는 "빨리 혈을 뚫었어야 했는데 오늘을 계기로 좀 잘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6회 홈런 상황에 대해서는 "사직야구장이 펜스가 높아서 가운데로는 잘 안 넘어가는데, (처음에는) 펜스를 맞을 줄 알고 빨리 뛰었다. 3루까지라도 가려고 했다"면서 "타구를 보고 넘어갔다고 생각해서 안도감이 들었다"고 전했다. 그는 "그때부터 분위기가 반전된 것 같아 기분이 좋다"고 밝혔다.

29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2024 신한 SOL 뱅크 KBO 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NC 다이노스의 경기가 열렸다. 롯데 자이언츠 김태형 감독(오른쪽)이 시즌 첫 승리를 챙기고 이강훈 대표로부터 축하 꽃다발을 받고 있다.
이날 승리로 김 감독은 롯데 사령탑 부임 후 첫 승을 거뒀다. 신임 감독에게 첫 승을 안겨주려는 선수들의 마음은 미안함으로 이어졌다. 전준우는 "새로 바뀌신 감독님께 선수들이 첫 승을 드리고 싶었는데, 그게 좀 늦은 것 같아서 죄송스럽다"고 고백했다.

김 감독은 경기 후 "고참들이 최선을 다해서 앞에서 잘 끌고가려고 한다"며 베테랑들의 공을 칭찬했다. 이에 전준우는 "고참들이 솔선수범하면 후배들이 당연히 따라오게 마련이니까, 그런 모습을 많이 보여줬다"고 밝혔다. 이어 "뭐 하나라도 더 하려고 하니까 자연스럽게 분위기가 형성돼서 나쁘지 않다. 이런 분위기가 계속 이어지지 않을까"라는 기대감을 드러냈다.

전준우는 마지막 타석에서 3루타를 기록하면 사이클링 히트를 달성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의식하지 않았다"고 힘줘 말했다. 그는 "한 점을 더 내야 하는 상황이었다. 3루타를 치면 좋겠지만, 출루가 우선이어서 거기에 중점을 많이 뒀다"고 밝혔다.

전준우(맨 왼쪽). /사진=롯데 자이언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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