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중일(61)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 국가대표팀은 2024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B조 조별예선에서 3승 2패로 3위를 기록, 2위까지만 받는 슈퍼 라운드 진출권을 받지 못했다.
대표팀은 13일 대만과 예선 1차전에서 3-6으로 패배했다. 선발 고영표(KT)가 2회 천천웨이에게 만루홈런, 천제시엔에게 2점 홈런을 맞아 2이닝 6실점으로 무너진 게 컸다. 4회 2점을 올린 후 7회 나승엽(롯데)의 대타 홈런이 터졌으나 따라잡지 못했다. 이후 14일 쿠바와 경기에서는 김도영(KIA)의 만루포 포함 2홈런 5타점 활약 속에 8-4 승리를 거뒀다.
그러나 15일 일본과 중요한 일전에서 다시 한번 3-6으로 지고 말았다. 1-2로 뒤지던 4회 박동원(LG)의 솔로포와 5회 대타 윤동희(롯데)의 적시 2루타로 리드를 잡았다. 하지만 믿었던 불펜이 경기 중후반 실점하며 흐름을 내줬다. 한국은 다음날 도미니카공화국전에서 0-6으로 뒤지던 경기를 9-6 역전승으로 마무리해 실낱 같은 희망을 찾았다. 하지만 기적은 없었고, 결국 전 대회 준우승팀의 4강 탈락이라는 성적표를 받았다.
불펜에서는 지킬 경기는 지켜줬다. 김서현(한화, 4경기 4이닝)과 클로저 박영현(KT, 3경기 3⅔이닝)이 무실점을 기록했고, 두 차례 구원승을 따낸 소형준(KT, 3⅔이닝 1실점)을 비롯해 유영찬(LG, 4이닝 1실점), 최지민(KIA, 3⅓이닝 1실점) 등이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쿠바전에서 0이닝 2피홈런 3실점으로 흔들렸던 김택연(두산)도 남은 2경기에서는 1⅓이닝 무실점으로 막았다.
그러나 선발진은 이에 미치지 못했다. 대만전에서 고영표가 2이닝 만에 내려간 후 모든 투수들이 5이닝을 소화하지 못했다. 쿠바전의 선발 곽빈(두산)도 4이닝(3피안타 5탈삼진 3볼넷 무실점)을 던지고 5회 투구 도중 물집이 잡혀 내려갔다. 일본전 선발 최승용(두산)은 1⅔이닝, 도미니카공화국전 선발 임찬규(LG)도 3이닝만 던졌다. 호주전에서 다시 등판한 고영표는 3⅔이닝을 단 1피안타로 막았으나 42구 만에 내려갔다. 예선 5경기에서 선발이 소화한 이닝은 14⅓이닝으로, 구원 이닝(28⅔이닝)의 정확히 절반이다.
이에 대표팀 코칭스태프도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명 지도자로 정평이 난 최일언(63) 투수코치는 대회 종료 후 "지금 우리나라는 유망주들이 볼이 빠르면 빨리 쓰고 싶어서 중간투수로 나오는 경우가 많지 않나"며 "그런 선수들이 선발투수를 할 수 있는 정도의 실력까지 올라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최 코치는 "각 팀의 1, 2선발은 트리플A에서 오는 외국인 선수인데, 그러면 우리가 트리플A보다도 안 된다는 뜻이지 않나"고 소신발언을 했다. 그러면서 "1선발은 국내선수가 차지한 상태에서 외국인 선수를 트리플A에서 데리고 와야 야구 레벨이 높아진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 코치는 "예전에는 각 팀 1선발인 류현진, 윤석민, 김광현이 외국인보다 잘 던졌다. 그런 선수들이 나타나지 않으면 국제대회 운영이 상당히 힘들 것이다"고 경고했다.
"국제대회를 해보면 우리나라에서 좀 던진다는 투수들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까지는 안된다. 아시안 게임이니까 그 정도 던진다"고도 말한 최 코치는 "스윙을 제대로 하는 타자를 상대할 제구력이나 변화구가 부족하다"는 말도 이어갔다. 다음 WBC까지 15개월이 남은 상황에서 그는 "일본까지는 아니더라도 비슷한 수준까지는 가야 한다. 2009년 멤버를 보라. (일본과) 큰 차이가 없지 않나"며 발전을 촉구했다.
선수들에게 웨이트 트레이닝 등 꾸준한 훈련을 강조한 최 코치는 "어린 친구들이 많아서 이번에 얘기를 좀 했다"며 "투수의 전성기는 30세니까 꾸준히 성장해야 한다. 계속 훈련하고 연구도 하고 그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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