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연주는 최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KBS에서 스타뉴스와 만나 KBS 2TV 일일드라마 '피도 눈물도 없이'(극본 진유리, 연출 김신일·최정은) 종영 기념 인터뷰를 진행했다.
'피도 눈물도 없이'는 어린 시절 부모의 이혼으로 헤어진 자매가 운명의 소용돌이 속에서 다시 만나 파국으로 치닫는 비극적인 이야기다. 그는 극 중 배도은(개명 전 이혜진) 역으로, 이혜원(이소연 분)의 친동생이자 이철(정찬 분)의 내연녀다. 배도은은 이철과 사랑을 키우던 중 수십 년 전에 헤어진 언니 혜원을 만나게 됐고, 이 상황을 헤쳐 나가기 위해 그를 향한 복수를 꿈꾼다.
하연주는 본격적으로 인터뷰에 앞서 "사실 오랜만에 인사를 드리게 됐다. 관심 많이 주셔서 감사하다. 긴 호흡 드라마로 다양한 캐릭터로 접했다. 변하는 모습을 보여줘서 좀 나한텐 즐거웠던 작업이다. 앞으로도 이렇게 좋은 모습으로 보여 드리고 싶다"라고 종영 소감을 전했다.
일일극이 대체로 사랑, 가족 등 키워드로 시작되는 만큼, 여성 투톱 작품은 흔치 않다. 남매 이야기로 시작되는 '피도 눈물도 없이'는 배우 입장에서 특별했을 터. 그는 "자매 이야기로 시작됐다. 어릴 때 일로 인해서 성인이 돼 만나서 오해를 풀어가는 과정이라 생각했다. 내게도 복수 요소가 있을 거고, 어떻게 표현될지 궁금했다"라며 "(악역의 행동은) 일상 속에선 할 수 있는 게 아니지 않나. 복수를 하면 오해가 쌓이고, 이게 계속되다 보니 심적으로 힘든 게 없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이어 "다음 대본도 어떻게 될지 모르겠고, 매회 예상을 못 하는 상황이라 결말도 예상 못 하더라. 작가님은 어떻게 100회를 썼나 싶다"라며 "어쨌든 도은이에겐 법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하긴 어려운 상황인 거 같다. 혜원의 복수 방식이 궁금하고 어떻게 정신 차릴까 싶다"라고 얘기했다.
전작인 KBS 2TV 드라마 '왼손잡이 아내'에서도 악역을 맡았던 그는 이번 작품에선 어떤 차별점을 뒀을까. 하연주는 "전작에선 빨간 립스틱을 바르고 화려한 모습"이었다며 "도은이는 어릴 때 상처가 있었다. 못된 애보단 상황 때문에 변화된 악역을 원했다. 오히려 좀 더 청순한 모습을 보여준 거 같다"라고 설명했다.
그와 로맨스 연기 호흡을 맞춘 인물은 바로 정찬. 정찬은 55세 나이의 이철로 분했다. 하연주는 29세인 배도은 역으로, 두 사람은 26세를 뛰어넘는 로맨스를 보였다. 하연주는 먼저 정찬에 대해 "전작도 같이 했다. 두 번째 작품이다 보니까 (정찬에게) 심적으로 의지도 되고 편안했다"라며 "워낙 젠틀하셔서 날 잘 챙겨주셨다. 내가 머리 찢어졌을 때도 잠시 촬영장을 방문하셨다. 그때 '머리 찢어진 여배우 처음 봤다'라고 하시면서 병원도 같이 가주시고 챙겨주시더라"고 말했다.
이어 "(배도은은) 사람에게 상처받아서 이철을 믿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근데 마음속으론 기댈 수밖에 없는 사람이지 않나. 부정했지만 사랑했을 거란 생각이 든다"라며 "아마도 내면 깊이 사랑했던 거 같다. 확실히 연기를 한번 맞춰 봤다 보니 낯설고 어색한 면도 덜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극 중 나이 차이가 그렇게 많이 났냐"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하연주는 2019년 SBS 예능 프로그램 '정글의 법칙 in 순다열도' 이후 방송 활동을 잠시 멈췄다. 이후 4년 만에 일일극으로 복귀한 상황. 긴 공백기를 갖게 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그는 "체력적으로 힘들었다. 결혼 준비, 코로나도 있었다. 그때 너무 잘 쉬어서 힘이 좀 나고 일할 마음이 나기도 하고 연기 수업부터 했다. 당장 작품을 할 수 있는 게 아니었으니까"라며 "지금 너무 재밌게 활동하고 있다. 일일극을 하면 상황을 많이 주다 보니 연기에도 도움이 된 거 같다. 내 자양분이 된 거 같다"라고 뿌듯해했다.
여배우에게 결혼은 역할을 제한하기도, 새로운 길을 제시하기도 한다. 하연주에게 '결혼'은 어떤 의미로 다가왔을까. 그는 "인생에서 여러 변화가 있는데 결혼은 인간에 대해 연구를 하게 되는 거 같다. 원래 가족과 살 때면 연구할 필요가 없다. 어떤 일이 있어도 '그런가 보다'하고 숙명처럼 받아들인다"라며 "새로운 가족을 만나면 '왜 저런 생각 할까'라고 접근하고 이해하게 된다. 그래서 보는 시야가 넓어진다"라고 밝혔다.
끝으로 "여전히 다양한 역할에 대한 목마름이 있다"라며 "(활동을) 급하게 할 건 아니고 천천히, 길게 보고 싶은 마음이 있다. 내 생활대로 꾸려나가면서 배우 생활도 하고 싶다. 개인적인 성장도 이루면 배우로서 무언가를 이뤄나가지 않을까"라고 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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