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인천 SSG 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4 신한 SOL 뱅크 KBO 올스타전에서 롯데 황성빈(27)은 온라인 팬 투표 18만 9266표 중 절반이 넘는 9만 7447표(51%)를 획득, 화려한 춤 솜씨를 보여준 SSG 랜더스의 루키 박지환(2만 8383표, 15%)을 제치고 베스트 퍼포먼스상을 차지했다. 지난해 김민석(20)에 이어 2년 연속 롯데에서 수상자가 나왔다.
3회 말 타석에 등장한 황성빈은 '배달의 마황'이라는 글자가 적힌 헬멧을 쓰고 배달 스쿠터와 함께 등장했다. 전광판에는 '안타 배달, 마황 말고 라(이더)황'이라는 문구가 나왔다. 이어 김영규(NC)에게 1루수 쪽 내야안타로 살아나간 후에는 '배달 완료'라 적힌 종이를 펼쳐 들었다.
이후 황성빈은 1루에서 시즌 초 화제가 됐던 '깔짝깔짝' 스킵 동작을 보여줬다. 이에 화답하듯 김영규가 견제 모션을 하면서 순간 표정을 어둡게 하는 척을 하며 많은 이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4회 초 팀 동료 박세웅(29)이 등판하자 '신속 배달'이라 적힌 중식당 철가방을 들고 마운드로 갔다. 철가방에서 로진을 꺼내 전달하자 박세웅은 1만 원 지폐를 전달했고, 황성빈이 거스름돈을 주려 하자 거부하는 모습도 보여줬다.
이날 황성빈만 준비하고 나온 건 아니었다. 베스트 12로 뽑힌 외야수 윤동희(21)는 자신과 닮은꼴로 유명한 배구선수 김희진(IBK기업은행) 스타일로 꾸미고 나왔고, 투수 김원중(31)은 최근 유튜브 쇼츠로 화제가 되고 있는 자신의 발 구르기 동작을 보이그룹 세븐틴의 '마에스트로'에 맞춰서 했고, 윤동희의 퍼포먼스에도 동참했다. 포수 정보근(25)은 게임 '버블보블' 캐릭터처럼 하고 나왔다.
팬들의 박수를 받은 롯데 선수들의 올스타전 퍼포먼스는 홍보팀의 밤낮을 가리지 않은 준비 속에서 탄생했다. 이에 구단 관계자를 통해 준비 과정의 비하인드를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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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심스러웠던 황성빈, 그래도 '정면돌파'... KBO-SSG 협조 속 '역대급 퍼포먼스' ━
이에 황성빈 본인도 '팬들과 호흡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고, 이에 구단은 다음날 공식 SNS에 출전 영상을 올리는 동시에 황성빈이 댓글로 "팬분들께서 보고 싶으신 퍼포먼스를 댓글로 달아달라"고 했다. 그리고 결국 최종적으로 '배달의 마황' 코스프레를 하기로 했다.
다만 구단 관계자에 따르면 황성빈은 배달기사 관련 별명이 자신이 안 좋을 때 붙은 별명이고, 배달업 종사자들에게 실례가 되지 않을까 해서 걱정했다고 한다. 하지만 오히려 정면돌파해 이를 살리고, 배달기사 직업군을 희화화하지 않게 하고자 노력했다.
이제 남은 건 코스프레 물품이었다. 배달기사 옷과 헬멧은 인터넷에서 대여해주는 곳을 찾았고, 철가방은 롯데 구단과 거래하는 인근 중식당에서 올스타전 이틀 전 프런트가 직접 찾아와 빌렸다. 가장 중요한 스쿠터는 여러 업체를 수소문해 구했고, 당일 오후 4시에 야구장에 도착하면서 지하주차장에서 급하게 연습했다. 롯데 관계자는 "잔디 문제가 있어서 스쿠터 출입 여부를 문의했다. 인조잔디 부분만 밟겠다고 했고, 감사하게도 KBO와 SSG 측에서 허락해줬다"고 했다.
황성빈과 호흡을 맞췄던 박세웅은 본인이 '조연'을 자처했다고 한다. 철가방 등장 타이밍에 대해 고민한 구단은 이미 퍼포먼스를 준비한 김원중 대신 박세웅이 등판할 때 황성빈이 로진백을 전달해주는 것으로 결정했다.
에레디아 유니폼을 들고 소감을 밝힌 것도 황성빈 본인의 아이디어와 SSG의 협조로 이뤄졌다. 구단 관계자는 "본인이 쾌유를 빌면서 감사함을 표시하기 위해 이야기했다. SSG 쪽에서도 이를 받아줘서 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올스타전 종료 후 만난 황성빈은 "시간이 부족했던 사실 웃기고 싶은 욕심도 있고 팬분들도 많이 기대하시는 것 같아 정말 열심히 준비했다"며 "웃지 않는 게 포인트였는데 못 참았다. 그래서 그냥 편하게 웃고 손을 흔들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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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희 '김희진 코스프레' 위해 배구단 연락→하나뿐인 유니폼 제작━
김원중의 경우 발 구르기 동작이 본인의 리듬을 찾는 것이고, 경기에 집중하기 위한 동작이어서 웃음 포인트로 받아들여지는 게 조심스러웠다. 하지만 선수 본인이 "하려면 제대로 하고 싶으니 도와달라"고 이야기했다고 한다. 특히 지난달 26일 시구자로 나섰던 배우 허준석이 가발까지 쓰고 와 이 동작을 똑같이 따라해 화제가 된 것도 이유가 됐다. 롯데 관계자는 "KBO 행사이기 때문에 우리 팬만 공감을 이끌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마운드에 올라와 퍼포먼스를 할 때 라이트가 점멸됐던 것도 김원중 본인의 아이디어였다. 이에 구단에서는 선수가 홈런 칠 때처럼 조명을 해주고, 음악도 타이밍에 맞춰 틀어달라는 부탁을 전달했고, 성공적으로 이뤄졌다.
정보근은 본인의 별명 중 하나인 '정월대보근'으로 하려고 했다. 하지만 어떻게 형상화할지에 대해 어려움을 겪으면서 결국 이름과 비슷한 '보글보글'(버블보블)의 귀여운 이미지를 준비했다. 이에 구단은 헬륨풍선과 사이즈 맞는 공룡 옷. 버블보블 게임 사운드 등을 깔아주며 정보근의 퍼포먼스를 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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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열한 퍼포먼스 경쟁에 피곤했지만, 그래도 "보람 있었다" 만족━
이런 치열한 경쟁 속에서 선수들을 도운 프런트도 고된 나날을 보냈다. 롯데 관계자는 "피곤하긴 했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팬들의 뜨거운 반응에는 "보람을 느낀다"며 웃었다. 선수와 프런트의 찰떡 호흡 속에 롯데는 올스타전의 숨은 주인공으로 등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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