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현종은 21일 광주광역시 북구에 위치한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펼쳐진 롯데 자이언츠와 2024 신한 SOL 뱅크 KBO 리그 정규시즌 홈경기(총 1만 2625명)에서 5이닝 7피안타(2피홈런) 1볼넷 7탈삼진 4실점을 기록했다. KIA는 양현종의 호투를 발판으로 롯데에 6-5 역전승을 거뒀다. 그러면서 5연승을 질주, 69승 2무 46패를 마크하고 2위 삼성 라이온즈와 격차를 6경기로 벌렸다.
이날 양현종은 KBO 역사에 자신의 이름을 새겨넣었다. 경기 전까지 개인 통산 2046탈삼진을 기록 중이던 양현종은 3회 초 2사 1루에서 윤동희를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송진우(59) 전 코치의 2048탈삼진을 넘어 KBO 리그 역대 통산 최다 탈삼진의 주인공이 되는 순간이었다. 이후에도 삼진 4개를 더 추가해 KBO 통산 탈삼진 기록을 2053개로 늘렸다.
경기 후 만난 양현종은 "언젠가는 깨질 기록이라 생각해서 크게 신경 안 썼다. 시간이 지나면 정말 뜻깊은 기록으로 남겠지만, 아직은 실감이 안 간다"며 "정민철 해설위원님이 항상 말씀하시는 게 나중에 은퇴하고 보면 정말 어마어마한 기록이라고 하신다. 하지만 나는 아직 현역이고 새로운 기록을 위해 달려가야 하므로 지금 기록에 뿌듯한 건 없다"고 솔직한 소감을 밝혔다.
광주동성고를 졸업한 양현종은 2007년 KIA에 입단해 같은 해 4월 12일 무등 현대 유니콘스전에서 첫 삼진을 잡았다. 이후 2016년 7월 24일 광주 NC 다이노스전에서 1000탈삼진을 기록하고 2019년 8월 28일 광주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1500탈삼진을 달성했다. 하지만 커리어 내내 탈삼진왕과 인연이 멀었다. 한 시즌 개인 최다 탈삼진도 2014년 165개다.
양현종은 "어릴 때 삼진을 많이 잡아보기도 했지만, 난 삼진에 대해선 큰 욕심이 없다. 물론 은퇴하기 전에 한 번쯤 탈삼진왕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있다"며 "삼진은 많은 이닝을 던지다 보면 따라오는 거라 생각한다. 항상 말하지만, 난 삼진은 크게 생각하지 않고 이닝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래서 아프지만 않으면 은퇴하기 전까지 송진우 선배님의 그 말도 안 되는 이닝 수치에 도달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고 전했다.
나이가 들수록 구속과 구위가 떨어지고 전성기 적 기량을 못 내는 투수가 대부분이다. 전처럼 상대를 직구 구위로 누르고 싶지만, 쉽지 않고 현실을 인정하고 스타일에 변화를 준다 해도 그것 역시 쉬운 일은 아니다. 과거 시속 150㎞ 넘는 빠른 공을 던지던 양현종도 올해는 평균 직구 구속이 스탯티즈 기준 140.2㎞에 불과하다. 이날 양현종의 통산 탈삼진 최다 신기록을 만든 공도 시속 143㎞의 느린 공이었다.
양현종은 "자연스럽게 바뀌었던 것 같다. 나도 시속 150㎞ 넘는 빠른 공을 던지고, 직구로 윽박지르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다. 하지만 신체적으로나 여러 부분에서 조금씩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어릴 때부터 강약 조절을 몸에 익히고 경험을 쌓은 것이 나타난 것 같다. (류)현진이 형도 전처럼 강속구를 던질 수 없어 메커니즘이나 로케이션 적인 면에 더 집중하고 있다는 걸 나도 느끼기 때문에 나도 많이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그가 이날 달성한 기록은 통산 기록뿐만이 아니다. 1회 초 황성빈을 헛스윙 삼진으로 솎아내면서 이강철 현 KT 위즈 감독과 장원준(은퇴)에 이어 KBO 리그 역대 3번째 10시즌 연속 100탈삼진 타이기록을 세웠다. 그뿐 아니라 2014시즌부터 시작한 연속 170이닝 기록도 26이닝만 더 던지면 10시즌을 돌파한다. 양현종만이 해낸 유일한 KBO 대기록이다.
어마어마한 누적 기록 뒤에는 이강철 감독이 투수 코치 시절부터 강조해온 가르침과 자신에게 맞는 루틴을 10년 가까이 흔들림 없이 지켜온 노력이 있었다. KIA 이범호 감독 역시 더운 날씨에도 변함없이 러닝을 하는 양현종에게 감탄한 바 있다.
양현종은 "이강철 감독님이 내가 선발 투수로 완성이 안 됐을 때부터 많이 가르쳐주셔서 지금의 내 것이 만들어졌다. 선배님들도 항상 나이가 들면 몸의 스피드가 떨어진다고 하셔서 최대한 스피드를 유지하기 위해 러닝을 하고 있다. 나도 힘들지만, 이걸 안 하면 내가 아프다고 항상 생각해서 어릴 때부터 꾸준히 한다"고 밝혔다.
자신에게 맞는 루틴을 찾는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양현종조차 2016년이 돼서야 감을 잡았다고 말한다. 그는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다. 2014년부터 꾸준히 선발로 뛰었지만, 그때까진 트레이닝 파트에서 시키는 대로만 했다. 2016년부터는 정말 성적을 떠나 아프지 않고 꾸준히 마운드에 오를 수 있는 루틴이 만들어졌던 것 같다. 그래서 2017년에도 좋은 성적이 나왔다"고 전했다.
이어 "요즘 드라이브 라인이나 새로운 훈련이 많이 생겼는데 그걸 최대한 안 하려 한다. 나 자신을 믿고 해야 할 운동을 꾸준히 하면서 최대한 나 자신과 타협하지 않다 보니 지금 이 자리까지 온 것 같다. 그에 대한 자부심도 있다"며 "새로운 방식도 좋지만, 항상 무엇을 하든 준비할 때 자신과 타협하지 않고 꾸준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러닝이나 웨이트 트레이닝이나 내가 이걸 안 하면 무조건 다친다는 압박과 주문을 스스로 건다"고 덧붙였다.
대투수는 이제 자신의 개인 최대 목표인 연속 170이닝 소화를 위해 나아간다. 양현종은 "이번 기록으로 정말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통산 최다 탈삼진을 해서 정말 기분이 좋지만, 10년 연속 170이닝을 할 때는 나도 정말 벅찰 것 같다. 감히 말씀드리지만, 10년 연속 170이닝은 정말 깨기 힘든 기록이라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10년 연속 170이닝은 내가 올 시즌 끝나기 전까지 야구하는 데 있어서도 가장 큰 과제이고 넘어야 할 목표다. 그때를 위해 열심히 준비하려 한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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