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선동 금지" 이승환, 구미시 요구 서약서 공개..법적 대응 예고[종합]

김나연 기자  |  2024.12.23 14:35
사진=이승환 SNS
가수 이승환이 구미시의 일방적인 콘서트 대관 취소에 분노했다.

23일 오전 김장호 구미시장은 구미시청 대회의실에서 입장문을 발표하고 "오는 25일 구미시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릴 예정이던 이승환 콘서트를 취소한다"면서 "관객과 보수 우익단체 간 물리적 충돌이 우려되는 상황에 안전상 이유"라고 밝혔다.

그는 "문화예술회관에서 공연이 공익에 부합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입장에서 허가 조건을 강조하는 공문을 지난 10일 발송하고 유선상으로 우려를 표하면서 정치적 선동자제를 요청했다" 며 "이승환 측은 법률대리인을 통해 '정치적 언행을 하지 않겠다는 첨부된 서약서에 날인할 의사가 없다'는 분명한 반대 의사를 서면으로 밝혀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승환이 지난 14일 탄핵소추안이 의결된 후 수원공연에서 '탄핵이 되니 좋다. 이명박 대통령 시절 뒷조사를 받았는데 박근혜 대통령 시절에도 마음이 편치 못했다. 앞으로 편한 세상이 될 것 같다'고 말한 것을 지적하며 "'보수 우익단체 여러분 감사합니다' 등 시민단체에 조롱과 냉소로 비쳐질 소지가 다분한 언급으로 시민들과 관객의 안전이 더욱 우려되는 상황을 초래했다"고 덧붙였다.

앞서 이승환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2차 탄핵소추안 표결 하루 전인 지난 13일 서울 여의도에서 이른바 '탄핵 콘서트'를 펼쳤고, 보수단체는 오는 25일 구미 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이승환의 공연을 반대하는 집회를 개최했다.

그러자 이승환은 "온몸이 부서져라 노래하고 뛰겠다. 내 인생 최고의 공연으로 만들겠다"고 응수했다. 법무법인 해마루 임재성 변호사는 이승환 소속사 드림팩토리 공식 SNS를 통해 "25일 콘서트에 참석하실 분들께서는 인근에서 예정된 (보수) 집회·시위에 일체 대응하지 말아주시길 부탁드린다. 그분들을 자극할 행동 역시 가능하면 삼가주셨으면 한다"면서 "구미 공연 참석과 관람 과정에서 피해가 발생한 경우, 법무법인 해마루로 알려달라. 공연 참석자들의 피해 회복을 위한 법적 절차(민사 소송, 형사고소 등)를 담당하겠다"고 강조했다.

사진=이승환 SNS
그러나 구미시의 콘서트 대관 취소 결정으로, 이승환의 공연은 무산됐다. 이에 이승환은 "구미시 측의 일방적인 콘서트 대관 취소 결정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이어 "저는 신속하게 구미시 측에 법적 대응을 진행할 예정"이라며 "일방적이고도 부당한 대관 취소결정으로 발생할 법적, 경제적 책임은 구미시의 세금을 통해서가 아니라, 이 결정에 참여한 이들이 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승환은 '안전을 위한 결정'이었다는 구미시 측의 결정을 이해할 수 없다면서 "대관 취소의 진짜 이유는 서약서 날인 거부인 것으로 보인다. 구미문화예술회관은 지난 20일 공연 기획사에게 공문을 보내 기획사 대표와 가수 이승환에게 '기획사 및 가수 이승환 씨는 구미구미문화예술회관공연 허가 규정에 따라 정치적 선동 및 정치적 오해 등 언행을 하지 않겠음'이라는 서약서에 날인할 것을 요구했고, 미이행시 취소할 수 있음을 언급했다"고 전하며 해당 서약서를 공개했다.

서약서에는 '1. 대공연장 내 관람객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인력을 배치하겠음. 2. 기획사 및 가수 이승환 씨는 구미 문화예술회관공연 허가 규정에 따라 정치적 선동 및 정치적 오해 등 언행을 하지 않겠음'이라고 적혀있다.

이에 이승환은 "이는 부당한 요구였다. 이에 저는 법무법인을 통해 서명 의사가 없다는 점을 밝혔다. 제 공연이 '정치적 목적'의 행사는 아니었기에, 지금까지 대관에서 문제가 된 적은 없다. '정치적 오해'는 또 무엇이냐. '여러분 요즘 답답하시죠?', '여러분 요즘 좀 편안하시죠?' 어떤 말도 오해가 되는 상황이니 아무 말도 하지 말아라 아니냐"라고 반박했다.

이승환은 "저는 35년을 가수로 살아오면서 불모지였던 우리나라 공연계를 브랜드화, 시스템화시켰다는 자부심이 있다. '내 공연이 최고다'라는 자신감도 있다"며 "공연일 직전에 '정치적 오해 등 언행을 하지 않겠다는 문서에 이름 써라' '이름 안 쓰면 공연 취소될 수도 있다'는 요구를 받아야만 하다니 이는 표현의 자유를 최우선의 가치로 하는 민주주의 국가 대한민국에서 일어나선 안 될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많은 팬들이 피해를 입었다. 티켓비용 뿐만 아니라, 교통비, 숙박비도 있을 것"이라며 "무엇보다 크리스마스날 공연을 보겠다 기대하였던 일상이 취소됐다. 대신 사과드린다"며 "이 사건은 '표현의 자유' 문제다. 창작자에게 공공기관이 사전에 '정치적 오해 등 언행을 하지 않겠음'이라는 문서에 서명하라는 요구를 했고, 그 요구를 따르지 않자 불이익이 발생했다. 안타깝고 비참하다. 우리 사회의 수준을 다시 높힐 수 있도록 문제를 지적하고 바꾸겠다"고 전했다.

한편 이승환은 지난 14일 수원 경기아트센터에서 35주년 기념 '헤븐' 콘서트를 시작해 오는 25일 구미 문화예술회관에서 공연을 가진 뒤 29일 김해 문화의전당 마루홀, 2025년 1월 4일 천안 예술의전당, 1월 11일 진주 경남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 1월 18일 청주 예술의전당, 1월 25일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 2월 22일 용인 포은아트홀, 3월 15, 16일 서울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에서 관객들을 만날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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