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간단한 사실 확인조차 하지 않고 한 사람을 인종 차별자로 내몬 콜로라도 로키스가 많은 비판을 받았다.
콜로라도 구단은 지난 10일(한국시간) "우리는 방송 관계자, 언론, 이 사태를 염려한 팬들이 보내준 전화, 이메일, 영상 자료 등을 철저히 조사했다. 그 결과 해당 팬은 콜로라도의 마스코트 딩거(Dinger)에게 사진을 위한 관심을 끌기 위해 소리친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팬은 절대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하지 않았다"는 공식 성명문을 발표했다.
그러면서 "콜로라도는 쿠어스필드에서 모든 팬과 선수 그리고 손님들에게 폭넓은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어떠한 종류의 경멸적인 언어라도 사용한다면 즉시 퇴장당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팬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이유는 전날(9일)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의 쿠어스필드에서 열린 콜로라도와 마이애미 말린스의 경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날 마이애미의 흑인 외야수 루이스 브린슨(27)이 9회 타석에 들어선 상황에서 포수 뒤편의 백인 관중이 흑인 비하 발언인 'Nixxer'를 외치는 듯한 소리가 중계 화면에 잡혔다. 마이애미의 경기 중계를 맡고 있던 폴 세베리노 아나운서는 이를 인종차별적 발언으로 알아듣고 곧장 시청자들을 사과했다.
콜로라도는 경기가 끝나고 얼마 되지 않아 공식 SNS를 통해 "브린슨을 향해 팬의 인종차별적 발언에 역겨움을 느끼며, 가해자가 특정되지 않았지만 우리는 여전히 이 사건을 조사 중이다. 콜로라도는 어떠한 형태의 인종차별이나 차별을 허용하지 않는다. 어떠한 종류의 경멸적인 언어라도 사용한다면 즉시 퇴장당할 것"이라고 성명문을 냈다.

인종차별로 민감한 시기에 빠른 대처를 한 듯 했지만, 이는 곧장 많은 반발을 불러왔다. 경기를 시청하던 팬들은 가해자로 특정된 남성 팬의 시선과 몸의 방향이 타석의 브린슨이 아닌 옆을 향해 있는 것을 눈치챘다. 남성 팬은 어느 한 곳을 향해 손을 흔들며 해당 발언을 했고, 그 시선의 끝엔 타석의 브린슨이 아닌 콜로라도의 마스코트 딩거가 관중석을 지나가고 있었다.
콜로라도의 조사에 따르면 현장에 있던 팬들 역시 남성 팬이 인종 차별 발언하는 듣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 확인 결과, 남성 팬은 딩거가 보이자, 사진을 찍기 위해 딩거의 주목을 끈 것이었고 세베리노 아나운서 등 일부가 딩거(Dinger)를 잘못 알아들은 것이었다. 인종 차별이 최근 전세계의 심각한 문제로 대두된 만큼 사실이 정정되지 않았다면 이 남성 팬은 실생활에서 곤욕을 치를 수 있었다.
한 사람의 인생이 걸린 문제인 만큼 신중하게 접근해야 했지만, 콜로라도는 자신들의 홈구장을 찾아준 팬보다는 위신과 이미지를 우선했다. MLB.com에서 콜로라도를 전담하는 토마스 하딩 기자에 따르면 콜로라도는 사실 확인 후 남성 팬과 그의 부인에게 사과했지만, 팬들은 "한 사람의 인생을 망칠 뻔했다"는 등 비판을 이어갔다.
그 중 맥 레탈이란 한 팬은 "만약 이 사람의 신상이 유출됐다면, (인종차별 자라는 이유로) 직장에서 해고될 뿐 아니라 잠재적으로 괴롭힘을 당하거나 다칠 수도 있었다. 이 모든 것이 공개 성명문을 발표하기 전에 45분의 조사 시간도 할애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형적인 90년대 확장팀"이라고 쓴소리를 가했다. 90년대 만들어진 신생팀이라 역사도 없고, 아마추어적인 프런트라 중대 사안을 사실 확인조차 안 하고 성급히 처리했다는 비아냥이다.
찰리&딕 몽포트 구단주 체제의 콜로라도는 수년간 비상식적인 운영으로 팬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 올해만 해도 팀의 프랜차이즈 스타 놀란 아레나도(30·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를 많은 연봉보조와 함께 헐값에 트레이드하는가 하면, 트레이드 마감일에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등 계속해서 팬들과 마찰을 빚었다. 미국 매체 디 애슬레틱을 비롯한 여러 매체는 이러한 콜로라도 프런트의 행보에 수 차례 F학점을 매겨 혹평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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