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는 9일 수원 케이티 위즈 파크에서 열린 LG 트윈스와 2024 신한 SOL 뱅크 KBO 준플레이오프(준PO·5전3선승제) 4차전에서 6-5로 승리하며 시리즈 전적을 2승 2패로 만들었다.
이로써 KT는 1패만 해도 탈락하는 상황에서 소중한 1승을 챙기며 시리즈를 원점으로 돌렸다. 역대 5전 3선승제 준PO에서 1승 1패 이후 3차전 패배팀은 6번 모두 탈락했다. 0%의 확률에 도전했던 KT는 일단 시리즈를 오는 11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리는 최종 5차전으로 끌고가는 데 성공했다.
이날 KT는 윌리엄 쿠에바스를 선발투수로 예고했다. 그는 올해 정규시즌 31경기에 등판해 7승 12패 평균자책점 4.10의 성적을 기록했다. 통산 LG전 9경기에서는 평균자책점 9.00으로 약했지만, 포스트시즌 통산 7경기에서 4승 1패, 평균자책점 2.41, 특히 1패만 해도 탈락하는 '엘리미네이션 게임'에서는 4전 전승과 0.33의 평균자책점(27이닝 1자책)이라는 엄청난 결과를 냈다.
경기 전 이강철 KT 감독은 "선발이 좀 길게 가는 야구를 해야 저희가 이기는 야구를 한다"며 "(쿠에바스가) 최하 5이닝 이상 던져줬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하지만 쿠에바스는 2회 김현수와 박해민에게 백투백 홈런을 맞았고, 3회에는 볼넷 2개를 내준 뒤 겨우 막아냈다. 이어 4회 초에는 문성주에게 좌전 적시타를 허용하면서 3실점째를 기록했다.
그러자 KT는 4회 말 3점을 올려 4-3으로 역전에 성공한 후 5회 초 시작과 함께 고영표를 투입했다. 그는 4일 전 열린 1차전에서 선발로 등판해 4이닝 3피안타 2탈삼진 1실점을 기록하고 마운드를 내려간 바 있다.
고영표는 5회를 삼자범퇴를 깔끔히 처리했고, 6회에도 김현수에게 안타를 맞았으나 점수로 연결되지는 않았다. 이어 7회에는 안타를 허용하고도 마지막 타자 오스틴의 직선타를 직접 잡아내 이닝을 마무리지었다.
8회 초, 고영표가 주자 한 명을 남겨둔 뒤 1아웃 상황에서 KT는 소형준을 마운드에 올렸다. 하지만 소형준이 안타 3개를 맞아 5-5 동점을 허용해 리드를 날리자 KT 벤치는 2사 만루에서 마무리 박영현을 투입했다. 그는 흔들리지 않고 신민재를 상대로 시속 150km 이상의 패스트볼로 헛스윙 삼진을 잡아냈다.
이렇듯 마운드가 잘 버텨주자 타선도 응답했다. 5회 강백호의 솔로포 이후 득점이 없던 KT는 연장 11회 말 무사 만루를 만들었다. 배정대와 천성호가 각각 2루 땅볼과 삼진으로 물러났지만, 심우준이 친 타구를 잡으려던 2루수와 유격수가 부딪히며 행운의 내야안타가 돼 경기가 종료됐다.
이날 고영표와 박영현은 나란히 3⅓이닝을 소화했다. 고영표는 2피안타 1사사구 1실점, 박영현은 10타자를 삼진 2개를 곁들여 퍼펙트로 처리했다. 두 선수의 투혼이 KT를 살린 셈이다. 경기 후 이강철 감독은 "선수들이 투혼을 발휘해줘서 고맙다"며 "(박)영현이는 3이닝이나 쓰게 됐는데, 정말 고맙게 생각한다"고 감사의 마음을 드러냈다.
고영표는 승리 후 "작년에도 LG한테 졌는데(한국시리즈) 이기고 싶은 마음으로 하나가 됐다. 그래서 승리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박영현은 "중요한 상황에서 막았다. 한 이닝씩 잘 막으려 했는데, 긴 이닝을 던졌다"고 말했다. 두 선수는 나란히 "이겨서 기분이 좋다"며 기쁨을 표시했다.
KT는 시즌 막판부터 5위 결정전, 와일드카드 결정전, 준플레이오프를 거치며 지면 탈락인 상황이 계속 이어졌다. 지금까지 5위가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업셋하는 경우는 한 번도 없었고, 5전3선승제 준플레이오프에서 1승 1패 팀이 3차전을 내주면 플레이오프로 가는 사례도 없었다. 전자는 KT가 최초가 됐고, 후자 역사 11일 열리는 5차전에서 결정날 예정이다.
고영표는 "그냥 확률은 무의미한 것 같다. 5차전에서 확률을 깨는 것도 재밌을 것 같다"고 했고, 박영현 역시 "0% 확률을 100%로 만든 팀이다. 팀이 승리할 수 있도록 발판을 만드려고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두 선수 모두 무리일 수도 있는 5차전 등판을 자처했다. 박영현은 "(등판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감독님도 '5차전 너가 한다고 했다'라고 하셨다. 무조건 간절한 마음으로 5차전에 임하도록 몸 관리 잘하겠다"고 했다. 고영표도 "시즌 때 많은 투구를 한 것도 아니고, 그냥 팀을 위해 던지고 승리만 생각한다"며 "나가라면 나가서 이길 수 있게 던질 것이다"며 각오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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