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기 있게 때려라" 놀라운 토미의 '잇몸배구', 두려움 없는 서브가 연패를 끊었다 [인천 현장]

인천=안호근 기자  |  2024.10.31 21:56
토미 틸리카이넨 대한항공 감독(오른쪽)이 31일 대전 삼성화재전에서 선수들에게 지시를 내리고 있다. /사진=KOVO 제공
인천 대한항공이 부상 공백을 말끔히 지워냈다. 유광우(39)의 선발 기용, 데뷔전에 나선 김준호(22)를 베테랑 한선수(39)와 더블 스위치 카드. 그러나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대전 삼성화재의 리시브 라인을 완전히 허물어버린 강력한 서브였다.

토미 틸리카이넨(37) 감독이 이끄는 대한항공은 31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삼성화재와 2024~2025 도드람 V리그 남자부 1라운드 홈경기에서 세트 스코어 3-0(25-21, 25-23, 25-16) 완승을 거뒀다.

개막전 승리 후 2연패에 빠졌던 대한항공은 연패를 끊어내며 2승 2패, 승점 8을 기록, 선두 자리에 올랐다. 나란히 3연승을 달린 천안 현대캐피탈, 수원 한국전력(이상 승점 7)에 비해 한 경기를 더 치렀다고는 하지만 연패 중에도 끈질긴 배구로 승점을 쌓았기에 가능한 결과였다.

경기 전부터 우려스러운 부분이 많았다. 이준과 김규민의 발목 부상, 요스바니 에르난데스(등록명 요스바니)의 어깨 부상으로 핵심 선수들이 이탈했고 정강이를 다친 정지석 또한 점프가 어려워 리베로로 나서는 상황에서 삼성화재와 맞섰다.

틸리카이넨 감독은 그럼에도 "지난 경기 때도 말씀드렸지만 선수들의 부상이 있지만 정신력은 변하지 않는다"며 "현대캐피탈전에서도 우리의 정신력을 보여줬다. 승리하지 못했지만 끝까지 싸웠다. 오늘은 승리의 기회가 잘 찾아오면 좋겠다"고 말했다.

뚜껑을 열자 대한항공의 완승이었다. 가장 큰 무기는 서브였다. 서브에이스 5개를 따낸 정한용을 앞세운 대한항공은 서브로만 9점을 따냈다. 실질적 효과는 그 이상이었다. 삼성화재의 리시브 효율은 11.29%에 불과할 정도로 대한항공의 서브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

정한용이 득점 후 기뻐하고 있다. /사진=KOVO 제공
이는 삼성화재의 공격 효율을 떨어뜨렸고 자연스레 대한항공의 공격에 위력이 더해지는 결과로 이어졌다. 대한항공의 이날 공격 성공률은 58.33%, 효율은 45.83%로 삼성화재(46.25%, 28.75%)을 크게 압도했다.

경기 후 김상우(51) 삼성화재 감독도 불안했던 서브 리시브에서 패인을 찾았다. "서브에 많이 흔들렸다. 포인트를 한 번에 준 것도 있지만 리시브가 안 된 걸 연결해서 득점이든 다른 기회로 만들어야 하는데 그런 게 상대에 비해 미흡했다"고 전했다.

이날 알리 파즐리를 풀타임으로 기용하지 못했던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었다. 김상우 감독은 "1세트 초반 리시브 2개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다. 리듬이 잘 안 맞는 것 같아 (계속 기용하기)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최근 신인 선수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던 틸리카이넨 감독은 경기 전 "신인들이 서브에서 도움을 줬으면 좋겠다"고 전했는데 신인들의 서브 득점은 없었지만 나머지 선수들이 강력한 서브로 삼성화재를 압도했다.

경기 후 만난 틸리카이넨 감독은 "모든 선수들이 서브에 있어 탑으로 때릴 수 있게 준비를 하고 있다. 잘 될 때도 안 될 때도 있지만 상대팀의 리시브 라인과도 연관이 있다"며 "어떨 땐 평균적인 서브로도 상대팀 공략이 되고 리시브 라인이 좋으면 그렇지 않기도 하다 결과론적이다. 하지만 이런 훈련 속에서 서브에 집중하고 있고 공격적이고 용기 있게 치라고 주문하고 있다"고 말했다.

배구에서 서브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매우 중요한 요소다. 단순히 득점뿐 아니라 상대의 공격을 무력화시키고 이어지는 아군의 공격 기회를 강화할 수 있는 무기가 된다.

아레프가 서브를 시도하고 있다. /사진=KOVO 제공
다만 서브를 강조한다고 해서 반드시 효과를 내는 것은 아니다. 자칫 욕심만 낼 경우엔 충분히 독이 될 수 있는 방법이다.

그러나 주축들이 빠진 상황에서 대한항공에 있어 서브를 중심으로 한 공격은 필수적인 옵션일 수밖에 없었다. 그렇기에 틸리카이넨 감독은 더욱이 선수들에게 '실패할 용기'를 심어줬다. 과감한 전략은 대성공을 거뒀다.

지난 시즌에도 대한항공은 선수들의 부상에도 불구하고 결국 위기를 극복하고 사상 최초 통합 4연패를 이뤄냈다. 시즌 초반 선수들의 줄 부상 속 틸리카이넨 감독은 서브에서 그 답을 찾았고 이러한 성공 경험은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는 효과로 이어지고 있다.

경기 후 만난 정한용은 "우리 팀이 시즌 초반부터 잘 나간 적이 없다"며 "형들과도 이야기하는데 초반만 잘 버텨보자는 생각을 많이 했고 부상 선수들도 돌아오면 우리의 모습을 되찾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경기 수가 적기는 하지만 잘 버티는 수준은 뛰어넘어 단숨에 선두권으로 도약했다. 주축 선수들이 줄줄이 이탈한 가운데 시작했지만 이번에도 대한항공 걱정은 사치일 것 같이 느껴지는 시즌 초반 행보다.

득점에 선수들과 함께 기뻐하는 틸리카이넨 감독(왼쪽에서 2번째)./사진=KOVO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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