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 옥토버'는 다저스-양키스의 월드시리즈에서 탄생했다

박정욱 기자  |  2024.10.24 09:06
뉴욕 양키스의 현재와 과거, 애런 저지(왼쪽)와 데릭 지터. /AFP=뉴스1
'미스터 옥토버'(Mr.October). '10월의 사나이'는 가을 야구의 영웅을 이르는 말이다. 10월에 열리는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특히 아메리칸리그와 내셔널리그의 챔피언이 맞붙어 최강자를 가리는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월드시리즈에서 대활약을 펼친 선수를 일컫는 야구 용어다. MLB에 국한되지 않고 한국프로야구 KBO리그에도 그대로 가져와 가을 야구축제에서 빼어난 활약을 펼친 선수를 이렇게 부른다.

'미스터 옥토버'는 2024년 월드시리즈에서 1981년 이후 43년 만에 만나게 된 전통의 동서부 대표 명문 구단 뉴욕 양키스와 LA 다저스의 대결에서 탄생했다. 47년 전인 1977년 월드시리즈 때의 일이다.

그해 월드시리즈도 올해와 같은 다저스와 양키스의 매치업이었다. 양키스는 1977 월드시리즈에서 다저스를 4승 2패로 물리치고 21번째 우승컵을 들어 올렸고, MVP는 외야수 레지 잭슨의 차지였다. 잭슨은 양키스타디움에서 열린 6차전에서 3개의 홈런포를 쏘아올리며 우승에 앞장섰다. 잭슨은 시리즈 타율 0.450(20타수 9안타) 5홈런 8타점 10득점을 기록하며 월드시리즈 MVP에 선정됐다. 이때 잭슨이 얻은 별명이 바로 '미스터 옥토버'다. 포스트시즌 클러치 히터의 대명사이자 가을 야구의 영웅에 헌사 하는 고유명사로 자리를 잡은 별칭이다.

잭슨은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에서 뛰던 1973년에도 뉴욕 메츠와 월드시리즈에서 7차전에서 승부를 가르는 2점 홈런을 터뜨리는 등 타율 0.310(29타수 9안타) 1홈런 6타점 3득점으로 활약하며 자신의 첫 MVP를 수상했다. 그는 그해 아메리칸리그 MVP까지 품에 안아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잭슨은 두 차례나 월드시리즈 MVP를 수상했으니 '미스터 옥토버'라는 별명에 제격인 선수다.

LA 다저스에서 뛰던 2020년에 이어 2023년 텍사스 레인저스에서 두 번째 월드시리즈 최우수선수(MVP)에 뽑한 코리 시거(가운데). /AFP=뉴스1
역대 MLB 역사에서 월드시리즈 MVP를 두 차례 수상한 선수는 잭슨을 포함해 단 4명에 불과하다. 잭슨 외에도 샌디 쿠팩스(1963·1965년), 밥 깁슨(1964·1967년), 코리 시거(2020·2023년)가 2회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3회 이상 수상자는 없다. 쿠팩스는 1955~1966년 다저스에만 뛴 전설의 '원클럽맨' 왼손 투수다. 깁슨은 1959~1975년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서만 뛴 레전드 우완 투수다. 유격수 시거는 2020년 다저스를 32년 만에 월드시리즈 우승으로 이끌며 MVP로 선정된 데 이어 지난해 텍사스 레인저스에 팀 창단 62년 만에 첫 우승을 안겨주며 '우승 청부사' 기질을 유감없이 발휘해 내셔널리그(다저스)와 아메리칸리그(텍사스)에서 모두 월드시리즈 MVP를 차지한 최초의 선수로 이름을 남겼다. 잭슨과 쿠팩스, 시거는 올해 월드시리즈에서 맞대결하는 양키스, 다저스와 연결되는 선수들이다. 깁슨도 처음 MVP를 수상한 1964년 월드시리즈에서 양키스를 상대했으니, 인연이 없지 않다.

잭슨의 활약은 양키스와 다저스가 2년 연속으로 맞붙은 1978년 월드시리즈에서도 이어졌다. 이때도 양키스가 4승 2패로 우승컵을 가져갔고, 잭슨은 1978 월드시리즈에서도 홈런 2개를 추가하며 큰 경기에 강한 '클러치 슬러거'로서 활약해, 왜 그에게 '미스터 옥토버'라는 훈장을 달아주었는지를 다시 한 번 증명했다.

'미스터 옥토버'는 1977년 양키스의 주장이던 서먼 먼슨이 붙여준 별명인데, 당초 그해 월드시리즈에서 먼저 2연패하는 과정에서 부진했던 잭슨을 비꼬기 위해 꺼낸 비난조의 말이었다. 둘의 사이는 아주 좋지 않았다. 그런데 먼슨의 비아냥을 비웃기라도 하듯, 잭슨은 3차전부터 대활약을 펼쳐 4연승과 함께 우승을 이끌었다. 잭슨은 3~6차전에서 5개의 홈런을 폭발했고, 우승을 확정한 6차전에서는 3연타석 홈런을 몰아쳤다.

월드시리즈 MVP는 흔히 우승팀 선수 가운데 한 명이 차지하는 것이 관례다. 우승의 영광을 이끈 최고 수훈 선수에게 주어지는 상으로 여겨진다. 그런데 역대 월드시리즈에서 준우승팀 선수가 딱 한 차례 수상한 적이 있는데, 1960년 양키스의 2루수 보비 리차드슨이다. 당시 양키스는 피츠버그 파이리츠와 7차전까지 가는 접전을 펼쳐 3승 4패로 져 우승컵을 내줬다.

LA 다저스가 2020년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에서 탬파베이 레이스를 꺾고 우승할 때 MVP에 선정된 코리 시거. /AFP=뉴스1
MLB 월드시리즈의 역사는 양키스와 다저스를 빼고는 제대로 설명할 수 없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두 팀은 절대 지분을 갖고 있다. 양키스와 다저스의 대결사는 월드시리즈의 교과서와 같다.

양키스는 월드시리즈 최다 27회 우승을 자랑한다. 준우승도 13차례다. 올해 31번째 월드시리즈 무대에 선다. 다저스는 7회 우승으로, 세인트루이스(11회)와 오클랜드, 보스턴 레드삭스(이상 9회)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8회)에도 뒤지는 역대 최다 우승 6위지만, 월드시리즈 진출 횟수는 올해까지 양키스(31회) 다음인 22회에 이른다. 14차례의 준우승 횟수는 최다이다.

양키스의 '영원한 주장'으로 불리는 레전드 유격수 데릭 지터는 2001년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월드시리즈 4차전에서 3-3으로 맞선 연장 10회말 극적인 끝내기 홈런을 때려내 '미스터 노벰버'(Mr. November)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당시 월드시리즈는 9·11 테러 사건의 여파로 11월까지 이어졌다. 당시 지터에게 끝내기 홈런을 맞은 애리조나 마무리투수가 한국산 '방울뱀' 김병현이었다.

김병현은 3-1로 앞선 8회말 등판해 삼자범퇴로 막았지만 9회말 2사 뒤 버니 윌리엄스에게 동점 2점 홈런을 허용했고, 10회말에도 마운드에 올라 또 2사 뒤 지터에게 끝내기 홈런까지 얻어맞았다. 현지시간으로 2001년 10월 31일에서 밤 12시를 넘겨 11월 1일로 막 넘어가던 순간이었다. 그는 다음날 열린 5차전에서도 2-0으로 앞선 9회말 등판해 2사 뒤 스콧 브로셔스에게 또 동점 투런 홈런을 맞고 주저앉았다.

양키스가 3승 2패로 앞서 나갔지만, 애리조나는 6,7차전에서 '좌우 원투 펀치' 랜디 존슨과 커트 실링의 호투를 앞세워 연승을 거두고 4승 3패로 첫 우승의 기쁨을 누렸다. 2001년 월드시리즈 MVP는 존슨과 실링, 애리조나의 두 투수에게 공동 수상의 영예를 안겼다. 지터는 그 전 해인 2000년 월드시리즈에서 뉴욕 메츠를 4승 1패로 물리칠 때 MVP를 차지했다.

KBO리그의 '미스터 옥토버' 박정권. /사진=SK 와이번스
KBO리그에서 '미스터 옥토버'라면, 단연 'SK 왕조'의 주역이었던 좌타자 박정권을 떠올리게 된다. 2010년 한국시리즈 MVP를 받은 그는 '가을 야구' 큰 승부에 유난히 강해 '봄-여름-정권-겨울'이라는 찬사까지 들었다. 조동화(전 SK)도 포스트시즌 맹활약 덕분에 '가을 동화'라는 별명을 얻었다.

투수로는 한국시리즈 역대 최다승(7승)을 거둔 '까치' 김정수(전 KIA·SK)를 빼놓을 수 없다. '가을 까치'라는 별명이 그의 활약을 대변한다. 1986년 해태 타이거즈 우승을 이끌며 역대 최초로 데뷔 시즌에 한국시리즈 MVP를 수상하는 기록을 남겼다. '끝판왕' 오승환이 2005년 데뷔 시즌에 삼성 라이온즈의 우승을 이끌며 김정수의 계보를 이었다. 오승환은 정규시즌(427세이브)뿐 아니라 한국시리즈(11세이브)에서도 최다 세이브 기록을 보유하며 두 차례 한국시리즈 MVP(2005·2011년)에 오른 '가을 사나이'지만 올해는 구위 저하로 최고의 무대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이종범(해태 1993·1997)과 김용수(LG 1990·1994년) 정민태(현대 1998·2003년)도 두 차례 한국시리즈 MVP를 받은 '가을 남자'들이다. 두산 베어스 포수 양의지는 2016년 두산에 이어 2020년 NC 다이노스에서 각각 수상해 KBO리그 최초로 두 팀에서 한국시리즈 MVP의 영광을 안은 선수로 야구 역사에 이름을 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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