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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미 "내게 칭찬을 해주고 싶다..믿고 싶다"(인터뷰)

정유미 "내게 칭찬을 해주고 싶다..믿고 싶다"(인터뷰)

발행 : 2013.09.16 11:46

전형화 기자
정유미/사진제공=호호호비치
정유미/사진제공=호호호비치

'우리 유미'를 만나러 건국대학교 예술대학에 가는 길. 지하철을 타고 길을 건너 물어물어 찾아간 그 곳에서 정유미는 김밥을 입에 물은 채 기자를 반겼다. 정유미는 홍상수 감독이 '우리선희'로 로카르노영화제에서 받은 감독상 트로피를 소개했다. 은색 표범이 예쁘게 빛나는 트로피는 잠시 뒤 냉장고 위에 쌓아둔 백세주 박스 위로 옮겨졌다. 홍상수 영화의 한 일상 같았다.


'옥희의 영화'와 '다른나라에서'를 지나 '우리선희'까지 개봉된 것만 홍상수 영화를 세 편 찍은 정유미는 삶에서도 자연스럽다. 홍상수 감독의 표현대로 예쁘다. 스스로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언제 고민했냐는 듯이 즐겁게 술을 마시고, 그 모든 것을 담아 카메라 앞에 선다. 그래서 '우리 유미'는 잠시 나오던, 길게 나오든, 작품 속에 자연스레 녹아들어가 있다. 배우 정유미의 가장 큰 장점이다. 그녀와 호흡을 맞춘 배우들을 이슬비가 내린 것처럼 자연스럽게 젖게 만든다.


'우리선희'에서 정유미는 김상중,정재영,이선균 세 남자를 적셨다. 정유미와 '우리선희'에서 만난 세 남자는 자신을 알 때까지 깊게 파보게 된다. 길지 않고 깊지 않아도 정유미에게 세 남자는 '우리선희'였다. '우리'라고 부를 수 있는 '선희'. '우리 유미'를 만났다.


-단편과 개봉 안한 것까지 포함하면 홍상수 감독 영화를 6편째 찍은 것 같은데. 이번에는 제목부터 '우리선희'인데.


▶지난해 11월 초쯤 감독님에게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 때만 해도 이럴 것이라 생각도 못했다. '깡철이'랑 다른 영화 촬영이 예정돼 있었기 때문이다. 몇 번 나오면 될 것 같다고 하시길래, 길면 못하고 짧으면 할 수 있겠다 싶었다. 그런데 짧게 찍었는데 장편이 나오고, '우리선희'가 됐다.


-홍상수 감독과 작업은 매번 같은가, 아니면 다른가.


▶같고 다르기보다 늘 그래요. 짧게 촬영했는데 장편이 나오고. 내가 영화 속에 있긴 하지만 내가 아니다. 내가 출연한 것을 봐도 다른 영화 한편을 보는 기분이에요. 내가 아닌데 내가 나오는구나 싶어요.


-'우리선희'지만 사실 선희가 아니라 우리가 주인공인데.


▶맞아요. 우리가 주인공이죠. 우리들이 선희를 만나면서 자신을 깊게 파보는 거죠. 전 이 영화 속에서 이 대사 하나를 마음속에 깊게 새겼어요. 너 자신을 알 때까지 깊게 파봐라.


-그럼에도 선희라서 또 여주인공이라 부담을 가졌다던데. 첫 촬영부터 NG를 거듭 내서 상대역 이선균이 소주를 맥주잔에 따라 계속 원샷을 하게 만들었고.


▶홍상수 감독님 영화는 오래오래 찍고 싶어요. 너무 좋아서. 배우 일을 하면서 이런 일을 계속 하고 싶기 때문에 아끼고 싶고. 내 조바심 때문에 자주 하다보면 나중에는 못 하는 게 아닌가 걱정이 되기도 하고. 이런 이야기를 감독님한테 하다보면 무슨 그런 생각을 하냐고 하시지만. 그래도 너무 빨리, 너무 많이 하면 가진 게 요만큼 밖에 없어서 빨리 바닥나고, 그러면 나중에는 보여줄 게 없지 않나 걱정이 됐다.


-드라마이긴 하지만 '로맨스가 필요해'에서 모습과 다른 영화 속 모습, 그리고 홍상수 영화들 속 모습이 다 다르기에 그런 걱정은 안 해도 되지 않나. 너무 이르거나.


▶홍상수 감독님 영화를 6편 했다. '옥희의 영화'로 베니스영화제도 가고, 부일영화상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너무너무 감사한데 내가 그 만큼을 했나 싶은 거다. 감독님 영화를 하면서 자신감을 얻게 되는 며칠이 너무 감사한데 그 기간이 너무 짧다. 그래서 홍상수 감독님 영화를 길게 길게 찍고 싶다는 거다. 물론 그런 것들이 내 안에 쌓여서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더 많은 걸 쌓고 싶단 생각이 드는 건 할 수 없다. 그래서 이번에 주인공이면 정말 싫다고 바보 같은 생각을 했었다.


-그래서 그런지 이번 영화에선 불안해 보이더라. 캐릭터도 그렇지만.


▶'로맨스가 필요해'를 했을 땐 에너지가 넘쳤다. 뭘 해도 잘 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도 들었고. 그런데 '우리선희'를 찍을 땐 여유가 없었던 것 같다. 뭘 보여줄 수 있을지 고민이 됐었고. 사적으론 마음이 콩밭으로 간 것도 있었고. 기술시사회 때 홍상수 감독님이 "우리는 널 믿었는데 넌, 너를 믿지 못했던 것 같다"고 하시더라.


-촬영 때는 어땠나.


▶이번에는 나름대로 감독님 속을 썩였다. 늘 시키는 대로 했는데 이번에는 왜 자꾸 시켜요라고 투정을 부렸다. 영화 속 선희가 부럽기도 했다. 보고 싶으면 보고 술 사달라고 하고 싶은데 하고. 그 용기가 부럽고.

정유미/사진제공=호호호비치
정유미/사진제공=호호호비치

-홍상수 감독은 테이크를 많이 간다. 한 장면 속에서 인물들의 표정,동작,담배 연기를 뿜고 안 뿜고까지 테이크마다 감독의 디렉션이 더해진다. 그러다보면 어느새 딱 맞아떨어진다던데. 이번에는 아예 그걸 술을 왕창 먹고 했고.


▶감독님이 된다고 하면 된다. 이번에는 연기를 한 것 까지는 기억이 나는데 다른 장소로 옮긴 건 기억이 안날 때까지 술을 마시면서 연기했다. 테이크를 계속 가다보면 나모 모르게 그 사람이 돼 간다. 아침마다 대본이 나오지 않나. 처음에는 대사 외는 것도 쉽지 않다. 대본이 나오면 스태프가 장소 세팅을 하고, 그 와중에 외우는 거다. 그러다보니 처음에는 대사도 안 맞고 그러다가 나중에는 마법처럼 맞춰진다. 정말 재밌고 즐거운 순간이다.


-홍상수 감독 영화를 찍을 때는 어떤 것을 가장 염두에 두나. 시나리오가 처음부터 있는 게 아니라 더욱 힘들텐데.


▶믿고 싶은 말, 기대고 싶은 대사를 마음에 새겨놓는다. 내 대사가 아니더라도 말하고 싶고 듣고 싶은 대사. 이번에는 그런 대사가 "네가 보일 때까지 깊게 파보라"는 것이었다.


-똑같은 산에 올라도 즐겁게 오르는 사람이 있고, 고민하면서 오르는 사람이 있다. 정유미는 후자인 것 같은데.


▶그 때 그 때 다르다. '우리선희' 때는 고민이 있었지만 지금은 없다. 분량의 고민 같은 것도 없다. 어떤 이야기든 내 이야기가 있지 않나. 그런 것으로 고민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오랜 기간 같이 했던 소속사에서도 독립하고, 여러 가지로 전환점에 놓여 있는데.


▶현장에서 고생하고 싶다. '도가니'를 하면서 정말 감사했지만 한편으론 현장에서 좀 더 고생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난 운이 좋은 사람이다. 연극영화과 가서 단편 찍고, 그걸 보고 감독님들이 찾아주셨고, 또 그렇게 쭉 이어졌다. 그런데 지금 난 누구의 칭찬보다 내가 나에게 칭찬을 해주고 싶다. 나에게 칭찬을 해줄 수 있는 일을 점점 더 많이 하고 싶다. 기대와 고민을 하고 살지만 불안한 것과는 또 다르다. 홍상수 감독님이 "니가 너를 안 믿었던 같다"라고 하셨을 때 오히려 자신감이 생겼다. 나를 믿어야겠다. 그게 요즘 정유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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