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 레이블인 그룹 아일릿의 소속사 빌리프랩과 르세라핌의 소속사 쏘스뮤직이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와 손배소 다툼을 시작했다.
10일 오후 서울서부지법 제12민사부 심리로 빌리프랩이 민 전 대표를 상대로 제기한 20억 원 상당 손해배상 소송의 첫 변론기일이 열렸다. 이날 쏘스뮤직이 민 전 대표를 상대로 제기한 5억 원 상당의 손배소 첫 변론기일도 열렸다.
민 전 대표는 지난해 4월부터 시작된 하이브와의 분쟁 중 빌리프랩 소속 가수 아일릿이 자신이 제작한 뉴진스의 콘셉트를 표절했다고 주장했다. 민 전 대표는 "빌리프랩이 데뷔시킨 아일릿의 티저 사진이 발표된 후 '뉴진스인 줄 알았다'는 반응이 폭발적으로 온라인을 뒤덮었다"라며 표절을 주장, 파장을 일으켰고 빌리프랩은 이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밝히며 소송전에 나섰다.
빌리프랩은 "아일릿의 브랜딩 전략과 콘셉트는 2023년 7월 21일에 최종 확정되고 내부 공유된 바 있다. 제보자가 이른바 기획안을 보내온 것은 그 이후인 2023년 8월 28일 자로, 시점상 아일릿의 콘셉트에 영향을 미칠 수가 없다"라며 "당사와 아일릿을 상대로 일방적 허위사실을 주장하며 피해를 끼치고 있는 민희진 대표에 대해 업무방해와 명예훼손 혐의의 고소장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민 전 대표는 김태호 빌리프랩 대표 등을 상대로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고소했으며, 50억 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한다고 밝혔다.
민희진 대표는 앞서 기자회견을 통해 쏘스뮤직 소속이었던 일부 뉴진스 멤버들에 대해 쏘스뮤직이 방치했으며 르세라핌이 뉴진스보다 먼저 데뷔한 것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쏘스뮤직은 "자신의 런칭 전략을 쏘스뮤직이 카피했다는 민희진 대표의 주장은 거짓이다. 쏘스뮤직은 민희진 당시 CBO의 런칭 전략을 카피한 적 없으며 민 CBO의 컴플레인 내용을 인정한 바도 없다"라고 반박하며 법적 대응에 나섰다.
이날 각 측의 변호인단만 자리했다. 판사는 "원고는 20억 원의 손배소를 제기했다"라며 "원고가 어떤 지위를 갖는지, 아일릿이 어떻게 데뷔 준비를 했는지, 피고가 기자회견을 어떻게 했는지를 보고 피고가 불법 행위를 했다고 봤다. '아일릿이 뉴진스를 카피했다'라고 했는데 이에 대한 손배소를 청구했다"라고 확인했다.
이어 "원고는 콘셉트, 음악, 퍼포먼스에 대해 양 측의 의사 교류가 없었다고 했다. 아일릿은 현실 속의 10대를 표현한 반면, 뉴진스는 Y2K 속의 노스텔지어라고 했다. 장르도 차별성이 있으며, 퍼포먼스에도 차별성이 있다고 했다. 안무가 갖는 전형적인 모습을 비교하며 비슷한 모습이 있을 수밖에 없는 부분이 있는데 그걸 카피했다고 했다고 한다"고 확인했다.
또 판사는 "원고는 뉴진스도 그렇게 보면 TLC, SES 등 다른 비슷한 걸그룹이 많다고 했다. 피고의 행위는 형법상 허위 발언을 유포한 불법 행위라고 했다. 손배소 범위에 대해선 아일릿이 SNS 팔로워 수가 줄었고, 앨범 성적이 하락했고, 광고 계약이 무산됐으며, 모든 걸 감안해 20억 원의 지불을 원했다"고 말했다.
판사는 "원고는 적극적 손해액과 위자료 청구액을 비교해봐야 하겠다"라며 "소극적 손해와 위자료를 구별해서 소송을 진행해야겠다"고 했다. 판사는 "원고가 피고에 대해 허위사실을 적시한 것에 손해를 주장하는지, 사실을 적시한 것에 손해를 주장하는지 봐야 한다"고 했고, 빌리프랩 변호인은 "피고가 말한 내용이 사실이더라도 (빌리프랩의) 업무에 큰 지장이 있어서 그에 대한 손해배상액을 청구한다"고 말했다.
판사는 "원고는 피고의 발언 중 상당 부분은 구체적 사실적시가 아니라 의견을 낸 것이라고 했다. 피고는 원고에 대해 콘셉트 포토, 한복 화보, 안무 퍼포먼스, 로고 디자인, 뮤직비디오 디자인 등을 카피했다고 했다. 피고 측에서 원고 측의 기획안도 제시하면서 상호간의 콘셉트 교류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또 피고는 공공의 이익을 위해 말한 것이기 때문에 발언에 문제가 없다고 했다. 피고는 원고에 대해 허위사실 유포, 업무방해 고의도 없다고 했다"고 전했다.
빌리프랩 변호인은 "데뷔한지 얼마 안 된 아일릿에 대해 피고는 좌표 찍기를 했고, 사실여부를 떠난 발언을 해서 큰 상처를 줬다.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 태권도를 예를 들면, 품새라는 게 있지 않냐. 정해진 품새도 있고 동작을 하는 사람에 따라 어디에 텐션을 주느냐에 따라 평가를 하기도 한다. 걸그룹의 안무도 비슷한 동작이 반복될 수밖에 없는 게 업계에선 너무나 당연하다. 각자의 개성을 발휘함으로써 수요자들에게 어필하는 게 중요한데, 피고는 엉뚱하게 그 동작이 자기의 것이라고 주장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불법적인 일이 반복돼서는 안 되기 때문에 이번 일로 바로잡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부적으로 프로모션 방법으로 타 그룹을 공격하는 굉장히 악의적인 방식을 썼기 때문에 피고인의 악의성이 두드러진다"고 했다.
민희진 변호인은 "원고에선 좌표찍기라고 했지만, 저희는 객관적인 사실로 보고 있다. 뉴진스가 데뷔한 8개월 이후에 아일릿이 데뷔했는데, 아일릿이 데뷔한 직후부터 대중에게 계속해서 표절 의혹이 제기됐다. 피고가 내부적으로 일을 해결하고자 이메일을 보냈지만 하이브에선 위법한 감사가 있었다. 이로 인해 피고는 대대적으로 말하지 않을 수 없었고 기자회견을 하게 됐다. 피고는 이 문제를 공론화하기 위해 이야기를 꺼낸 것이다"라고 했다.
이어 "재판부도 자료를 보면 누가 아일릿이고 누가 뉴진스인지 헷갈릴 것이다. 이 사건에서 중요한 건, 원고의 기획안이 완성되기 전에 피고의 기획안이 발설됐다는 것이다. 여러 사정을 종합해 보면, 뉴진스 회사의 대표로서 이의를 제기하는 것은 공익을 위한 것이고 명예훼손이 되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빌리프랩 변호인은 "피고는 사실 불순한 목적을 갖고 공격의 상대를 탐색했다. 아직 팬덤이 형성되지 않은, 잠재적 경쟁자가 될 걸그룹을 목표로 하고 공격했다. 피고가 자기 입맛에 맞는 익명의 댓글로 자신의 주장을 했다. 피고는 또 '버블검'이란 곡에 대해 표절 시비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판사는 "결국 피고가 사실 적시로 발언을 했냐, 판단 기준을 누구로 삼아야 할 것이냐(전문가 혹은 대중)를 봐야 할 것이다. 판단의 기준은 고민이 필요하다. 쌍방 정리가 필요하다"고 했다.
앞으로의 입증 계획을 묻자 빌리프랩 변호인은 "안무가의 의견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피고인이 중앙지법에서 본안 소송이 진행 중이어서 그 부분도 봐야 하겠다"고 했다. 민희진 변호인은 "저희도 전문가 의견을 더 찾아봐야 하겠다"라고 했다. 빌리프랩 변호인은 "유튜브에 표절시비가 있는 영상이 있는데 그것도 PT로 검증을 해봐야 하겠다"고 말했다. 판사는 "다음 재판에선 안무 부분만 갖고 봐야 하겠다. 다음 쟁점에 대해선 추가로 심리를 해야겠다"고 했다.
쏘스뮤직도 각 측의 변호인단만 참석했다. 판사는 "피고가 그룹 데뷔를 방치했다고 주장했는데 원고는 허위사실 유포, 업무방해에 해당한다고 했다"라며 "광고계약금 손해 등 손해배상액을 5억 100만 원으로 주장했다"라고 확인했다.
판사는 "피고는 방시혁과 합류한 계기, 뉴진스 준비 과정 등을 얘기하다가 하이브와 갈등을 겪은 계기, 아일릿 데뷔, 내부 고발 등을 설명했다"라며 "원고는 피고의 발언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한다. 피고가 'S21' 프로젝트를 준비했는데 원고에 의해 무산됐다고 했다"고 말했다. 또한 "피고는 방시혁의 역량 부족을 얘기했고, 하이브는 뉴진스가 먼저 데뷔한다고 약속했지만 지키지 않아 그나마 어도어로 이관해 빨리 데뷔할 수 있었다고 한다. 피고는 공공의 이익을 위해 이 같은 과정을 공개적으로 말했다며 위법성이 없다고 한다"고 말했다.
판사는 "피고는 모욕 부분에 대해선 위법성이 있었는지를 봐야 한다고 했다"라며 "원고는 앞 사건(빌리프랩이 민희진에 손배소 제기)과 같이 봐도 되겠냐"라고 했고, 원고는 "그렇다"고 했다.
원고는 "피고는 전 국민이 시청할 수 있는 기자회견 중에 근거 없는 말을 했고 모욕성 발언을 했다. 쟁점이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지만, 허위사실에 해당하는지를 봤다. 뉴진스를 캐스팅을 하고 몇 년 동안 트레이닝을 하고 있었고 글로벌 오디션을 통해 팜 하니를 캐스킹 했다. 오디션 개최 과정에서 피고는 캐스팅의 주체가 되진 않았고 하이브가 진행했다"고 말했다. 또한 "데뷔 경위를 보면, 피고가 영입이 돼서 한 업무는 브랜딩인데, 정해진 기일을 차일피일 미루면서 하지 않은 것도 있었다"고 말했다.
민희진 변호인은 "뉴진스가 탄생하기까지 2019년 방시혁 의장이 민희진 대표를 영입한 과정이 있었다. 방시혁 의장이 자신은 못 하겠다고 민희진 대표에게 맡겨 탄생한 게 뉴진스다. 뉴진스란 그룹의 전체적인 콘셉트 등은 민희진 대표가 기획한 것이고, 그의 선택에 따라서 멤버가 결정됐다. 쏘스뮤직이 오디션을 봐서 캐스팅을 한 거라고 말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했다. 이어 "하이브는 '민희진 감성의 걸그룹을 론칭하겠다'고 했고 그렇게 만들어진 게 뉴진스다. 어떻게 멤버들을 쏘스뮤직에서 캐스팅했다고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라고 덧붙였다.
민희진 변호인은 "이미 내부에선 르세라핌 론칭을 준비하고 있었고 먼저 데뷔시켰다. 그러면 먼저 데뷔할 줄 알았던 뉴진스 멤버들과 부모님들은 어떤 심경이겠냐. 쏘스뮤직에서 르세라핌이 데뷔한 후 뉴진스가 바로 데뷔하기도 힘든 상황인 걸 알고 민 대표가 뉴진스 멤버들을 어도어에 데려와 데뷔시켰다. 원고를 비롯해 빌리프랩도 그렇고, 민희진이 부당한 운영 형태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는데 뉴진스 그룹의 가치를 보존하고 따라하는 식의 K-팝 생태계를 위해서라도 민희진은 민, 형사 소송을 제기했다. 민희진으로서는 입막음, 보복성 소송 제기가 아닌가 싶다. 저희로서는 절대 명예훼손이 아니"라고 했다.
피고는 실제 피고가 했던 발언을 포함해 1000페이지 분량의 증거자료를 제시했다. 양 측 모두 다음 기일에 PT 형식으로 재판을 진행키로 했다.
한편 하이브는 지난해 민 전 대표가 경영권 탈취를 시도하고 있다며 감사에 착수했다. 민 전 대표는 이에 사실이 아니라며 지난해 4월 긴급 기자회견을 연 것을 시작으로 줄곧 하이브가 어도어 운영을 방해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민 전 대표는 지난해 11월 어도어 사내이사에서 사임하며 하이브를 떠났고, 같은 달 뉴진스 멤버들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어도어와 전속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뉴진스는 독자적으로 활동하려는 입장이며, 어도어는 뉴진스를 상대로 전속계약유효 확인의 소를 제기했다.
빌리프랩이 제기한 민 전 대표에 대한 손배소 다음 기일은 3월 7일이며, 쏘스뮤직이 제기한 민 전 대표에 대한 손배소 다음 기일은 3월 14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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