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회 시작도 안했는데...' 한국 향해 벌써 텃세, 갑작스런 더그아웃 변경→기자회견 '코리안 패싱'까지 [대만 현장]

타이베이(대만)=양정웅 기자  |  2024.11.13 07:41
류중일 야구대표팀 감독이 12일 열린 2024 프리미어12 개막 기자회견에서 출사표를 던지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9년 만에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우승을 노리는 한국 야구 대표팀이 대회 시작도 전에 벽을 만났다. 연이은 텃세에 불안함이 감돌고 있다.

류중일(61) 감독이 이끄는 야구 대표팀은 13일 오후 7시 30분(한국시간) 대만 타이베이시 타이베이돔에서 열리는 개최국 대만과 B조 조별예선 1차전을 시작으로 2024 WBSC 프리미어12 일정을 시작한다.

대표팀은 대만전 이후 14일 쿠바, 15일 일본, 16일 도미니카공화국, 18일 호주를 차례로 상대한다. 예선 5경기를 치러 2위 안에 오르면 오는 21일부터 슈퍼 라운드에 진출한다. 한국은 2015년과 2019년 두 대회 모두 슈퍼 라운드에 올라 결승까지 올라갔는데, 2015년에는 미국을 꺾고 초대 우승국이 됐고 2019년에는 일본에 패배 준우승을 차지했다.

류 감독과 코칭스태프, 선수들은 묵묵히 준비를 하고 있지만, WBSC와 대만야구협회는 한국팀을 도와주지 않고 있다. 이번 조별예선의 메인 야구장이라고 할 수 있는 타이베이돔을 한국은 대회 전날인 13일에야 올 수 있었고, 그것도 많은 시간 경험해보지 못했다. 엔트리 28명 중 이전에 타이베이돔을 경험한 건 지난해 아시아야구선수권에 나선 나승엽(롯데)과 조병현(SSG) 단 둘 뿐이었다.

이에 앞서 지난 10일 톈무 야구장에서 열린 대만프로야구(CPBL) 웨이취안 드래곤스와 평가전에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 발생했다. 당초 한국은 이 경기에서 3루 더그아웃을 사용하기로 했으나, 경기 당일 WBSC 측에서 갑작스럽게 1루 더그아웃으로 바뀌었다고 통보했다.

한국 야구 대표팀 투수진이 12일 타이베이돔 마운드를 밟으며 적응에 나서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조별예선 하루 전인 12일 열린 대회 기자회견은 점입가경이었다. 회견에는 한국과 대만, 도미니카공화국과 쿠바 대표팀 감독과 주장이 참석했고, 각 국의 기자들도 왔다. 그러나 주최 측은 제대로 된 한국어 통역사를 붙여놓지도, 동시통역 장비를 준비하지도 않았다. 국제대회 기자회견은 영어가 가능한 사회자가 통역을 해주는 것이 관례였지만, 이날 진행자는 그러지 않았다. WBSC 관계자는 한국야구위원회(KBO)에 "사회자가 왜 저러는지 모르겠다"는 말만 했다.

기자회견 시간도 사전 통보 없이 10분이 밀린 가운데, 대만의 내빈들이 차례대로 소개됐고 이들 중 몇몇은 무대에 올라와 인사를 전했다. 이들은 지난해 개장한 타이베이돔에 대한 찬사만 늘어놓았고, 그 와중 통역도 제대로 되지 않았다. 자신들의 잔치에 나머지 3개 국가가 들러리가 됐다.

이어 한국과 대만, 도미니카공화국과 쿠바의 사령탑과 주장이 무대에 올라왔다. 여기서도 문제가 생겼다. 참석한 기자들의 질문은 하나도 받지 않은 채 조직위원회가 준비한 질문 하나만 받은 것이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첫 경기에서 각 팀이 낼 선발투수 예고 시간이 있었다. 이는 감독자 회의에서도 나온 이야기였다. 그러나 갑자기 이 순서가 없어졌다. 이에 류 감독은 선발투수에 대한 질문이 들어오면 내정했던 고영표(KT 위즈)에 대해 언급하기로 결정했지만, 질문 시간이 사라지면서 이를 말할 시간도 없어졌다.

이에 KBO는 자리를 만들어 류 감독이 선발투수 예고와 이에 대한 이유를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인터뷰 후에도 류 감독은 기자회견에 대해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심지어 정하오쥐 대만 감독은 "한국 선발을 알려주면 대만 선발을 말하겠다"고 해놓고는 "(대만 선발은) 공식 발표를 보라"며 기만에 가까운 행태를 보였다.

한국 야구 대표팀 류중일 감독과 주장 송성문, 대만 야구 대표팀 정하오쥐 감독과 주장 천제셴(왼쪽부터)이 12일 열린 2024 프리미어12 개막 기자회견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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