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에이스는 35세에도 ML 간다, 한국은 대체 언제쯤... "당장은 보이지 않는다"

김동윤 기자  |  2024.12.18 05:41
스가노 도모유키./AFPBBNews=뉴스1
일본프로야구(NPB)를 대표하는 에이스 투수 스가노 도모유키(35)가 늦은 나이에 메이저리그(ML) 진출을 확정했다. 3년 연속 일본인 투수의 빅리그행이다. 벌써 3년째 나오지 않고 있는 한국 KBO 리그와 대조적이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com은 17일(한국시간) "볼티모어 오리올스가 스가노와 1년 1300만 달러(약 187억 원) 계약을 체결했다"고 보도했다.

이로써 일본프로야구에서 메이저리그로 직행한 일본인 투수는 명맥을 이어가게 됐다. 1995년 노모 히데오의 대성공 이후 한동안 일본인 투수의 메이저리그 러시가 이어졌다. 2001년, 2017년, 2022년을 제외하면 매년 꾸준히 한 명씩 배출했다. 2016년 마에다 겐타(36·디트로이트 타이거즈)의 성공 이후에는 NPB 에이스들의 연착륙도 두드러진 편이다.

메이저리그 진출 8년 차인 마에다가 어느덧 68승(56패)을 챙겼고, 투·타 겸업으로 만장일치 MVP만 3차례 수상한 오타니 쇼헤이(30·LA 다저스)는 말할 것도 없다. 강속구 좌완 에이스 기쿠치 유세이(33)는 오랜 시행착오 끝에 이번 겨울 LA 에인절스와 3년 6368만 달러(약 916억 원) 계약을 체결하며 대박을 터트렸다.

지난해 센가 고다이(31·뉴욕 메츠)는 '유령 포크'라는 별명을 얻으며 신인왕 2위에 올랐다. 12년 3억 2500만 달러(약 4673억 원) 계약으로 메이저리그 경험이 없는 선수 중 최고액을 따낸 야마모토 요시노부(26·LA 다저스)는 데뷔 시즌부터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적어도 NPB에서 인정받던 에이스들은 메이저리그에 신뢰할 만한 자원이 되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신뢰는 만 35세란 늦은 나이에 진출하는 스가노에게도 도움이 됐다. 스가노는 오랜 기간 일본프로야구를 대표하던 에이스였다. 2012년 NPB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로 일본프로야구 최고 명문 팀인 요미우리 자이언츠에 입단한 후 올해까지 원클럽맨으로서 활약했다. 데뷔 시즌인 2013년 13승 6패 평균자책점 3.12를 기록한 후 2016년(9승 6패)을 제외하고 2020년까지 매년 두 자릿수 승리를 챙겼다.

스가노 도모유키. /사진=요미우리 자이언츠 구단 공식 SNS 갈무리

2020년대 초반까지 일본 최고팀의 에이스로서 그 위용이 대단했다. 2014년, 2020년, 2024년 센트럴리그 MVP를 차지했고, 2017년, 2018년에는 두 시즌 연속 사와무라상을 받았다. 특히 2018년은 그 정점을 찍어서 28경기 15승 8패 평균자책점 2.14, 202이닝 200탈삼진으로 투수 트리플크라운을 해냈다.

2020시즌을 마치고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메이저리그에 도전했다. 직접 미국으로 건너갔지만, 최종 합의에 실패했고 일단 일본으로 돌아왔다. 이후 조금씩 하락세를 겪었다. 오른쪽 팔꿈치 부상을 당했던 2023년에는 데뷔 후 최저 승수인 4승(8패)을 챙기는 데 그쳤다. 하지만 FA를 앞둔 올해 완벽하게 부활하는 데 성공했다. 24경기 15승 3패 평균자책점 1.67, 156⅔이닝 111탈삼진을 마크하며 커리어 3번째 리그 MVP를 수상했다.

최고의 퍼포먼스를 보여준 스가노에게 일본인 투수에 대한 좋은 기억이 있는 볼티모어가 손을 내밀었다. 볼티모어는 과거 우에하라 고지와 후지나미 신타로를 데려와 쏠쏠하게 써먹었고, 마침 에이스 코빈 번스의 FA 선언으로 선발 투수가 필요했다.

MLB.com은 "스가노의 직구는 약 92마일(약 148㎞)로, 그는 빠른 공을 던지지 않는다. 하지만 직구 외에도 커터, 슬라이더, 스플리터, 싱커, 커브 등 다양한 구종을 던지며 엄청난 제구력을 가지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볼티모어가 스가노를 선발 로테이션에 넣을지 불펜에서 기용할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면서도 잭 애플린-그레이슨 로드리게스-딘 크레머에 이은 4선발로 스가노를 배치했다.

메이저리그에서 뛰던 시절의 김광현과 양현종, 류현진(왼쪽부터). /AFPBBNews=뉴스1

계속된 일본인 에이스들의 메이저리그행에 대비해 아쉬운 것이 한국 KBO 리그 에이스들의 소식이다. 2013년 류현진(37·LA 다저스)의 도전 및 성공 후 한국에도 메이저리그 도전이 잇따랐다. 하지만 유독 투수들의 도전은 뜸했고 선발 투수로서는 2020년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로 향했던 김광현(36·SSG 랜더스), 텍사스 레인저스로 갔던 양현종(36·KIA 타이거즈)이 전부였다. 이들 모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란 세계적 재난과 많은 나이로 인한 한계로 인해 짧게 경험하고 돌아왔다. 이것조차 3년 전이다.

최근 KBO 리그를 평정한 외국인 투수들이 메이저리그로 금의환향하는 것을 보면 더욱 아쉬움이 남는다. 2019년 메릴 켈리(36·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성공 이후 조쉬 린드블럼(37), 에릭 페디(31·세인트루이스) 등 KBO 리그에서 뛰어났던 투수들은 메이저리그에서도 조금씩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외국인 선수들에 그칠 뿐, 토종 에이스들은 존재감은 여전히 희미하다. 최근 5년간 리그에서 압도적인 활약을 보인 투수는 안우진(25·키움 히어로즈) 정도다. 안우진은 2022년 30경기 15승 8패 평균자책점 2.11, 196이닝 224탈삼진을 기록하며 투수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다. 지난해에도 9승 7패 평균자책점 2.39로 뛰어난 성적을 거뒀고 현재는 사회복무요원으로 병역의 의무를 다하고 있어 2025시즌 후반에나 볼 수 있다.

안우진의 메이저리그 포스팅 시기도 빨라야 2028시즌 종료 후다. 그렇게 되면 진출할 때 안우진의 나이는 만 29세지만, 그보다 더 기대되는 한국 투수는 없다는 것이 야구계 보편적 시선이다. 최근 스타뉴스와 만난 한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는 "현시점(2024년)에서 김도영(21·KIA), 김혜성(25·키움) 외에 메이저리그에 도전할 선수가 당장은 보이지 않는다. 그나마 투수 쪽은 몇 년 뒤 안우진 정도가 있을 것 같다"고 현실을 짚었다.

키움 안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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