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위즈는 단 한 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 치열한 5위 경쟁으로 매 경기 이겨야 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시즌 막판부터 일정을 치러왔고 역대 최초 5위 순위 결정전까지 치르고 휴식도 없이 와일드카드(WC) 결정전을 통해 역대 최초의 팀에 등극했다. 타이브레이커까지 무려 6연승을 달리고 있다.
사상 첫 5위 팀 준플레이오프(준PO) 진출의 마법을 쓴 KT가 이젠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 아픔을 안겼던 LG 트윈스를 만난다.
KT는 5일 오후 2시부터 서울 잠실구장에서 LG와 2024 신한 SOL뱅크 KBO 포스트시즌 준PO 1차전을 치른다.
상대 전적에서도 7승 9패로 밀렸고 지난해의 뼈아픈 기억이 있지만 기세 싸움에선 절대 밀리지 않을 것 같은 분위기다.
힘겹게 WC에 오른 KT는 올 시즌 4승 12패로 압도적 열세를 나타낸 두산을 상대로 기적을 써냈다. 특히 1차전에선 올 시즌 KT를 상대로 6경기나 나와 5승 무패 평균자책점(ERA) 1.51의 천적 곽빈을 상대하고도 1이닝 만에 4점을 내 강판시켜 승리를 챙겼다. 시즌 막판 부진했던 두 외국인 투수가 펄펄 날았고 많은 점수를 뽑아내진 못했지만 반드시 점수가 필요할 때 보인 타선의 집중력도 두산을 훨씬 앞섰다. 전형적인 가을야구에서 강한 팀의 면모를 보였다.
0%의 기적을 깨버린 KT의 기세는 하늘을 찌른다. 이강철 KT 감독은 지난 3일 준PO를 확정한 뒤 공식 기자회견에서 "팀 이름을 신기하게도 잘 지은 것 같다"며 "롯데전부터 경기 과정들이 '이겨야 할 게 아닌데' 하면서도 이기면서 뭔가를 만들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여기서 끝났겠구나' 하는데 뒤집고 뒤집고 이런 경기를 하다 보니까 분위기가 좋아지더라"고 말했다.
이어 "7~8월에 (페이스가) 올라왔다가 9월에 떨어졌고 마지막에 그때(롯데전)부터 다시 올라오기 시작했다"며 "최초라는 이야기가 계속 나오니까 '뭔가 이런 걸 만들려고 그런가' 싶었다"고 미소를 지었다.
WC 2차전에서 완벽히 9회를 틀어막은 박영현도 "정말 초반에는 힘들었지만 선배님들과 함께 전부 한 마음 한 뜻인 걸 올해 확실하게 느꼈다"며 "야구를 하면서 이렇게 소리를 많이 질렀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잘 이겨내고 좋은 형들도 많이 계셔서 이렇게 올라올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전했다.
이어 "이미 최초(기록)가 많아서 이제 (또 다른) 최초를 계속 써내려가야 한다"며 "계속 이대로 한국시리즈까지 가면 좋겠지만 앞으로 있는 준PO부터 잘 준비해서 더 좋은 결과를 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18이닝 무실점을 이끌었고 1차전 결승타, 2차전 결승점의 발판을 놓은 희생플라이로 엄청난 존재감을 뽐낸 포수 장성우는 "막판부터 계속 한 번만 지면 시즌이 끝나는 경기를 계속해왔다"며 "막판부터 거의 다 만원 관중이었다. 많이 찾아와주셔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베테랑 장성우는 "체력적으로 크게 안 힘들다면 거짓말인데 지금 상황이 힘들다고 쉬고 그럴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힘들다는 거는 못 느끼겠다. 아마 끝나면 힘들 것이다. 지금은 괜찮다"며 "오늘까지는 크게 다른 건 없었다. 한 번 지면 끝나니까 오히려 최대한 편하게 하자고 얘기했는데 오늘 이김으로써 선수들도 지금보다는 더 마음도 편해졌을 것이고 이제 진짜 해볼 만하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올라가서 제대로 해보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가을야구에서 가장 무서운 건 기세다. 역대 33차례 준PO에서 1차전 승리 팀의 PO 진출 확률은 무려 87.9%(29/33)에 달했다. 사기충천해 있는 KT가 기세를 몰아 1차전만 승리하면 PO에 매우 가까워 질 수 있다. LG는 WC 기간 내내 푹 쉬었다. 체력적으로는 당연히 우위에 있지만 경기 감각 면에선 시리즈 초반 다소 헤맬 가능성이 있다.
5위 팀이 준PO에 진출한 게 처음이기에 당연히 PO 진출 또한 최초의 기록이다. 마법사 군단 KT가 또 다른 기적에 도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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