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에서 온 20세 알리는 한국 음식 적응 중 "종류부터 맛까지 다 달랐지만..."

장충=김동윤 기자  |  2024.11.28 08:09
우리카드 알리. /사진=한국배구연맹 제공
우리카드 아웃사이드 히터 알리 하그파라스트(20·등록명 알리)가 한국 음식에 차츰 적응하며 존재감을 뽐내고 있다.

우리카드는 27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2024~2025 도드람 V리그 남자부 정규리그 2라운드 홈경기에서 KB손해보험을 세트 점수 3-1(17-25, 25-23, 25-23, 25-21)로 꺾었다.

이로써 전 경기 분위기(현대캐피탈전 3-0 승)를 이어간 우리카드는 6승 4패(승점 17)로 2위 현대캐피탈(7승 2패·승점 20)을 3점 차로 추격했다. 6위 KB손해보험은 연승 행진을 '2'에서 중단하며 3승 7패(승점 10)로 중위권 도약에 실패했다.

고른 공격으로 주포 미힐 아히(등록명 아히)의 공백을 메웠다. 김지한이 14점으로 팀 내 최다 득점을 올렸고, 알리 11점, 이강원 9점, 이상현 9점, 송명근 8점으로 팀 승리에 힘을 보탰다. 블로킹 득점에서 13 대 6으로 앞선 것도 도움이 됐다.

특히 알리는 2쿼터부터 투입돼 공격 성공률 52.63%로 코트 분위기를 바꾸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경기 후 만난 알리는 "쉽지 않은 경기였다. 1세트 때 주전급 선수들이 보고 있다가 2세트부터 들어갔다. 이기고자 하는 마음이 있어 이길 수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올 시즌 아시아쿼터로 영입된 알리는 이제 겨우 20세로 한국이 처음 경험하는 해외 리그다. 마우리시오 파에스 우리카드 감독의 의사가 강하게 반영됐고 그 기대에 맞게 성장 중이다.

우리카드의 알리(왼쪽)와 한태준이 27일 KB손해보험전을 승리로 장식한 뒤 미소 짓고 있다. /사진=김동윤 기자

파에스 감독은 "우리는 알리가 어린 선수라는 걸 기억해야 한다. 21세 대표팀에서 잘했지만, 높은 수준의 프로팀에서 하는 게 쉽지 않다. 다들 알리에게 많이 기대하고 있고 적응이 어려운 걸 알고 있다. 문화 차이도 너무 크고 이란처럼 훈련을 많이 하지 않는 나라에서 온 선수는 더욱 힘들 것이다. 하지만 성장하고 있다. 지기 싫어하고 투지 있는 모습이 가장 마음에 든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에 알리는 "좋은 팀원들이 많이 도와줘서 괜찮다. 문화의 차이가 있어서 어렵긴 했지만, 잘 이겨내고 있다. 한국은 좋은 운동 환경을 갖추고 있어 내가 더 발전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고 웃었다.

그에게 가장 어려운 한국 문화란 바로 식문화였다. 알리는 "음식이 제일 걱정이었고 실제로도 그랬다. 할랄만 그런 게 아니라 종류부터 맛까지 다 달라서 적응하는데 어려웠다"면서도 "팀에서 음식을 이란과 비슷하게 만들어줘서 적응해 나가고 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음식이 많이 달라서 적응하기 정말 어렵다. 다행히 채소는 전 세계 어디나 똑같은 것 같고 고기는 맛있는 건 맛있다"고 멋쩍은 웃음을 내보였다.

동갑내기 세터 한태준(20)은 알리에게 있어 든든한 조력자다. 말은 잘 통하지 않지만, 코트 안팎에서 의지가 되고 있다. 알리는 "(한)태준이 있어 내겐 행운이다. 항상 경기장에서는 30년 된 세터처럼 노련하다가도 일상으로 돌아오면 그냥 친구다. 태준이 덕분에 쉽게 공감하고 웃을 일이 많아진다. 정말 감사한 일이다"고 말하며 애정 어린 눈빛으로 옆에 있는 한태준을 쳐다봤다.

한태준 역시 "알리가 영어를 그렇게 잘하는 건 아니지만, 소통을 위해 나도 영어를 조금씩 배우는 중이다. 그래도 웬만한 건 통하는 것 같다. 항상 웃으면서 좋은 말을 많이 해 알리가 빠르게 적응할 수 있도록 도우려 한다"고 화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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