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년 만에 꼬리표 뗐네요", 마침내 '멱살 잡고 KS행' 한풀이... 강민호 '베테랑의 판단'으로 써낸 기적 [PO 현장]

잠실=안호근 기자  |  2024.10.20 06:47
삼성 강민호(왼쪽)가 19일 PO 4차전 8회초 결승 홈런을 터뜨린 뒤 포효하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강)민호 형 못가 본 한국시리즈에 올라갈 수 있게 해드리고 싶다."

원태인은 시즌 전부터 한국시리즈(KS) 진출 의지를 밝혔다. 강민호(39·이상 삼성 라이온즈) 커리어에 새로운 한 줄을 추가해주고 싶다는 욕심이 컸다. 삼성로선 9년 만이지만 강민호는 무려 프로 입단 후 21년째 되는 해에 드디어 꿈에 그리던 무대에 나서게 됐다.

강민호는 19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 2024 신한 SOL뱅크 KBO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PO·5전 3선승제) 4차전에서 8회말 결승 솔로 홈런을 날려 팀에 1-0 승리를 안겼다.

첫 2경기에서 20득점 맹타를 퍼부으며 2승을 거뒀으나 3차전에 이어 4차전에서도 무득점에 시달리던 팀이 가장 필요로 할 때 직접 한 방을 날렸고 커리어 내내 가장 큰 과제였던 KS행을 제 손으로 이뤄냈다.

2004년 롯데에서 데뷔 후 통산 2369경기를 뛰었고 가을야구만 30번째였다. 그럼에도 KS 경험은 전무했다. 누구보다 짜릿한 결과였다.

경기 후 박진만 감독은 "타격 페이스가 좀 많이 떨어져 있어서 쉽지 않은 경기가 될 것 같았다"면서도 "강민호 선수의 홈런 한 방으로 우리가 이기게 됐다"고 기뻐했다.

결승 홈런을 날리고 박진만 감독(왼쪽부터), 구자욱, 정대현 코치가 강민호와 포옹을 나누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감격스러운 결과다. 강민호는 "이 인터뷰를 진짜 하고 싶었다. 이 자리까지 오는데 정확히 21년 걸렸다. 열심히 하다 보니까 이렇게 좋은 기회가 온 것 같다"며 "지금 분위기가 좋은 만큼 올라가서 후회 없이 하늘에 맡기고 후회 없이 한 번 싸워보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항상 '한국시리즈 한 번도 못 가본 선수'라는 꼬리표가 붙어 있었다. 우선 그건 하나 뗐다. 뗀 김에 우승까지 해서 '우승 없는 선수'라는 꼬리표도 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번 시리즈 노련한 리드로 투수진의 호투를 이끌었지만 타석에선 작아졌다. 홈런이 나오기 전까지 부진이 이어졌다. 홈 2경기에서 8홈런이 나왔지만 강민호는 웃지 못했다. 8회 전까지 시리즈 타율 0.167(12타수 2안타)에 허덕였기에 더욱 극적인 한 방이었고 이날도 LG 투수진에 꽁꽁 묶여 8회초 전까지 팀이 만든 안타는 단 하나에 불과했기에 더욱 극적이었다.

강민호는 "정말 후배들에게 고맙게 생각을 한다. 1,2차전을 잘 끝내고 3차전에서 진 뒤후배들이 '이제는 형이 좀 이끌어 달라'고 이야기하기에 '아니다. 나는 일단 수비를 해야 된다. 너희들이 쳐줘라'고 장난삼아 이야기했는데 결과적으로 오늘은 제가 후배들을 말 그대로 '멱살 잡고' 한국시리즈에 올라간 것 같다"고 말했다.

하늘이 도운 홈런이었다. 벤치의 사인을 확인하지 못했던 게 공교롭게 홈런으로 이어질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선두 타자였고 0-0이었는데 (볼카운트) 3-1에서 공을 하나 볼까라는 생각도 했는데 그래도 공격적으로 칠 수 있는 카운트니까 한 번 쳐보자고 생각해서 홈런이 나온 것 같다"는 강민호는 "사실 웨이팅 사인이 나왔는데 그걸 못봐 홈런을 쳤다. 2볼에선 웨이팅이 나올까 해서 봤는데 히팅 사인이 나왔고 3-1니까 당연히 칠 생각에 안 봤는데 웨이팅 사인이 나왔다고 하더라. 선수들끼리 '형 웨이팅 사인 봤어요?'라기에 그래서 '왜? 못봤는데' 이렇게 답했다"고 웃음을 지었다.

강민호(오른쪽)가 승리 후 유정근 대표와 포옹을 나누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홈런 이후 누구보다 기뻐했다. 부상으로 경기에 뛰지 못한 구자욱도, 지도자로 첫 가을야구에 나선 박진만 감독도 마찬가지였다. 정대현 투수 코치까지 넷이 부둥켜 안고 기쁨을 만끽했다. 그러나 아직 경기가 끝난 게 아니었고 더 집중해야 했다.

"홈런치자마자 제가 (기분이) 업됐다고 느껴서 라커룸으로 들어가 혼자 가만히 쉼호흡을 하고 있었다"며 "수비가 2이닝 남아 있었기 때문에 '내가 들뜨면 안 되겠다, 내가 진정해야겠다' 싶어 그 이닝이 끝날 때까지 있다가 다시 나왔다. 냉정하려고 생각을 하고 있었고 아웃 카운트가 6개 남아 있었기 때문에 아웃 카운트만 생각하면서 경기를 풀어나갔다"고 돌아봤다.

경기 초반 2개의 도루 저지도 빼놓을 수 없다. LG는 누구보다 적극적인 주루플레이를 펼치고 이를 바탕으로 투수를 흔들어놓는 팀인데 마침 1,2회 선발 데니 레예스가 주자를 내보냈고 주자들이 스타트를 끊었지만 강민호는 발 빠른 주자 홍창기와 오지환을 모두 잡아내며 레예스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

박진만 감독은 "LG는 빠른 주자들이 많아서 그런 부분에서 강민호 선수가 PO 때 준비를 잘 했는데 이번에 성과가 나온 것 같다. 흐름이나 맥을 잘 끊었던 것 같다"고 칭찬했다.

강민호도 "레예스 선수가 퀵모션이 크다는 걸 알아 저쪽도 뛸 거라고 생각은 하고 있었다"며 "PO를 준비하며 훈련 때 베이스가 아닌 주자가 오는 길목에 던지는 연습을 했는데 운이 좋게 공이 거기로 송구가 가면서 두 개의 도루 저지가 나와 상대 흐름을 끊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미소 지었다.

9회말 경기를 끝낸 뒤 강민호(왼쪽)과 김재윤과 포옹하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투수 리드 또한 감탄을 자아낸 시리즈였다. 삼성은 4경기에서 10점만 내줬다. 3승은 모두 선발승이었고 선발 투수들은 모두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해냈다. 강민호의 역할이 컸다.

경기 후 레예스는 "1차전처럼 비슷하게 볼 배합을 가져가려고 했는데 경기 중에 민호 형이 사인을 냈는데 고개를 한 두 번 저었는데도 똑같은 사인이 나와서 그 다음부터 믿고 던졌다"며 "그러니 좋은 결과가 나왔다. 그 다음부터는 계속 민호 형의 사인에 의지를 하면서 더 자신 있게 던질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강민호도 "투수들에게 정말 고맙다고 이야기하고 싶다. 4차전 내내 고개를 흔드는 선수가 거의 없었다. 레예스도 오늘 고개를 흔들었는데 제가 고집을 해서 병살타로 잡고 (박)해민이 때도 또 흔들기에 똑같은 구종을 내서 플라이를 잡았다"며 "투수들이 믿고 따라와 준 것에 대해 고맙게 생각한다. 이제 한국시리즈를 가는데 공부를 더 해서 투수들에게 더 믿음을 줄 수 있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이젠 꿈에 그리던 KS다. 강민호는 "KIA는 강팀이라고 생각한다. 정말 강팀이고 타선 짜임새도 좋고 투수도 굉장히 좋은 팀이라고 생각하는데 단기전 저희가 포스트시즌에 LG를 상대할 때 타선은 굉장히 까다로운 타선이라고 생각했다"면서도 "한 번 흐름을 끊으면 점수가 안 나오는 것도 야구라고 생각한다. 그런 흐름만 저희가 좋게 가져오면 충분히 좋은 경기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데일리 MVP를 수상한 강민호. /사진=김진경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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