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경민은 26일 오후 2시 서울 롯데호텔 월드 크리스탈볼룸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 시상식에서 3루수 부문 수비상을 차지했다.
지난해 수상에 이어 2회 연속 수비상 수상자로 선정된 허경민은 투표 점수 75점과 수비 기록 점수 15점 등 총점 90점을 기록했다. 이에 77.5점을 획득한 2위 최정(SSG)과 72.5점을 획득한 3위 송성문(키움)을 제치고 수상자로 선정됐다.
"긴장돼서 까먹었다"며 너스레를 떤 허경민은 "16년간 함께한 두산 베어스 관계자 모든 분들께 많은 감사를 드린다. 두산 동료 선후배나 감독, 코치님께 감사드린다. 마지막으로 두산 팬 여러분들께 감사드린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내년에는 KT에서 새로운 야구 하는데, 내년에도 이 자리에 서도록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2009년 2차 1라운드로 두산에 입단한 허경민은 2012년부터 잠재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KBO리그 최정상급 내야수로 두산의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에 기여했다. 2018년에는 3루수 부문 개인 첫 골든 글러브를 수상했다. 지난 시즌에는 KBO 3루수 부문 수비상까지 거머쥐었다. 이 밖에 프리미어12와 WBC, 도쿄 올림픽 등 국제 대회에서도 국가대표 주전 3루수로 활약했다.
앞서 2021시즌을 앞두고 허경민은 두산과 4년간 계약금 25억원, 연봉 40억원 등 총액 65억원에 FA 계약을 체결했다. 여기에 4년 계약이 끝난 뒤 3년 20억원의 선수 옵션 조항이 포함된 계약이었다. 총 4+3년 85억원이었다.
4년 계약의 마지막 해인 올 시즌 허경민은 115경기에 출장해 타율 0.309(477타수 129안타) 2루타 29개, 7홈런, 61타점 69득점, 5도루(1실패), 장타율 0.427, 출루율 0.384, OPS(출루율+장타율) 0.811의 성적을 올렸다. 잔류를 선택한 첫 FA 때와 달리 이번에는 KT와 4년 총액 40억원(계약금 16억원, 연봉 18억원, 옵션 6억원)에 계약을 맺었다.
이적 후 인터뷰에서 허경민은 두산에 대해 사과를 전했다. 23일 수원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KT 팬 페스티벌 행사에 참석한 그는 "너무 조심스럽지만, 두산 베어스 팬 분들께 정말 죄송하다는 말씀을 일단 드리고 싶다. 저한테 화나신 분들도 많이 계신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 시간이 저한테는 인생에 있어서 정말 가장 힘든 시간이었다. 계약하고 나서 솔직히 말씀드리면 많은 눈물도 흘렸다. 그동안 두산 팬 분들에 대해 감사함과 죄송함이 섞여 있는 눈물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응원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씀을 꼭 드리고 싶다"고 말한 바 있다.
허경민은 이날도 고마움을 전했다. 그는 시상식 후 취재진과 만나 "며칠 전부터 준비했는데, 막상 올라가니까 좀 떨리더라"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못다한 말은 없었나'는 질문에는 "'감사합니다'에 모든 게 담겨있지 않겠나"라고도 했다.
이적 후 폭풍 같은 한 달이 흘렀다. 허경민은 "많이 정리가 됐다. 이제는 KT 소속으로서 내년 시즌을 잘 준비해야 하는 시기여서 잘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몸 상태가 좋다고 밝힌 그는 "내년이 제겐 중요한 한 해가 될 거라 생각하기 때문에, 더 독하게 마음 먹고 준비 중이다"고 말했다.
이제는 KT 투수들에게도 믿음을 주겠다는 허경민이었다. 그는 "KT 투수들이 땅볼이 많이 오는 투수로 알고 있다. 거기에 걸맞게 수비에서 많은 도움을 주는 게 KT에 온 이유이기도 하다"면서 "투수들한테도 믿음을 주는 부분을 많이 신경쓰려고 한다"고 얘기했다.
이번 시상식에서 신인왕은 허경민의 전 소속팀 두산의 김택연(19), 승률왕은 현 소속팀 KT의 박영현(21)이 차지했다. 공교롭게도 두 선수는 미래 주목 받는 마무리투수 자원이다. 허경민은 "박영현 선수나 김택연 선수 저한테는 너무나도 다 좋은 투수고 동료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는 택연이 공을 상대해야 한다"며 "두산 선수들과 너무나 좋고, 아까 (곽)빈이랑도 이야기를 했고 모든 투수랑도 연락을 다 했다. 이제는 그 선수들의 공을 쳐야 되기 때문에 동료는 동료고, 이제는 KT 위즈의 승리를 위해서 또 열심히 해야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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