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쿠다 히데오의 소설 '남쪽으로 튀어'가 한국 스크린에서 새로 태어났다. 국내에도 많은 팬을 거느리고 있는 오쿠다 히데오의 작품이 영화화된 만큼 원작 팬들의 기대도 뜨겁다.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은 응당 기대와 함께 원작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를 함께 받기 마련, 김윤석으로 다시 태어난 우에하라가(家)의 이야기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2권에 달하는 소설의 내용을 2시간짜리 영화로 옮기려니 등장인물이 대폭 줄어들었다. 1권을 이끌었던 지로와 친구들의 이야기는 스크린에서는 나라(백승환 분)와 해갑의 성격을 보여주는 한두가지의 에피소드로 축소됐다. 자연스레 구로키, 린조 등 지로의 도쿄 친구들도 사라졌다. 이야기가 아버지인 해갑(김윤석 분) 중심으로 흘러가며 나라 이야기의 분량은 줄었지만 아버지를 이상하게 여기면서도 그를 닮아가는 아들 지로의 모습은 여전히 남아있다.
사연 많은 엄마 사쿠라도 안봉희(오연수 분)가 되며 더욱 적극적으로 변했다. 원작의 사쿠라는 유명 기모노집의 규수였지만 가족을 등지게 된 사연을 가족들에게 숨기고 있던 비밀스런 엄마였지만 영화 '남쪽으로 튀어'에서는 안봉희의 가족 관계를 과감히 생략했다. 대신 남편 최해갑에 대한 무한한 믿음은 더욱 돋보인다. 이치로의 말에 순순히 따르던 사쿠라보다 훨씬 더 적극적으로 남편의 일을 돕고 나서는 열혈 아내다.
우에하라 가족들이 지키려던 아름다운 섬 이리오모테는 최해갑 가족의 새 정착지 들섬으로 재탄생했다. 소설에서는 분교 학생들도 꽤 있고, 번듯한 슈퍼와 공동 주택도 있었던 이리오모테 섬에 비해 들섬은 훨씬 규모도 작고 주민도 적은 섬이다. 섬은 작아졌지만 그 안에서 벌어지는 사건은 변함이 없다. 섬을 노리는 건설회사에 맞서는 섬 주민들과 최해갑 가족의 노력은 영상으로 표현되며 더욱 긴박감이 감돈다.
가족들의 직업과 사연도 조금씩 달라졌다. 소설에서는 집에서 빈둥대며 팔리지 않는 책을 쓰던 작가 이치로가 영화에서는 영화감독 최해갑으로 바뀌었다. 이치로가 쓰고 싶은 글을 쓰며 돈 벌이에 영 관심이 없었던 것처럼 해갑이 찍는 영화도 현실을 비판하는 다큐멘터리다. 돈벌이는 되지 않아도 나름대로 팬클럽도 있는 감독이다. 책을 내도 그만 안내도 그만이었던 이치로에 비해 해갑의 다큐멘터리에 대한 열정은 조금 더 극성맞다. 자신의 영화를 보다가 나가려는 관객들에게 삐치기도 하고, 학교의 비리를 캐내려 자식들의 학교를 찾아가기도 하는 열혈 감독이다.
소설에서는 웹디자이너였던 큰 딸의 사연도 각색됐다.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디자인을 공부하는 큰딸 민주(한예리 분)는 독특한 아버지를 지긋지긋해 하면서도 현실에 환멸을 느끼자 자유로운 아버지를 따르게 된다.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남자와 비밀스런 관계가 고민이었던 요코와 달리 민주의 고민은 취업이라는 현실적인 문제다. 자신에게 관심을 보이는 남자들이 있어도 정작 민주는 시큰둥할 뿐이다.
한국에서 영화로 재탄생한 '남쪽으로 튀어', 소설로 큰 사랑을 받았던 만큼 극장가에서도 흥행에 성공할까. 원작 팬들에게 영화 '남쪽으로 튀어'가 색다른 재미로 다가갈 수 있을 지 지켜볼 일이다.
<저작권자 © 스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