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축구협회(FA)는 18일(한국시간) 벤탄쿠르에게 7경기 출전 정지 징계를 부과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벌금 10만 파운드(약 1억8000만원)도 내야 한다.
FA는 "독립 규제 위원회는 벤탄쿠르가 FA 규정 E3 위반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E3.1 규정에는 '부적절하거나 경기 평판을 떨어뜨리는 행위, 폭력, 심각한 반칙, 위협, 욕설, 외설, 모욕적인 언행을 금지한다'고 명시돼 있다. 또 E3.2에는 '인종, 피부색, 국적, 종교, 신념, 성별, 성적 지향, 장애 등 이중 명시적 또는 암시적으로 언급한 경우에 가중 위반이다'라고 적혀 있다.
이번 징계로 과거 FA가 인종차별적 행위를 한 선수에게 징계를 내린 사례가 재조명되고 있다. 먼저 2019년 베르나르두 실바(맨체스터 시티)가 당시 팀 동료이자 흑인인 뱅자맹 멘디를 향해 인종차별적인 글을 남겨 1경기 출전 정지와 벌금 5만 파운드(약 9000만원)를 낸 바 있다.
당시 실바는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멘디의 어린 시절 사진과 스페인 초콜릿 과자 '콘귀토스'의 캐릭터를 함께 올리며 "누군지 생각해봐"라는 글을 남겼다. 실바와 멘디는 전 소속팀 AS모나코부터 맨시티까지 수년을 함께 한 친구 사이다. 하지만 인종차별 논란이 불거졌고 실바는 "친한 친구를 향한 장난이었다"며 악의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펩 과르디올라 감독까지 나서 "둘은 3년간 함께 지낸 친구 사이다. 인종차별이 아닌 농담이었다"고 옹호했다. 당사자인 멘디마저 실바의 행동에 악의가 없었다며 입장을 전하기도 했다.
그러나 FA는 실바가 FA 규정 'E3'를 어겼다고 판단, 1경기 출전 금지와 벌금 5만 파운드(약 8800만원) 징계를 내렸다. 당초 벤탄쿠르도 이와 비슷한 수준의 징계가 내려질 것이라는 예상이었다. 하지만 징계는 더욱 강했다.
영국 BBC에 따르면 이번 징계와 관련해 전문가는 "벤탄쿠르가 7경기 출전 금지 중징계에 2억 벌금까지 더해진 것은 FA가 그만큼 인종차별에 대해 엄정한 판단 기준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뛰던 공격수 에딘손 카바니도 지난 2020년 자신의 SNS에 흑인을 비하하는 스페인어 '네그리토(Negrito)'라는 단어를 써 3경기 출전 정지에 10만 파운드(약 1억8000만원) 징계를 받은 바 있다.
징계는 오는 12월 23일 리버풀전을 끝으로 종료됐다. 27일 노팅엄 포레스트전부터 출전이 가능하다. 한 달 넘게 EPL 경기를 뛸 수 없다.
다만 이 기간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UEL)는 출전할 수 있다. 벤탄쿠르는 AS로마, 레인저스전 명단에는 이름을 올릴 예정이다.
벤탄쿠르의 인종차별적 행위는 지난 6월 알려졌다. 벤탄쿠르는 우루과이 방송 프로그램 '포르 라 카미세' 촬영 도중 손흥민을 향해 인종차별적 농담을 했다. 어린아이를 안고 인터뷰에 참여한 벤탄쿠르는 해당 방송 진행자가 '손흥민의 유니폼을 구해달라'고 요청하자 "손흥민의 사촌 유니폼을 가져다줘도 모른다. 손흥민이나 사촌이나 똑같이 생겼다"고 말했다. 그러자 진행자는 "아 그렇구나"라고 맞장구쳤다. 이후 벤탄쿠르의 발언은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동양인이 모두 똑같이 생겼다는 인종차별적 발언이었기 때문이다.
벤탄쿠르를 향한 비난이 계속되자 손흥민이 직접 입을 열었다. 그는 지난 6월 20일 자신의 SNS를 통해 "벤탄쿠르와 대화를 나눴다. 그는 실수했고 내게 사과했다"며 "벤탄쿠르는 공격적 의도로 그렇게 말하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는 여전히 형제고 바뀐 건 아무것도 없다"고 벤탄쿠르를 감쌌다.
이후 시즌이 시작됐고 손흥민은 지난 9월 카라바흐와 UEL 사전 기자회견에서도 관련 질문을 받았다. 그는 "난 벤탄쿠르를 좋아하고 우린 좋은 기억이 많다. 그 일이 일어나자 벤탄쿠르는 바로 내게 사과했다. 당시 난 휴가 중이어서 무슨 일이었는지 몰랐다. 벤탄쿠르는 긴 (사과) 문자를 보냈고, 진심이라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벤탄쿠르가 훈련장에서 나를 봤을 때 거의 울고 있었다. 정말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는 것처럼 느꼈다"며 "우린 모두 인간이고 실수를 한다. 난 벤탄쿠르를 좋아하고, 우린 형제로서 함께다. FA (징계) 결과를 기다리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말이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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