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충 쳐" 34세 베테랑의 '첫 타격왕 도전기', 그를 바꾼 건 '안경이 아닌 코치 조언'이었다

잠실=안호근 기자  |  2024.07.14 07:40
두산 베어스 허경민이 13일 삼성 라이온즈전 승리를 이끌고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안호근 기자
겉보기에 달라진 건 렌즈 대신 안경을 끼고 나서는 것 하나뿐이었다. 그렇게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내고 있는 허경민(34·두산 베어스)의 타격에 시선이 집중됐다.

그러나 허경민은 손사레를 쳤다. 자신이 올 시즌 잘 나가는 것은 안경이 아니라 곁에서 생각을 바꿀 수 있게 도와준 코치 덕분이라고 강조했다.

허경민은 1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홈경기에 2번 타자 3루수로 선발 출전해 4타수 4안타 1볼넷 4타점 1득점 활약하며 팀의 8-4 승리를 이끌었다.

지난 5월 12일 KT 위즈전에서 973일 만에 4안타 경기를 펼쳤는데 2개월 만에 다시 한 번 4안타를 날렸고 더불어 지난해 8월 11일 한화전 이후 거의 1년 만에 4타점 경기도 달성했다.

시즌 타율은 0.343에서 0.353으로 급격히 끌어올렸다. 타율 순위에서 5위로 도약했다. 선두 기예르모 에레디아(SSG·0.367)와 격차가 크지 않아 생애 첫 타격왕에도 충분히 도전해볼 수 있는 페이스다.

1회말 무사 1루에서 원태인의 몸쪽 높은 포심 패스트볼을 받아쳐 선제 타점을 올린 허경민은 2회말 무사 1,2루에선 바뀐 투수 최채흥을 상대로 1타점 우전 적시타를 날렸다. 4회 볼넷으로 걸어나간 그는 회 내야 안타로 3안타 경기를 완성했고 팀이 6-4로 불안한 리드를 지키던 8회말 1사 2,3루에서 쐐기 2타점 적시타를 날렸다.

허경민이 안타를 날리고 있다.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
경기 후 이승엽 감독은 "정수빈, 허경민의 테이블 세터도 너무 좋은 활약을 해줬다. 정수빈은 4차례나 출루했고, 허경민은 매 타석 자기 역할을 완벽히 했다"고 칭찬했다.

2009년 2차 1라운드 전체 7순위로 두산 유니폼을 입은 허경민은 경찰 야구단에서 군 복무 후 전역해 본격적으로 두산의 3루 자리를 꿰찼다. 안정적인 수비와 정교한 타격을 펼쳤고 3할 타율 시즌도 3차례 기록했으나 올 시즌은 그 파괴력이 이전까지와는 다르다. 2018년 타율 0.324, 2020년 0.332를 기록했을 때에도 OPS(출루율+장타율)는 0.835, 0.824였는데 올 시즌엔 0.903으로 훨씬 뛰어난 생산력을 보여주고 있다.

이날 승리로 3위 두산은 2위 삼성과 승차를 지웠다. 앞서 삼성과 10차례 맞대결에서 1승 9패로 절대약세를 보였던 터라 자신의 활약을 바탕으로 거둔 이날 승리의 의미가 더욱 남다르게 느껴졌다.

경기 후 만난 허경민은 "한 팀에 이렇게 계속 진다는 건 선수로서 정말 기분 좋지만은 않았다. 삼성전 뿐만 아니라 모든 경기를 다 이기고 싶은데 특정 팀을 상대로 이렇게 밀리고 있어서 이번 시리즈에 오기 전부터 모든 선수들이 승리에 대한 갈망이 컸다"며 "내일 경기까지도 최선을 다해서 위닝 시리즈를 거둘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4타점 맹타를 휘두른 허경민은 "저도 (4타점 경기가) 기억이 잘 안 나는데 앞에 주자들이 너무 잘 출루를 해주고 2타점 할 때도 (조)수행이랑 (정)수빈이가 멋진 도루를 해줘서 마음 편하게 타석에 임했다"고 동료들에게 공을 돌렸다.

올 시즌 어느 때보다 좋은 타격 컨디션을 보여주고 있지만 타격 1위를 달리던 지난 5월 16일 주루 과정에서 어깨 인대 미세손상을 입어 2주 동안 쉬어간 게 아쉬웠다. 허경민 또한 "시즌 전 풀타임으로 건강하게 뛰는 게 목표였는데 2주를 빠짐으로써 저의 시즌은 솔직히 성공이라고 할 수 없다"며 "많이 빠진 만큼 남은 경기에서 최대한 빠지지 않으려고 노력을 하고 있고 그게 앞으로 남은 경기의 목표"라고 밝혔다.

안타를 치고 1루로 전력질주하는 허경민.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
4년 전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허경민은 4+3년 85억원 계약을 했다. 올해까지 65억원을 수령하고 시즌 후 옵션을 발동하면 3년 동안 20억원을 받을 수 있다. 혹은 다시 시장에 나오는 것도 가능하다.

FA 효과 때문일까. 완전히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기존 렌즈에서 안경으로 교체한 뒤 잘하고 있어 많은 이들이 그의 안경에 주목을 하고 있지만 허경민은 "김한수 코치님도 그렇지만 이영수 코치님께서 정말 많이 도와주신다"며 "타석에서 정말 생각이 많은 선수인데 겨울 부터 코치님과 정말 많은 대화를 하는 게 도움이 되고 있다. 항상 감사드린다. 제가 잘 되고 있는 건 안경덕이 아니라 코치님 덕이라고 꼭 써달라"고 말했다.

야구에 누구보다 진심인 허경민은 때론 너무 생각이 많다는 지적을 받기도 한다. 그러나 이영수 코치의 조언이 그를 달라지게 만들었다. "타석에서 대충 치라고 하신다. (기존에) 너무 틀에 박히게 답답하게 있었다면 오히려 대충 친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워낙 많은 이야기를 해주시고 그 중 일부일 뿐이다. 이전에도 비슷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지만 코치님의 설명법이 내 귀에 잘 들어오는 것 같다. 앞으로 지도자 생활을 하더라도 많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고마움을 나타냈다.

허경민은 "코치님과 대화를 하면서 '좋은 걸 갖고 있는데 그걸 잘 하지 못한다'는 말씀을 해주셨다"며 "'올해 느끼고 있는 부분을 조금 더 빨리 알았더라면' 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이게 야구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앞으로도 잘 헤쳐 나가보겠다"고 말했다.

동갑내기 절친 정수빈과 테이블 세터로서 맹활약을 펼치고 있는 것도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 허경민은 "캠프 때부터 올해 목표가 수빈이와 1,2번을 하는 것이었는데 지금까지는 잘 되고 있는 것 같다"며 "야구라는 게 내일 또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것이기에 오늘 잘했다고 너무 들뜨지 않고 내일 경기를 잘 준비를 해야 한다"고 전했다.

허경민(가운데)이 적시타를 날리고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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